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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11)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0월1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0월11일 13시31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본문

오늘은 제가 이 글을 쓰는 네이버 블로그가 제가 글을 올려야 하는 시간에 수리작업을 해서 이곳 시간으로 어제 저녁에 다 써놓고 할 수 없이 이제야 올립니다. 양해해 주세요.

 

오늘은 제가 빠리지앵 되어보기를 포기하고 보통 관광객의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 실은 그저께 과감하게 사 버린 뮤지엄 패스 탓이지요. 이 녀석의 유효기간이 금요일까지니까 부지런히 미술관, 박물관, 성, 그리고 기념공원 등을 가 보아야 하게 되었으니까요. 힘이 나면 하루 3개 정도의 장소들을 가 볼 수 있겠는데, 제가 이제 막 기력을 회복하려 하니까, 그만 어제 루앙에서 기력을 다 쏟아버린 아내가 감기기가 있다며 힘들어하기 시작하네요. 그래서 오늘은 약소하게 두 곳만 (오르세 미술관과 개선문) 가 보기로 했습니다. 빠리 날씨는 오늘도 아침에는 춥다고 느낄 정도로 시원 따뜻한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입니다.

 

마침 오르세 미술관 (Musee d’Orsay)은 호텔에서 세느강까지 나간 뒤 강변을 따라 걸어가면 천천히 가도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어서 10시 조금 넘어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전날인 월요일 휴관 탓일까요? 휴관 후에 막 여는 화요일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이미 거대한 표 사기 행렬이 만들어졌는데, 이를 보고서 ‘역시 뮤지엄 패스의 위력이 크네.’라고 외치면서 안내판을 따라갔습니다만 이미 그곳도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10 여분 후에 겨우 입장할 수 있었네요. 본래 오르세 미술관은 예전에 역으로 쓰던 곳을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입구에 딱 들어서면 프랑스 여느 기차역과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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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들은 0층에서 5층까지 총 6층으로 나뉘어 전시되어 있는데 흔히 하듯이 들어가는 층부터 시작하면 나중에 중요한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실로 올라가면 힘이 다 빠져 버려서 주마간산 관람이 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저희는 바로 5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빠꼼이는 저희만이 아니어서 그곳도 인산인해. 그래도 시작이라 어느 정도 힘이 있으니 열심히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피곤해 하던 아내도 그림을 보니 조금 기력을 찾아 부지런히 사진도 찍고 설명도 읽고 열심이었습니다. 

 

5층 전시에는 우리가 익히 알던 대표적 인상파 화가들인, 마네, 모네, 르노아르, 세잔느, 고갱, 고호, 드가, 로트렉, 쇠라, 피사로, 시냐끄, 다미에, 코로 등의 그림들이 잘 전시되어 있어서 미술학도들은 물론이고 일반 관광객들도 그림에 눈을 뜰 수 있는 좋은 곳인 셈입니다. 그림들과 그 옆에 쓰여 있는 화가 이름과 그림 제목 등의 사진을 찍었는데, 제가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들까지 찍으니 수십장이 넘습니다. 그 중에 다시 골라 사진을 두 번에 나누어 올리니 여러분들도 그림들 사진을 보고 어느 화가의 것인지 한번 맞추어 보세요. (몇몇 그림들은 불빛 혹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반사되어 사진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찍지 않은 그림들이 열 배 정도 많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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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은 종종 좋은 기획 전시도 하는데 이번 여름에는 퀘벡 국립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댈러스 미술관, 그리고 빠리의 오랑주리 미술관 등과 공동으로 기획한 ‘모리조 (Berthe Morisot)’ 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다른 일정으로 이미 전시했다고 합니다.). 모리조는 여성 화가로 작품에는 계속 그녀의 처녀 때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인상파의 선구자 역할을 한 에두아르 마네의 동생 외젠 마네와 결혼하여 마네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되었고, 그녀의 그림에 쥘 마네라는 예쁜 소녀가 자주 등장하는데 바로 그녀의 딸이라고 합니다. 2층에서 열린 이 화가의 특별전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모든 그림들에 모리조라는 화가가 가진 여성으로서의 섬세함과 특유의 탄탄한 기본기, 그리고 또 한 가지의 놀라운 점까지 합쳐져서 만들어진 즐거움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이 기획전에 참여한 미술관들만이 아니라 뉴욕, 토쿄, 덴버 등의 미술관에서도 그림들을 대여해 오고 심지어는 개인 소장 그림까지 동원해 낸 오르세 미술관의 기획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가 감상한 대표적인 모리조의 그림들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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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조금 전에 시작한 저희들의 미술 공부는 (아내의 그림에 대한 열정까지 더해져서) 오후 2시 10분쯤 끝났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개선문 근처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겠다 싶어 루브르 쪽으로 세느강을 건너간 뒤 발견한 튈르리 공원 내에 열린 야외 식당 중 한 곳에 앉았습니다. 이곳은 공원의 흙바닥에서 일어나는 흙먼지를 간접적으로 먹는 각오를 해야 하고 서비스도 그다지 좋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저희가 시킨 음식에 친 소스의 맛과 재료의 신선도가 괜찮았기에 그냥 용서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Pavillion de Tuilleries. (세느강을 건너면서 보행교인 솔페리노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도 올립니다.)

 

그리고 튈르리 공원을 나서면 바로 유명한 꽁꼬르드 광장.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가 유명하지요. 그곳에서 한국산업의 자랑 중의 하나인 갤럭시 10+ 광고 사진 앞에서 한 컷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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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하게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 잔씩 하니 이미 4시경이 되었네요. 1호선 전철을 타고 개선문으로 갔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개선문 (Arc de triomphe)’라고 쓰여 있는 출구를 잘 찾아 나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야 연결이 쉽습니다.). 이곳에서도 뮤지엄 패스의 혜택을 받았지만 역시 표를 마련한 사람들의 줄조차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곳도 10 여분 후에 입장. 개선문은 높이 50m, 272개 계단을 단숨에 올라가야 하므로 약간의 체력 테스트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숨을 골라가며 꼭대기인 테라스 (Terrace)에 올라서면 그 정도 노력의 보상으로는 과분하다 할 만한 경치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개선문을 건설할 때 주변이 아직 들판과 경작지들만 있었던 점을 이용해서 과감하게 대로들을 사방팔방으로 만들어놓은 질서정연한 빠리의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에펠탑, 몽마르트르, 노트르담, 빵떼옹, 앵발리드, 몽빠르나스, 라데팡스 등의 유명한 기념물들을 식별해 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게다가 높은 곳이라서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도 올라온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입니다. 중간 지점에서 보여주는 개선문 건설 역사 영상물도 쉬면서 볼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려온 뒤에 좀더 자세히 개선문을 살펴보면 건립 당시까지의 전쟁에서 죽은 장군들과 장병들의 이름들이 사방의 벽면에 가득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건립 이후 프랑스가 겪은 근대의 전쟁들, 1-2차 세계 대전, 인도차이나 전쟁, 알제리 독립전쟁,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군인들의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밑바닥 보도에 근대의 전쟁 이름들도 동판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처음 표현에 문제가 있음을 아내가 날카롭게 지적했네요.) 이 개선문이 나폴레옹의 명으로 만들어졌고 그를 기념하는 조형물이라고만 알려졌는데 개선문 역시 프랑스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영령들을 (무명용사까지 포함하여) 기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과 이곳에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와서 그 사실을 목도한다는 점이 저를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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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9년10월11일 13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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