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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째 하원이 지역구 435석 그대로인 미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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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2월1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2월11일 16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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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미국의 하원은 지역구로만 435석이었다. 108년의 세월이 흐른 2019년, 지금도 미국의 하원은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원 43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100여 년이 지났지만 435석 그대로다. 

 

그 기간 인구도 많이 증가했을 텐데, 의원 숫자를 전혀 늘리지 않은 것이 신기했다. 데이터를 확인해보고 싶어 미국 인구조사국 홈페이지에 가보았다. 미국의 인구는 그 기간 당연히 크게 늘어났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지역구의 평균 인구수를 보았다. 1910년 21만 328명에서 2010년 71만 767명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지역구 국민이 3배나 증가했는데도 의회나 의원들은 의원 수를 100년 넘게 늘리지 않은 것이다. 기회만 생기면 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주장이 나오곤 하는 한국 정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친에 미국 하원의 역사를 좀 더 살펴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지난 100여 년의 역사에서 의원 수가 늘어난 적이 한 번 있었던 거다. 60년 전인 1959년의 일이었다. 

그럴만했다. 미국은 새로 편입된 알래스카 주와 하와이 주를 위해 1959년에 하원의원 정수를 2명 늘렸다. 총 437명이 됐다. 

그런데, 그 다음이 인상적이다. 미국은 1년 후인 1960년 인구조사를 통해 ‘의원 수 할당’을 다시 했다. 도로 2명을 줄였고, 1962년 선거부터 의원 정수는 435명으로 되돌아갔다. 

20명도 아니고 겨우 2명 늘린 것이었고, ‘알래스카/하와이 주 신규 편입’이라는 늘릴만한 이유도 충분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증원한 다음해에 바로 의원 수 할당을 다시 해 다른 지역에서 2명을 줄여 435명으로 되돌려놓았다.

 

사실 민주정치의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 대비 의원의 숫자 자체가 적은 나라다. 한국은 인구가 약 5170만 명인데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미국은 인구가 3억 명이 넘고 국토 면적도 우리의 98배에 달한다. 그런데 의원 숫자는 지역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의원 435명과 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 100명(각 주당 2명)만이 있다. 상원은 연방제 국가의 특성상 존재하는 것이니, 한국의 국회의원에 해당되는 것은 하원의원 435명인 셈이다.

우리나라보다도 인구 대비로 적은 의원 숫자 ‘435’를 100여년 넘게 ‘고지식하게’ 그대로 유지하려 애쓰고 있는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요즘 한국정치는 ‘혼돈’ 그 자체다.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 문제로 범여권과 제1야당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중 선거법 개정은 양당제 중심의 한국정치를 다당제로 바꾸는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28석 늘려 총 75석으로 확대(지역구는 28석 감축)하고 그 배분방식을 연동형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인데,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에 유리하다. 

 

논의 과정에서 한 때 아예 ’이참에‘ 의원정수를 10%(30석) 늘려 330석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기까지 했었다. 범여권의 협의 중에 지역구 감소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불만을 드러내자, 그럼 의원 정수를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온 거다. 법을 개정하면 될 텐데, ’의원 2명 증원‘도 ’벌벌 떨고‘ 안 했던 미국 정치인들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의원 30명 증원‘ 주장이 국민의 반발 때문에 수그러든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지금도 범여권 정당들은 각자 유불리를 따지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개정안인 ‘225(지역구)+75(비례대표)’에 줄어드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가 크니, ‘240+60’안이 나왔고 최근에는 ‘250+50’이 후보로 떠올랐다. 후자는 사실상 비례대표 의원의 배분 방식만 군소정당에 유리하게 고치는 방안인 셈이다. 어쨌든 범여권 정당들은 의원내각제도 아닌데 사실상 ‘연립정부’ 형태로 한국의 정치를 바꿀 가능성이 높은, 이렇게 중요한 선거제도 개정을 제1야당의 반대 속에 강행처리할 태세다. 

 

이번 선거법 개정 추진 과정에는 ‘국민’이 빠져있다. 몇몇 정당과 의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계산하며 비례대표의원 숫자와 배분 방식을 놓고 ‘흥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미국 의회 108년사’에서 우리는 보았다. 미국은 정당이나 의원들이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제도의 틀’을 바꾸지 않았다. 그들도 치열하게, 때로는 지저분하게 정쟁을 벌이는 정치인들이다. 그들이라고 의결정족수인 과반 의석 확보했을 때 자당이나 의원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선거제도를 바꾸고 싶은 ‘유혹’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치인들은 국민을 존중하며 ‘기본’을 지키고 우직하게 선거에 임했다. 미국이 왜 인구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08년 동안 ‘하원의원 숫자 435’를 지키고 있는 건지, 우리 정치가 돌아보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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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2월1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2월11일 16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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