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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16)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1월16일 18시53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16일 18시52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본문

제가 저 스스로에게 (실은 저의 아내에게도) 부과한 과제 '빠리 구석구석 돌아보기' 프로젝트도 이제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이번 주일은 뮤지엄 패스를 구입하는 바람에 무척 심하게 달렸습니다. 어제부터 조금 쉬어 가면서 하자고 마음은 먹었습니다만, 욕심이 있으니 쉽지는 않겠지요. 어제 저녁에 호텔 옆 약국에서 지금까지 먹은 기침약이 잘 안 들어서 기침이 조금 짙어졌다고 설명하고 다른 약을 지어와서 먹고 있습니다만 연신 두 사람이 기침 코러스를 하면서 다니네요. 특히 오늘은 이곳 날씨가 갑자기 변하여 최저 14도 최고 24도에 머무르고 구름도 끼고 바람도 조금 불고 하니 참으로 춥다는 느낌을 가지며 다녔습니다. 저희 기침이 더 심해져서 감기로 바뀌지 않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빠리의 북쪽에 있는 유명한 벼룩시장을 들르고 오후에는 오페라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근처에 있는 마들렌느 성당과 방돔 광장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생각으로는 이 정도는 그다지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이 계획이 좀 꼬여 버렸네요. 하나는 오늘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혁명기념일이라 빠리 중심거리에서 큰 행사와 퍼레이드가 벌어져서 빠리 남쪽에서 북쪽으로 버스가 지나가지 못하게 되어 버려서 처음에 버스를 타려고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결국 엉뚱한 지하철을 타고 가서 먼 곳에 내려 걸어가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고요. (저녁에는 에펠탑 근처에서 불꽃놀이도 벌어진다는데 저희 기침쟁이 노인들은 포기했습니다.) 두번째는 예상치 못한 행운이 따라서 마들렌느 성당에서 1시간 정도 잡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빠리 벼룩시장은 우리가 가려는 Porte de Clignancourt 근처에서 주말에 열리는 생투앙 벼룩시장 (Marche aux Puces de St Ouen) 외에도 여러 곳이 있지만 이곳이 가장 유명해서 흔히 이곳을 생투앙을 떼고 그냥 벼룩시장 (Marche aux Puces)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벼룩시장이 가까와지자 이미 근처에 가기도 전에 선글래스를 양손에 들고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접근해 왔습니다. 다 뿌리치고 열심히 다가갔더니 시장의 분위기가 확 다가왔습니다.

본래 이곳은 1920년대에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처음에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이민자들 사이에 의류, 신발, 생활용품 등을 중심으로 값싸고 질이 낮은 제품들과 중고물건들을 거래하는 Malik 시장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이곳을 지날 때 사진을 찍으면 자기 얼굴이 들어가게 하지 말라고 위협적으로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불법이민자들도 다수 일하고 있는 듯.)

그외에도 여러 가게들이 한 그룹을 형성하여 섹션을 나눈 별도의 시장들을 형성하였는데 저희가 둘러본 시장들만 해도 Passage, Biron, Antica, Vernaison, Malassis 등 매우 많았습니다. 이들 시장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가게들을 열고 있었는데 저희들에게는 묘하게도 Vernaison 시장이 가장 친밀감을 주어서 (가게가 대체로 지나가는 손님들이 접근하기 쉽게 밖으로 활짝 열려 있고 물건들도 밖으로 전시되어 있는 데다가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길 주변에 형성된 가게 주인들이 정다운 모습으로 느껴져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Vernaison 시장은 별도로 묶어 사진으로 담습니다.

Vernaison 시장을 비롯하여 이곳의 모든 시장들이 다루는 물건들은 위에서 언급한 Malik 시장의 생활용품 외에는 결국 가구, 골동품, 그림, 각종 조각품, 수공예품 등이 중심인데 일부 가게들은 구 LP판과 CD, 전축, 잡지, 동전, 그리고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의 이국적인 물건들을 전시하여 지나가는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시장들의 사진들을 먼저 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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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Vernaison 시장의 물건들을 묶습니다. 여기서 저의 사진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가게들이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었다는 의미기도 하지요. 작은 구슬같은 소품들을 고르고 있는 일본인 부부가 사진에 들어오기도 했고, 유리로 된 거실 탁자 받침이 곤충 모양을 하고 있는 물건도 진열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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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곳에서 약 1시간 반을 보내고 버스를 타고 오페라 지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이곳도 빠리 중심가이지만 행사하는 위치보다는 약간 위쪽에 있어 버스가 여기까지는 무사히 왔네요.) 그곳에 내려 그곳 길 이름에 걸맞은 (리슐리외 가: rue de Richelieu) Le Cardinal (추기경)이라는 식당에 앉아 링귀네 빠스타를 먹고, 커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체력 보충을 잘했습니다. 오후도 갈 길이 머니까요.

아침에 계획한 세 곳을 보러 가기 전에 리셜리외 길을 죽 따라 더 내려가면 루브르에 당도하기 전에 있는 Palais Royale (직역하면 왕궁: 그러나 처음에는 리슐리외 재상의 전성기에 그가 짓고 (루브르 궁 바로 옆에!!!) 살고 있었던 곳인데 그가 실각한 뒤 왕실에 헌납된 뒤 이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옆 길의 이름으로는 리슐리외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요.)

내려가다 보니 진짜 증권거래소 (Bourse: 그저께 퐁피두 센터 방문 때 본 것은 신관을 증축하고 있었던 듯. 그 신관 동쪽 편에 이 건물이 있음.)가 있어 사진 한 장을 찍었더니, 그 바로 옆에 로이터와 함께 세계 2대 통신사로 불리는 AFP 본부가 있어서 또 한 장, 그리고 금융감독원 건물도 찰깍, 보수 중인 국립도서관 (Bibliotheque National de France)도 한 장 찍고 그러면서 빨레 루아얄에 겨우 당도했습니다. 그 중간에 서 있는 몰리에르 동상도 한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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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이 빨레 루아얄이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 심지어는 근처에 왔는데도 어느 곳에 있는지 잘 몰라 궁금해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실은 혁명과 나폴에옹 제정을 겪은 후 복구된 프랑스 왕실은 가난해져서 이 빨레 루아얄의 바깥쪽 건물들을 상인들과 부자들에게 분양해 버렸는데 그 가게들이 차지한 바깥 건물들이 완전히 빨레 루아얄을 둘러싸고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이네요. 가게들 틈 사이로 몇 군데 나 있는 입구 중에 가장 큰 입구로 들어갔더니 가운데 건물의 중요한 부분은 헌법재판소 (Conseil Constitutional)가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중의 건물들이 둘러싸여 있는 더 가운데 부분으로 들어가면 빨레 루아얄 정원이라는 공간이 나오는데 이곳이 그야말로 쉬기는 적당한 장소임을 와서야 발견했네요. 주변 프랑스 시민들도 들어오지만 관광객들도 힘든 걸음을 잠시 멈추고 젊은이들은 샌드위치 등의 점심을 나누어 먹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공간이 폭 30m, 길이 150m는 될 정도이니 리셜리외의 당시 위세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멋진 벤치에 앉아 쉬면서 사온 Le Monde도 잠시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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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쉬었으니 본격적으로 아침에 계획한 세 곳을 방문해야지요. 먼저 방돔 광장부터. 이곳은 차를 몰고 지나다 보면 녹청색의 철 구조물이 광장 한 가운데에 서 있어서 궁금해 했는데 가운데 기념물은 처음에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거대한 기마상이었다고 합니다.  그 기념물은 프랑스 대혁명 때 부수어지고 1810년에 나폴레옹이 오스테를리츠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200개의 적군 대포를 녹여서 지금의 철 구조물을 만들고 그 구조물 겉면에는 주로 전쟁 장면을 부조로 묘사해 두었네요. 맨 꼭대기 인물상은 물론 나폴레옹 자신인데, 이 인물상의 운명도 기구해서 처음 나폴레옹에서 1814년에는 앙리 4세, 다시 나폴레옹, 1871년 빠리꼼뮌 시절에는 철구조물 자체가 무너졌다가 제3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원래의 나폴레옹 상으로 복원했다고 합니다. 방돔 광장 주변 건물들은 예전부터 유명한 보석상들이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중요한 브랜드들이 광장 건물을 덮는 광고를 내걸고 있네요. Chaumet, Chanel  등등. 반대쪽에 걸려 있는 Hermes 광고판은 그 밑의 법무부 명판까지 덮어서 그랬는지, 아예 아랫 부분의 건물 모양까지 그림을 만들어놓고 법무부 명판도 그려 놓았네요. 프랑스도 이제는 비즈니스 위주인가 봅니다. 빨레 루아얄을 나오자마자 만난 프랑스 연극/공연의 전당인 꼬메디 프랑세즈 (Comedie Francaise) 간판과 그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악사들 사진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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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마들렌느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묘하게 이 주변 방문처들은 약간 기구한 변화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1764년에 고대 그리스식 건물을 모방해서 지은 이 건물은 당시 여러 가지 용도를 염두에 두었는데 의회, 도서관, 증권거래소, 상사중재원, 중앙은행 등 다양한 용도가 논의되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그답게 자신이 이끈 군대의 영광을 기리는 건물로 만들려고 했다네요. 1814년 루이 18세 시대에 결국 성당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 있는 성당 치고는 참으로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입구에서 종이 한 장씩을 나누어 주어서 들여다봤더니 15분 후인 4시부터 성당 입구 쪽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가 열린다고 하네요. 이런 연주회는 2주 걸러 일요일에 열린다고 하는데 저희가 그 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했으니 참으로 행운이지요. 오늘 연주는 독일 함부르크 등지의 해외에도 진출했다가 지금은 프랑스 브리타니 (영어식 지명: 불어로는 브르딴뉴: Bretagne) 지방의 주도시인 렌 대성당과 주요 관광지인 생말로 대성당 두 곳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하는 Loic Georgeault가 멘델스존을 비롯한 네 명의 작곡가들의 오르간곡을 연주하였습니다. 아주 공식적으로 사회자가 소개도 하였고, 연주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약 100명 정도의 청중이 모여들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남들이 하는 대로 중간 휴식시간에 5유로 정도의 헌금을 내고 생전 듣지 못할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한 시간 듣게 된 것이죠. 그래서 오페라 방문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5시에 나와 호텔로 복귀했습니다. (그래도 1만5천보를 넘어 걸었네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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