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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6)산사나무와 팥배나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5월29일 17시02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본문

일주일에 한번씩 나무사랑 꽃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제법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횟수가 적어서 아쉽다는 생각도 합니다. (결코 더 많이 쓰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편집위원회는 잘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나무들이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비슷한 시기에 열매를 맺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무들의 변화가 한창인 때 (특히 꽃을 일제히 피워낼 때) 해당 나무들을 다루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번에 다루려는 두 나무 산사나무와 팥배나무도 그런 케이스이지요. 이 두 나무는 조금 시기를 달리하여 5월 초, 중순에 꽃을 활짝 피웁니다. 제법 주목을 할 만한 멋진 모양의 잎들을 펼친 뒤에 그 잎들 위에 꽃대를 내밀고 거기에 하얀 꽃송이를 펼친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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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서울시립대 팥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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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서울시립대 산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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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대모산 산사나무: 드물게 옅은 분홍색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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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대모산: 바위 틈으로 벋어나온 팥배나무 

 

그렇지만 지금 이 두 나무는 꽃을 피웠던 그 자리에 작은 열매들을 맺고 있는데 그 모습도 제법 볼만합니다.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라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가까이 가서 관찰해 보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두 나무의 꽃 모양이 비슷한 이미지인 반면에 열매 모양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팥배나무 열매가 팥알 모양으로 완전히 닫힌 둥근 모양인 데 비해, 산사나무 열매는 윗부분에 꽃이 달렸던 흔적을 그대로 달고 있지요. 가을에 열매들이 완전히 익어도 비슷한 모양을 유지합니다. 다만 가을에 잎들이 떨어지고 나면 이 열매들이 도드라지게 나타나 모두들 주목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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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분당 중앙공원 팥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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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분당 중앙공원 산사나무: 열매들 위에 져버린 꽃자국이 남았습니다. 

 

산사나무.

저는 이 나무만 만나면 마음이 설레입니다. 어쩌면 제가 나무에 꽂히게 된 것도 이 나무를 만나면서부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는 이 나무의 잎이 특이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단풍나무가 결각이 심하게 이루어져 있는 것은 잘 아시겠지만 산사나무의 결각도 매우 깊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 잎을 세로로 세우면 제 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중국 국빈 영빈관에 해당하는 조어대에서 묵을 기회가 있었을 때도 이 나무를 보았습니다. 제가 초기에 나무책을 탐독할 때 이 나무가 경복궁 안에 심어져 있다는 글을 읽었는데 이 나무가 예전부터 한국, 중국 모두에서 대접받았다는 말이겠지요.

산사나무 하면 산사춘이라는 술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나무 열매가 가을에 빨갛게 익으면 단맛과 좋은 향을 준다고 하네요.

잎이 다 떨어진 뒤에 열매만 달려 있어도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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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0일 세종시 금강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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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4일 북경 조어대 (영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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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6일 캐나다 토론토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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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1일 서강대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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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4일 분당 중앙공원 

 

팥배나무는 그 이름이 주는 의미와는 다르게 배나무와는 친척 관계가 상당히 먼 나무입니다. 비슷한 느김을 주는 콩배, 아그배 등이 배와 가까운 사이인 것과는 다르다는 말씀이지요. 산사나무와 함께 같은 장미과에 소속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실은 이 나무의 열매는 크기나 마지막 잘 익은 색깔이나 모두 팥의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작은 열매를 씹어보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가 아닙니다.) 배맛이 난다고 해서 이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나무는 꽃과 열매가 충분히 예쁘고, 단정한 잎 모양마저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관상수로서의 가치가 충분합니다만, 산에서 잘 자란 이 나무를 보면 그 회색빛 등걸의 깨끗한 모습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산사나무는 키가 비교적 작은 나무입니다만, 산사나무는 숲에서 자라면 다른 나무와 경쟁하느라 제법 큰 키로 (10-15m 정도) 자랍니다. 임경빈 선생은 '나무백과'에서 팥배나무를 소개하면서 이 나무의 한자 이름인 甘堂과 관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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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아차산에서 만난 팥배나무는 다른 나무들의 견제를 받지 않아서 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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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7일 분당 중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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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1일 여의도공원 (열매가 달린 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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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2일 분당 중앙공원 

 

팥배나무와 산사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나무들이라고 많은 나무학자들이 대접하고 있습니다. 나무에 관한 저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준 원로 수목학자 임경빈 선생이 쓴 세 권의 '나무백과'는 물론, 국립수목원 원장을 역임한 이유미 선생이 쓴 '우리나무 백가지'라는 책, 그리고 상진 선생이 펴낸 '궁궐의 우리 나무'라는 책 등에서 모두 이 두 나무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대접에 걸맞게 이 두 나무는 주변의 산에서도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면서 자라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공원들에도 심어져 있어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과 인공의 공간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는 우리 나무들로서, 즉, 가장 이상적으로 '사랑받을 만한 나무'들의 자격을 갖춘 셈입니다.

추운 겨울에도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줄 이 두 나무의 열매들을 다시 감상하기를 기대합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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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29일 17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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