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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주도 방역’과 바이오 벤처의 기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3월31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3월31일 14시35분

작성자

  • 이덕환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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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일이다.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에게 끔찍한 재앙이 될 것처럼 보이던 코로나19가 도리어 더 없는 축복으로 돌변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우리가 갑자기 ‘세계적 진단강국’으로 우뚝 서게 되면서 시작된 일이다. 그런데 우리를 세계 최고의 진단강국으로 만들어준 바이오벤처들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고, 탈(脫)원전·탈(脫)과학기술을 밀어붙이던 정부·여당이 모든 공(功)을 독차지해버렸다. 심지어 외교부까지 나서서 엉터리 FDA 승인을 들먹이며 허튼 짓을 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쏟아 붓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코로나 때문에 대면 선거운동이 불가능해진 텅 비어버린 선거판을 압도하고 있다. 

 

무모했던 감염주도 방역

 

  정부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入國)제한을 거부했던 것은 무모한 선택이었다. 물론 정부의 입장과 의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결국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대선 공약은 진심이 아니라 ‘그 때는 그랬을 뿐’이었다는 부끄러운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겨울철에는 방충망이 필요 없고, 입국제한은 후진국의 투박한 정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궤변은 국민을 무시한 막말이고, 궤변이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가 우리에게 빗장을 단단히 닫아걸어 버렸다. 어쨌든 국내의 감염을 증가시켜서 해외유입을 막겠다는 정부의 무모한 ‘감염주도 방역’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의 정책수단’이라고 당당하게 밝힌 불법·탈법적인 ‘공적(公的) 마스크 5부제’도 끔찍한 정책 실패였다. 130여 개 민간 기업이 생산하는 의약외품인 KF94 마스크를 정부가 강제로 수매해서, 민간이 운영하는 약국에게 강제로 판매를 떠맡긴 것은 북한에서나 가능한 배급제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 시장 경제 질서를 천명한 헌법 119조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고, 최고가격 지정과 긴급수급조정조치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도 무시한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정한 유통업자에 대한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자의 작업에 현역 병사까지 동원시켜준 것도 훗날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할 심각한 적폐(積弊)다.

 

어처구니없는 마스크 대란

 

  마스크 대란은 정부·언론·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질병관리본부의 권고는 처음부터 명쾌했다. ‘기침 등 호흡기 질환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상이 없는 일반인은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선진국 전문가들의 권고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난독증(亂讀症)에 걸린 전문가·언론의 권고는 달랐다. 질병관리본부의 명쾌한 권고를 엉뚱하게도 ‘누구나 KF94를 반드시 착용하고, 재사용은 절대 안 된다’로 왜곡시켜버렸다. KF94의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이후에도 의사협회는 ‘면(綿) 마스크’와 ‘마스크의 재사용’은 ‘권고되지 않는다’면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일주일에 2장을 배급받을 수 있는 소비자들을 막다른 골목에 밀어 넣어버린 형국이다. 의사협회의 권고를 굳게 믿은 대구의 17살 학생은 공적 마스크 탓에 급성 폐렴에 걸려 목숨을 잃어버렸다. 과연 KF94 마스크가 목숨을 포기할 만큼 효과적인지는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KF94는 본래 감염자를 돌보는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생산된 일회용 제품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병원체에 의한 오염 가능성을 고려해서 표면을 만지지 말아야 하고, 한 번 사용한 마스크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 WHO의 마스크 재사용 금지도 감염자 또는 감염자를 돌보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WHO나 질병관리본부의 권고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일반인에게도 마스크가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스크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세 가지다. 다른 사람이 내뱉는 비말(飛沫, 침방울)을 막아주는 효과 이외에도 내가 내뱉는 비말이 남에게 튀지 않도록 해주고, 비말로 오염된 손이 코와 입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준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에는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과 노력도 고려해야 하고, 마스크 착용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도 고려해야 한다. 과연 마스크 대란에 이어 위헌적인 배급제까지 시행할 만큼 마스크 착용이 가치 있는 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욱이 일주일에 2장을 배급받는 일반인에게 무작정 KF94의 착용을 강요하고, 재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다. 

 

  KF94가 만능인 것도 아니다. 어차피 KF94도 크기가 0.12마이크로미터인 코로나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해줄 수는 없다. KF94를 얼굴에 밀착시켜서 착용하면 정상인도 20분 정도를 견디기 어려워진다.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KF94 착용을 권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KF94를 착용하고도 호흡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KF94에 들어있는 폴리프로필렌 부직포(MB 필터)는 폐기 후에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서져서 환경을 오염시키게 된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한용 면(綿) 마스크의 가치도 지나치게 폄하할 이유가 없다. 학교가 문을 열고나면 학생들에게 ‘면 마스크 2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가 모든 것이 넘쳐나는 천국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면 마스크도 바이러스로 오염된 비말의 차단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특히 오염된 손이 코와 입을 만지지 못하게 해준다. 더욱이 면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 곤란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다만 면 마스크의 경우에는 날숨에 들어있는 수분에 의해 쉽게 오염되는 단점이 있다. 마스크에 습기가 차면 인체에 해로운 세균이나 곰팡이가 증식할 수 있다. 마스크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이 바로 세균 증식의 증거다. 면 마스크는 가능하면 자주 세탁하고, 완전히 말려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이오벤처가 만들어낸 기적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무모한 방역 대책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태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했다. 그러나 하루에 1만 건 이상의 바이러스 검사를 해낼 수 있도록 해준 ‘진단키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우리 바이오벤처들이 ‘실시간 유전자증폭기술’(RT-PCR)을 이용하는 신속 진단키트는 획기적인 것이다. 24시간의 검사 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고, 400만원이 넘는 비용을 16만원으로 줄여주었다. 그런 진단키트가 없었더라면 알량한 정치적 이유로 입국제한을 선택하지 않았던 우리의 방역 정책은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경제적 성과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까지 40만 건의 검사로 절약한 비용만 해도 1조 5천억 원을 넘는다. 전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주문을 통해 올릴 수 있는 수익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동안 과학기술계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비웃던 정책 전문가들의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놀라운 역량이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진단키트를 개발해낸 바이오벤처들의 성과를 온전하게 인정해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와 언론이 진단키트에 주목한 것은 미국의 CNN이 ‘씨젠’이라는 기업을 소개하고, 전 세계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가 가진 보석의 가치를 스스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과 자신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 언론은 다른 나라가 우리의 진단키트에서 오류를 찾아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우리 바이오벤처의 성과를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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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3월31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3월31일 14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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