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0 전망> 한국경제 전망과 이슈 : 오리무중 속 고군분투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1월0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1월08일 22시55분

작성자

  • 이근
  • 서울대학교 비교경제연구센터장 / 경제학부 교수

메타정보

  • 7

본문

 필자가 공동집필한 ‘2018 한국경제 대전망’ 책의 키워드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었고, 2019년 대전망 책의 키워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이었다.
그러면 2020년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오리무중(五里霧中) 속의 고군분투(孤軍奮鬪)’라고 잡았다. 2019년의 내우외환은 미중 갈등과 투자 부진. 잠재성장율 하락 등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을 칭하였다. 현 시점에서 보면, 상황이 별로 호전된 것은 아니고, 오히려 한일(韓日) 경제갈등이 추가되었다. 그렇다고 이를 설상가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5리 거리에 안개가 짙게 끼였다는 오리무중의 불확실성이라고 파악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미중간의 협상이 어떻게 정리되느냐 (스몰딜 이후 단계적 접근 등), 일본의 대한 규제 조치의 부작용이 생각보다 파괴적이 않지만 언제까지 갈 것인가, 미국경제마저 고꾸라지느냐 마느냐 등 이쪽저쪽도 아닌 불확실성 요인이 대외경제를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주위의 원군(援軍)없이 한국경제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2020년은 선거가 있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본격적 호전 기미가 약하고, 초반기 섣부른 정책 실수를 뒷수습하기에 바쁜 상황이고, 오히려 일본 덕에 혁신성장에 그나마 발동이 걸린 것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인 셈이다.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가 보면, 미중 갈등은 2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승자 없는 게임에서 오는 피로감의 누적으로 확전의 가능성보다는 절충적 타협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중국이 받는 타격이 초기에는 있는 듯하였으나 상당히 흡수해가는 양상인 반면, 미국의 대중(對中) 적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미국경제의 침체로의 반전 가능성 부상 등이 타협 쪽으로 가게 하는 요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개인적 성격과 관련된 예측 불가능성과 미중간의 헤게모니 갈등이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향후 남은 불확실성의 주된 요소이다. 반면에,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는 한국 산업에 결정적 타격을 주지 못한 일본의 자충수였던 측면이 부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시일 내에 근본적 해결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여전한 불확실성이다.

 

  미국경제가 최저의 실업률 등 실물지표상으로는 좋지만, 장단기 금리 역전 등 금융자본 시장 면에서의 침체로의 반전 가능성도 불확실성 요인이고, 중국경제가 어느 선에서 성장률을 방어할지도 불확실하고, 유럽의 경우 점점 확실해지는 브렉시트(Brexit)도 그 구체적 파급효과의 양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만, 미국경제가 어느 정도 하강적 상황을 보일지라도 급격한 침체의 확률은 적어 보이고, 일본에서는 아베의 ‘세 개의 화살’ 정책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이 그나마 긍정적 요소이다.

 

 이어서 한국경제의 고군분투를 살펴보자. 2019년 경제성장률 2%가 하나의 마지노선적 가늠자로 논쟁의 초점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보듯이, 2019년의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최대 2%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히려 2020년도에 대해서는 2%를 근소하게 상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해본다. 사실, 2018년 10월쯤에 2019년도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3%였으니, 2%를 달성해도, 예상보다 1%포인트 정도 하회하며, 한국경제가 고전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저성장에는 국내 정책 요인도 당연히 있지만, 미중 갈등과 관련하여 10개월이 넘는 유례가 없는 수출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한국보다 더 수출비중이 높고 (한국 42%, 독일 46%) 중국과의 거래가 많은 독일경제도 2019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였다.

 

  이렇게 볼 때, 2020년이 2019년보다 성장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전망이 실현되는 가장 큰 전제는 미중간의 협상이 스몰딜은 넘어 빅딜형 타결이지만, 2020년에도 미중 경제 갈등이 봉합이 안 된다면, 그래서 수출 회복이 없다면, 이 예상은 틀린 것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분석은 무역의존도 70%내외의 높은 개방성 때문에 한국경제가 그만큼 대외변수에 민감함을 반영한다.
또 하나의 회복 가능성을 꼽는다면 5G 혁신으로 인한 반도체 사이클이 회복될 가능성이다. 그리고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이후 정부가 그동안 4차 산업혁명 분야 대비, 찬밥 신세이던 소재•부품•장비 소위 ‘소부장’ 산업부문 및 각종 연구개발에 거의 10조 가까운 막대한 자금 투입 증가를 결정했다는 점도 감안할 수 있다. 즉, 투자율이 전년도보다 상승할 것을 고려한 것이다. 즉 몇 가지 전제 하에서, 상반기까지 심각한 침체를 겪은 후 하반기부터 조금씩 회복되는 이른바 상저하고(上底下高)의 양상을 예상해 본 것이다.

 

  내수부문 중 정부소비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지속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이나 민간소비는 회복세가 여전히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복지, 보건 쪽으로 방향을 튼 새로운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단들과 이전지출 증가만으로 민간소비를 회복으로 이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투자의 경우 국토균형발전과 생활형 SOC 확충, 안전 및 도시재생 사업 등에 대한 재정투입의 영향이 2020년 하반기부터는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간투자로의 확산은 두고 볼일이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2년 연속 9% 중반의 지출 증가율을 보이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민간으로 파급되는 지가 경기회복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금리의 경우, 전반적 인하라는 세계적 추세와 크게 어긋나지 않은 수용적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가계부채나 부동산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잡기 위해 대출 기조는 더 조이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또 하나의 축인 공정성장 정책, 구체적으로 상법 개정이나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도 선거 등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어찌될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노사관계나 고용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집권 후반기로 들어서는 2020년에 새로운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추진하는 등의 극적 변화는 어려워 보이며, 오히려 대형 이슈가 없어서 큰 불확실성은 없다는 소극적 차원에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크게 볼 때 2020년의 성장률이 2019년보다 비슷하거나 약간이라도 나을 수 있다면 그런 근거 중의 하나는 2019년의 성과가 워낙 안 좋았던 데에 따른 소위 기저효과(基底效果)일 것이다. 즉, 전반적으로 지난 2년의 경제정책이 새로운 성장성을 창출하기보다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같은 기존 정책의 부작용을 흡수하는 차원의 것들이 대부분이지 않았나 하는 인식과 궤(軌)를 같이 한다. 주식시장이 2020년에는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몇 가지 전제 조건 (미중타협, 반도체 회복, 금리약세 기조)이 있긴 하지만, 위에서 성장 전망을 할 때 언급한 기저효과 비슷한 경기순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유일하게 새로운 성장성을 지향하는 적극적 정책이 일본 덕에 힘을 받은 ‘소부장’ 중심의 혁신성장 정책이다.

 

 그런데 여기에 퍼붓는 돈들이 효과로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주52시간제의 탄력적 적용, 화학물질과 관련된 각종 규제 (소위 화평법, 화관법) 등이 같이 다루어져야 한다. 이런 규제에 가장 어려움을 격는 대상이 중소기업들임을 고려할 때, 보다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가령, 화확물질의 안정성에 대한 검증등 을 원스톱으로 해주는 센타같은 설치 운영하는 것들이다.

 

  더 나아가서 근본적으로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4차산업 혁명과 이에 따라 도래한 디지털 사회2.0 시대에 맞는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즉, 과거 한국이 디지털시대 1.0에 맞는 초고속 인터넷망에 과감히 투자한 것이 성장을 한동안 이끌었듯이, 디지털시대 2.0이 필요로 하는, 교육, 헬스, 노동시장, 도시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즉,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경기가 단기적으로 상하로 변동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데, ‘단기 변동 속에 추세적 하락’이라는 한국경제의 근본적 리스크를 대비하는 장기 성장정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성장성을 확보 못하고,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2% 부근이나 그 밑으로 하락한다면, 이런 경제상황에 더 민감하거나 취약한 계층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이는 집권 만 3년이 되는 시점에 치루는 중간평가라는 불리한 프레임 하에서 총선거를 치루어야 하는 집권당에게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 상황의 안 좋음만으로는 표가 크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고, 북핵 협상의 반전 가능성 등의 변수가 있다. 또한 여러 유리한 조건들을 야권이 얼마나 잘 활용하는 가에도 선거 결과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쨌든 2020 선거 결과는 현 정부의 남은 2년간의 경제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기업들은 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ifsPOST>


 ※ 이 글은 <이근 외, 2020 한국경제 대전망 (21세기북스 刊)>의 주요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7
  • 기사입력 2020년01월0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1월08일 22시55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