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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이후의 정국(政局)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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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4월13일 18시10분

작성자

  • 김형준
  • 명지대학교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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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총선 전망은 어떠한가? 총선 직전 여야 정당과 언론의 판세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253개 지역구 선거 가운데  최소 13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으며, 145석 안팎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판단의 근거는 수도권(121석)과 호남지역(28석)서의 절대 강세다. 수도권에서 최소 90석, 호남에서 25석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 시민당의 의석수(약 16석)를 더하면 단독 과반도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비례 의석을 합쳐서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125~130석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보면서 “최소 ‘110+α(알파)석’을 전망했다. 수도권 격전지 결과에 따라 ‘α’ 의석수를 15~20석으로 추산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총선 이틀 전인 13일 국회에서 “여당이 이야기하는 180석 확보가 과장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개헌저지선(100석)도 위태롭다"고 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의 근거는 통합당은 당내 자체 분석에서 지역구 80석, 자매정당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16~17석을 얻어 두 정당의 의석을 합쳐도 개헌 저지선인 100석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엔 통합당의 제1당 전망이 우세했으나, 코로나19가 팬데믹(감염병 세계유행) 단계에 이르자 오히려 한국 정부가 ‘방역 모범 국가’로 평가 받으면서 반전이 이뤄졌다.

 

 물론 각 당의 판세 분석은 여론조사에 의존하고 있다. “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총선 여론조사가 너무나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2016년 총선 사흘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새누리당 157석~175석, 더불어민주당 83석~100석, 국민의당 25석~32석, 정의당 3석~8석 등의 예측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민주당이 123석으로 제1당이 됐고,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제2당으로 전락했다.

 

 당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민주당 후보는 2016년 3월 2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 45.8%, 제가 28.5%로 보도됐다. 17.3%p 격차”라며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증명해보이겠다”고 했다. 실제 투표에서 정 후보가 52.6%를 얻어 39.7%를 얻은 오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2012년 총선 당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17곳이 틀렸으며, 2016년 총선 당일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조차 ‘1당’ 예측을 실패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기관마다 들쭉날쭉하고 심지어 맞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각각인 조사 방법(자동응답 또는 전화면접), 특정 지지층 여론이 과대 반영되는 표본 선정, 적은 표본 수, 낮은 응답률, 표준화되지 않은 질문 방식, 특정 계층이 응답을 잘하는 시간대에 조사 실시, 숨은 부동층에 대한 분석 부재 등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민주당이 단독 과반 1당이 될 수 있는 선거 환경이 만들어졌다. 전례 없는 코로나 사태로 대통령 지지도의 고공 행진, 견제론 보다 안정론 우세, 유권자의 후보 선택 기준으로 ‘소속 정당’ 급부상, 여권 유력 대권 후보들의 강세, 통합당의 막말 파문 등이 겹치면서 정권 심판론이 잘 작동되지 않았다. 선거 1주일 전 한국 갤럽의 4월 둘째 주(7~8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 평가(57%)가 부정 평가(35%)를 압도했다.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가장 많은 59%가 '코로나19' 대처'라고 응답했다. 갤럽의 지난 2월 4주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는 긍정 42%, 부정 51%였는데 한 달 만에 코로나 민심이 완전히 변했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51%)는 안정론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0%)는 견제론 보다 높게 나타났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제2차 유권자 의식조사(4월4일-5일)에서 후보를 선택하는데 고려하는 사항으로 ‘소속 정당’이 31.1%로 가장 높았다. 4넌 전과 비교해 12.2%p 높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후보와 공약 등 기존 선거의 관심사들이 모두 묻혀버리고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접촉이 최대한 억제되는 ‘비대면 선거’ 양상 때문으로 보인다. 

 

 앞선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44%로 통합당(23%)을 압도하고 있다. 또한, “다음 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26%), 이재명 경기 도지사(11%),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2%),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윤석열 검찰총장(이상 1%) 순으로 나타났다. 야당 대권 후보들의 지지도가 여권 대권 후보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으면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기 어렵다. 여기에 선거 막판에 불거진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3040 세대 비하 발언', '세월호 유가족 폄훼 발언' 등의 막말 논란으로 ’3040 중도층‘이 빠르게 빠져 나가면서 야당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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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론(反論)도 존재한다. 총선은 본질적으로 정권 심판이 핵심이다. 통합당은 역대 최고의 사전 투표율(26.7%), ‘샤이 보수층의 존재‘, 2016년 총선 당시 수도권 지역구 선거에서 국민의 당 후보에게 투표했던 약 180만 명의 중도 성향의 유권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과 위선 좌파 조국 사태로 불거진 집권 세력의 도덕성 붕괴, ‘민주당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 등의 요인이 막판 판세를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제1당이 되면 전국 규모 선거에서 네 번 연속 승리한 최초의 정당이 된다. 향후 급격한 정당 재편성(party realignment)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키이(key) 교수는 “정당 간에 입장을 달리하는 중요한 쟁점의 등장으로 이념적인 분극화가 초래되고, 이에 따라 중요 정당의 지지 기반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할 때 정당 재편성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선거를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30여년을 주기로 정당 재편성을 초래한 중대 선거가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32년 미국 대선이다. 현직인 공화당 후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시장의 자율적 조정에 맡기고 어떤 경우에도 정부는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작은 정부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도전자인 민주당 루스벨트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루스벨트의 승리로 뉴딜 민주당 시대가 열렸고 새로운 정당 체제는 1960년대까지 지속됐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민주당의 네 번 연속 승리는 기존의 ‘보수ㆍ진보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진보 좌파 정당 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주류 세력이 교체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버클리대 고(故)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는 1960년대 전후(戰後) 일본의 정당체제를 연구하면서 ‘1.5 정당 체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는 의회 총 의석 중 한 정당이 1이고, 그 이외 정당들은 모두 합쳐도 0.5 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2-6인의 독특한 중선거구제와 야당의 분열로 1955년에 탄생한 일본 자민당이 1993년까지 50여년 간 장기 집권을 했다.

 

  ’한국판 1.5 정당체제‘가 구축되면 그동안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보여준 행태를 봐서 정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승리한 집권세력이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무시하고 법에 규정된(또는 금지되지 않은) 권한을 ‘최대한’ 휘두르면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대 혼돈에 빠져들 수도 있다.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야당은 사사건건 극단적으로 대결할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하면 세 가지가 일어날 것으로 예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온갖 공작과 술수를 다 동원할 것이고, 울산시장 부정선거, 라임사태, 신라젠 사태 등 대형 금융사건과 버닝 썬 사건 등 정권의 4대 권력형 비리의혹이 묻힐 가능성이 높으며, "소득주도성장, 기계적인 주52시간, 탈(脫)원전 등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는 망국적인 경제정책의 오류는 계속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 대표는 대선 당시인 2017년 5월 1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국민이 반으로 나뉘어서 분열되고 사생결단하면서 5년 내내 싸울 것",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돼서 계파 세력은 끼리끼리 나눠먹을 것",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 없이 옛날 사고방식 국정운영으로 대한민국을 가장 뒤처지는 나라로 만들 것" 등을 전망한 바 있다. 그의 이런 예견은 거의 적중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절대반지를 끼는 압승을 할 경우 역설적으로 집권 세력 내에서 갈등과 대립 전선이 만들어 질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과의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이다. 조국, 임종석 등과 같은 현재 권력인 대통령 세력(친문)과 현재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 권력(친이) 간의 갈등이 첨예화 될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3년 6개월이 끝나는 시점인 올 연말부터 본격화 될 것이다.

 

 지난 1996년 4월 총선 직전 김영삼(YS)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선거결과, 신한국당은 139석을 획득 해 원내 제1당 지위는 지키는데 성공했지만 과반수는 미달했다. 그러나 그동안  민주당계 지지가 강한 서울(47석)에서 27석(57.4%) 차지해서 집권여당이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승리했다. 

그 이후 현재 권력인 YS와 미래권력인 이회창 세력간에 갈등이 불붙었다. 결과적으로 YS와 이회창간의 갈등 심화로 1997년 대선에서 정권이 야당으로 교체됐다.

 

 2012년 총선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진두지휘한 새누리당은 과반 승리(152석)를 일궈냈다. 하지만 당시의 현 대통령 세력인 친이계와 미래 권력인 친박 세력 간의 내전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었다. 

 현재 집권 세력의 또 다른 갈등은 친문재인․친조국 세력과 전통적인 진보 진영 세력 간의 대립이다. 민주당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서 이런 갈등은 시작되었다. 원로 진보 인사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은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했고, 녹색당·미래당·민중당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치개혁연합은 의석 수 배분 등을 놓고 갈등을 빚다 협상이 불발됐다. 민주당은 정치개혁연합 대신에 더불어 시민당과 연대했다. 한마디로 정치개혁연합이 민주당에게 팽 당한 것이다. 

 

지난 3월24일 정치개혁연합은 ”활동을 중단하고 해산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강준만 전북대 교수, 좌파경제학자 우석훈 등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진보 성향 지식인들이 지난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독선과 오만, 무능과 위선을 향한 비판의 강도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라는 신간에서 “문재인은 최소한의 상(商)도덕을 지키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한 취임사와 달리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비판의 기저에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인지도가 높은 이들 진보 성향 지식인들의 친문 정부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 할 것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이 승리하거나 선방한다면 문재인 정부와 여권이 추진하려는 각종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동력은 힘을 잃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당 내부에서도 총선 패배 책임론이 휘몰아치는 등 극심한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국정조사도 진행될 수도 있다. 승리한 미래통합당은 정권을 향한 공세의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고 정권교체를 향한 밑그림도 본격적으로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대로 통합당이 완패하면 전례 없는 야권 개편으로 이어 질 것이다. 총선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황교안 대표체제는 붕괴되고 최악의 리더십 공백 사태가 전개 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의 자객 공천으로 차기 보수 대권 후보들이 낙마할 경우, 야권의 고민이 깊이 질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 미래통합당 해체론까지 대두될 수도 있다. 

 

유시민 이사장이 예견한 대로 범진보 진영 180석 달성이 현실화되면 집권 세력은 그야말로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다. 국회 선진화 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법안·예산·정책을 정부 여당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임명과 국가 보안법 폐지 등 쟁점 법안 처리도 밀어붙일 수 있다. 더구나, 강도 높은 정당 재편성이 이뤄지면 향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중도 보수 세력은 패배할 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민주당 장기 집권 시대가 도래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보수의 성찰과 반성, 중도와 보수 세력 간의 대통합, 그리고 세대교체와 혁신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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