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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왑 관전 포인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3월2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3월22일 13시29분

작성자

  • 강태수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객원교수

메타정보

본문

  지난 3월 19일 한․미 통화스왑이 전격 체결됐다. 600억 달러 규모로 만기는 오는 9월 19일까지 6개월이다. 달러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거다. 달러가 입금되려면 미 연준과 계약 등 실무절차가 남아있다. 하지만 통화스왑 체결 뉴스만으로도 폭등하던 환율이 하루 새 안정됐다. 원․달러 환율은 11일 1,191원에서 19일 1285원까지 치솟다가 20일 1,245원으로 떨어졌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색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걱정이 깊은 와중인데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은행이 ‘국제공조를 주도’ 했다며 극찬했다. “한국은행은 그간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경제 상황에 책임 있게 대응하며 위상을 강화해 왔는데, 이번 성과 역시 그 결과라고 본다.”“수고 많았다.”며 거듭 고마워했다. 

 

 한․미 통화스왑이 한은과 정부가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한은이 칭찬을 독식하기엔 여전히 궁금한 게 많다. 국내 언론에게는 한은이 유일한 취재원인 듯하다. 정작 통화스왑 상대방인 미 연준에 전화라도 한 통화한 후에 쓴 기사는 눈 씻고 봐도 없다.

 

 몇 가지 질문(관전 포인트)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미 연준의 통화스왑 의도는 무엇일까. 3.19일자 미 연준 보도자료(‘Swap Lines FAQs’)에 답이 있다. 코로나19로 국제금융시장에 달러화 자금부족 문제가 급속히 악화되었다. 미 연준은 이 사태가 미국 금융시장과 미국 무역에 미치는 부작용(spill-overs)을 선제적으로 줄이고 싶은 거다. 전세계 L/C (무역신용장)의 80% 이상이 달러화로 결제된다. 미국 상품을 수입한 국가가 달러화 부족으로 미국 기업에 대금지급을 제 때 못하면 낭패다. 곧바로 미국의 교역수지가 곤두박질치게 된다. 

 

또한 미국계 투자은행이 한국에서 주식을 매도한 후 달러자금을 미국으로 가져가고 싶어도 우리나라 달러사정이 어려우면 돈을 빼 갈 길이 막막해 진다. 실제로 3월 17일 국내 1개월 만기 스왑레이트가 –3.86%포인트까지 폭락했다. 연초 만 해도 –1%포인트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에서 달러를 조달하려면 리보(LIBOR) 금리에 3.86%포인트를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무역과 금융을 통해 미국과 연계된 상대국이 달러가 부족하면 미국 기업과 가계도 피해를 입게 된다.

 

3월 19일 미 연준이 발 빠르게 아홉 개 중앙은행과 달러화 스왑을 ‘주도한’ 진짜 이유다. 이번 스왑대상으로 선정된 이들 아홉 개 국가는 한국, 멕시코, 호주, 덴마크,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브라질 등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 중앙은행은 공교롭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미 연준과 스왑라인을 체결한 전력이 있다. 금번 통화스왑은 미국을 압박하는 위기감의 크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훨씬 넘어서는 것임을 보여준다. 

 

 외환보유액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통화스왑을 통해 조달한 달러화는 미 연준과 계약서 작성 후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그런데 보통사람 같으면 갖고 있는 돈을 먼저 쓰고 그래도 모자랄 때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게 순서 아닌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미 통화스왑 체결 시점은 외환보유액 600억 달러를 사용한 후다.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으면서 마이너스 통장에 먼저 의존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한은과 정부는 4,019억 달러 외환보유액이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충분하다고 주장해 왔다. 혹시 외환보유액 사용이 금융시장에 스트레스 지수 급상승 메시지를 보낼 것이 우려 돼서인가. 자칫 4,019억 달러 규모 외환보유액은 쓰지도 못하는 ‘그림의 떡’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줄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번 조치에 중국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달러화 부족이 심화되면 중국은 보유중인 미 국채와 단기물 달러화 환매증권(repo)을 매각하게 될 거다. 이는 미 국채 유통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미 연준의 기준금리 50bp 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미 연준의 계산이 자못 궁금하다. 한국은행은 중국인민은행과 560억 달러 규모의 위안화 통화스왑라인을 보유중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위안화 스왑라인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다. Financial Times는 달러화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유일한 글로벌 리저브 통화(the only tue global reserve currency)라고 강조한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거듭 확인한 교훈이다. 

 

 6개월짜리 통화스왑 600억 달러면 충분한가. 앞으로 위기 상황이 닥치면 추가적인 통화스왑을 추진해야하나. 우리나라 대외부문 건전성 정책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등도 중요한 질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급이 다른 위기로 확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008년 위기는 한미 통화스왑 300억 달러가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통화스왑을 통해 외화자금의 일시적 부족을 메꾸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글로벌 위기는 우리나라의 기초경제여건이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위기다. 코로나19 글로벌 위기를 특징짓는 핵심단어는 ‘장기간의 고립’이다. 수출 등 대외교역 의존도가 막대한 우리나라가 겪게 될 어려움이 가중됨을 의미한다. 국내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화 유출 압력이 갈수록 확대될 거다. 대외부문 건전성 정책에 전면 재검토가 절실하다.

특히 한․미간 통화스왑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노력이 시급하다. 미 연준은 EU, 일본, 스위스, 영국, 캐나다 등 5개국과는 ‘상설’ 통화스왑 라인(standing U.S. dollar liquidity swap lines)을 유지하고 있다. 무제한, 무기한 스왑라인이다. 고작 6개월짜리 통화스왑 성과에 우쭐할 게 아니다. 내친 김에 여섯 번째 ‘상설’ 통화스왑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외교의 진정한 실력은 이럴 때 보여주기 바란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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