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미 방위비 협상, 동맹정신으로 조속 합의 이뤄내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6월02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4일 15시31분

작성자

  • 송종환
  • 경남대학교 석좌교수, 前 파키스탄 대사

메타정보

본문

  1966년 한·미 양국이 체결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 Status of Forces Agreement)」은 "주한미군의 운영비용은 미군이, 시설과 구역은 한국 정부가 제공"하도록 되어 있으나1991년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특별협정」을 만들어 미국이 부담하기로 돼 있는 운영비용의 일부를 한국이 분담(sharing)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91년 1차 특별협정을 체결한 뒤 지난해까지 모두 10차례의 특별협상을 맺었고, 지난해 3월에는 유효기간 1년의 특별협정을 맺은바 있다. 

 

한미 양국은 올해 4월부터 적용될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지난해 9월 24일부터 협상을 시작했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의 협상으로 타결이 가까워져 가고 있으나 동맹국 간에 진행되는 협상으로 보기에는 볼썽사나울 정도로 첨예한 견해차를 이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2020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2019년 1조 389억 원에서 13% 인상한 약 1조 1739억 원에서 시작하여 2024년까지 매년 연간 7∼8% 상승률을 연동하여 마지막 해에 약 1조 5388억 원’을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고, 양국 실무협상단은 이를 3월 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 실무합의 외면하고  “올해 13억 달러 받아내라”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를 보고 받고 “마지막 해에 13억 달러를 맞추지 말고, 올해 13억 달러를 받아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억 달러(약 1조 5918억 원)는 미국이 작년 9월 시작된 제11차 SMA 협상에서 처음 제시한 50억 달러(약 6조 1500억 원)와 작년 말 다시 제시한 40억 달러(약 4조 9200억 원)보다 대폭 낮춘 것이지만, 전년보다 52.5%나 인상한 것이다.

  5월 25일 정부 당국자에 의하면, 한미 양국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6월 중 화상회의 방식으로 국방장관 간 방위비 분담 회의를 열기 위한 협의를 하고 있고, 또 이 회의에서 한미연합훈련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행사 능력 검증 연습을 병행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1073억 원을 제공하기 시작한 이후 한국은 지속적으로 분담액을 늘려왔으며, 2019년 1조원이 넘는 액수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 2020년 방위금 분담 협상을 하면서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에 쓴 자서전 『거래의 예술(Trump: The Art of The Deal)』의 대상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에서 인용한 자서전의 첫 장을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어떤 사람은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또 훌륭한 시를 쓴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을 벗겨먹는 부자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저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북한 핵 폐기 협상을 하기 위해 서울을 오가면서 본 한국의 발전상에 근거하고 있을 것이다.

 

‘거래, 즉 협상을 돈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 본다’고 하면서 한국을 미국의 세계전략에 유익한 동맹국이라기보다  ‘미국을 벗겨먹는 부자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 행정부 수장과의 협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그런 나라와의 까다로운 협상을 하면서 우리 정부가 잘 못된 수를 놓아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2019년 협상에서 ‘단년 계약’ 입장 변경이 2020년 어려움 초래

 

  방위분담금 액수는 1991년부터 한·미간 협상에 의하여 다년(2~5년) 주기로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여 체결되어왔다. 그러나 한국은 2019년 제10차 방위비 협상에서는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한 단년(1년) 계약을 고집하고, 국회 동의가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1조원 상한을 넘길 수 없다는 산술적 논리로 임하여 오늘의 어려움을 자초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제8차(2009~2013년) 방위비 협상 총액 인상률을 첫해 2.5%로 하여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여 인상하고 제9차(2014~2018년) 방위비 협상 총액인상률을 첫해 5.8%로 하여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여 인상하기로 합의해 왔으나, 2019년 단년 계약으로 바꾸었다가 2020년 제11차 방위비 협상에서는 다시 다년 계약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에 종래와 같이 다년 계약을 했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런 거래의 예술에 비추어 미국 측이 2020년 방위분담금을 대폭 인상하자는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은 합의를 위반하여 요구하는 미국 측과 협상을 할 때 계약의 기본인 ‘Pacta sunt servanda’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라틴어)를 내세워 여유를 가지고 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2019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 389억 원을 합의하면서 1조를 넘길 수 없다고 주장한 것도 2018년 방위비 분담금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합리적이라기보다 1조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방위비 분담금 대부분한국 일자리 창출과 내수 증진 등 한국 경제에 환원돼"로

 

  현재까지 공개된 최신『2018 국방백서』가 밝힌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관련 군사건설비, 인건비, 군수지원비로 나뉘어 사용되었다. 군사건설비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약 12%의 설계·감리비를 제외하고 공사계약, 발주,공사 관리를 맡는 한국 업체에 집행액의 88%가 지급된다. 인건비는 주한미군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군무원 1만2천 명 중 자체 영업수익으로 인건비가 지급되는 4000명을 제외한 8600명에게 지급되는 임금이다. 탄약 저장, 항공기 정비, 철도·차량 수송 지원 등 용역 및 물자비용인 군수지원비는 100% 한국 업체를 통해 현물(시설물, 장비, 용역 등)로 지원되었다.

 

2018년 방위비 분담금 총액 9602억 원은 주한미군 관련 군사건설비 4442억 원(46%), 인건비 3710억 원(39%), 군수지원비 1450억 원(15%)의 순으로 지출되어 방위비 분담금의 94%가 한국 경제로 환원됨으로써 일자리 창출, 내수 증진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였다.

 

  2020년 제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액수는 다르지만 입장을 바꾸어 한국은 다년 계약, 미국은 단년계약을 주장하면서 서로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하면서 서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구 소련, 중공, 북한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은 협상을 공산혁명 성취를 위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 또는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으로 간주하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일방적 승리를 목표로 하여 협상을 진행한다.

 그러나 미국, 한국을 비롯한 서방권 국가들은 협상을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흥정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에 협상에서는 어떤 합의를 모색하기 위하여 쌍방 간에 「주고」,「받음」으로써 공동문제를 교섭하려 한다.

   그러므로 한·미간의 방위금 분담 협상은 공산주의국가들처럼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 간에 하는 협상으로 진행해야 한다. 

 

  미국은 현존하는 북한 핵 위협을 억지하고, 방어해준다는 이유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부풀리거나 압박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2018년부터 신냉전체제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세계정세, 특히 동북아 정세에 있어서 한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와 운영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으면서 미군이 한국에 안전하게 주둔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거래를 예술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50년 북한의 6. 25 남침전쟁에서 미국이 희생과 지원을 하여구한 한국이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발전하여 동북아를 지키는 미국의 든든한 우방국이 되었다고 미국의 보람에 호소하기도 하고 또 분담금 대폭 인상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미, 일방적 요구와 압박보다 ‘동맹 강화’ 차원의 유연한 협상 나서야

 

  한국은 당연히 미국과의 전통적 혈맹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고 주한 미군의 존재가 제공하는 전쟁 억지력은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 위협 앞에서 볼 때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커다란 자산으로서 국가 안보와 경제발전의 계속을 위한 필수 불가결함을 강조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액수가 증액되더라도 주한 미군 관련 군사건설비, 인건비, 군수지원비로 지출되어 대부분 한국 경제에 흡수되는 점을 널리 알리고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산술적 논리로 임하는 것보다 한국과 미국의 조야에서 반미 감정과 주한 미군 감축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요약하면 동맹국가인 미국과 한국은 방위분담금 협상 타결을 위해 일방적 요구와 압박보다 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먼저 한·미 양국은 북한의 남침전쟁 상황을 1953년 휴전체제로 바꾸면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공동 가치에 입각하여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로 발전해온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 발전시키는 차원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2020년은 북한이 일으킨 남침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다. 2018년부터 진행된 북한과의 핵 폐기 협상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으나 한·미 간 합동군사 훈련이 연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이 2020년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융통성 있게 하면서 이 기회에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 무기 대응 위주의 연합방위체제와 전략자산의 조기 전개 등 미국의 확장 억제책(Extended Deterrence)이 적시성 있게 실행되도록 보다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을 권고한다. 

<ifsPOST> 

  

 

12
  • 기사입력 2020년06월02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4일 15시31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