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5년 예산안에 대한 소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12일 20시0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01분

작성자

메타정보

  • 27

본문

2015년 예산안에 대한 소회
국회는 지난 2일 내년 우리나라 살림살이 규모를 375조 4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확정된 예산 규모는 당초 정부안보다는 6000억 원 삭감되었으나 작년 대비 19조 6천 억 원 늘어났다.
 

 확정된 2015년 예산안의 주요 증액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먼저, 최대 쟁점 사항이었던 누리과정 예산을 목적예비비 형태로 5,064억 원 편성했고, 지역 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정부안보다 4000 억 원 늘린 24조 8000 억 원으로 확정하였다. 또한 재난·안전 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하고 담배 개별소비세의 20%(3,141억 원)를 이의 재원으로 할당하였고,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에 따른 부양의무자 기준완화로 기초생활보장급여가 8조 7000억 원에서 8조 8000 억 원으로 1000 억 원 증액되었으며,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을 위한 비정규직 전환 지원금 예산, 노후병영생활관 시설 지원예산, 보육교사 근무환경개선 등에 대한 예산이 증액되었다. 반면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개발 및 방위력 개선 지원사업 등에 대한 예산은 삭감되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하천유지 보수 예산 250억 원, 평화의 댐 치수능력 증대 예산 131억 원, 경인아라뱃길 사업 지원 예산 100억 원, 수자원 공사 지원 예산 80억 원, 유전개발사업출자금 예산 580억 원, 한국광물공사 출자금 예산 338억 원, 방위산업 비리의 여파로 KF-16전투기 성능 개량 사업 예산 630억원, 아파치헬기 사업 예산 600억 원 등이 각각 삭감되었다. 이와 같은 증액 및 삭감으로 2015년 우리나라 예산은 정부안보다 사회복지 및 사회간접자본 부문에 대한 예산이 더욱 증가해 전형적인 경기 탈출형 예산 형태를 보이고 있다.

 

2014121220283v12rvxm6v.jpg
 

2015년 예산이 확정된 후 언론에 비쳐진 여·야·정부의 모습은 ‘네 탓 공방’을 벌였던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2015년 확정예산에 모두들 상당히 만족한 듯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안을 헌법이 정한 법정 시한 내에 처리했다는 것을 큰 성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아마도 다른 해에 비해 예산이 연초부터 바로 집행이 가능해져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의 모습과 확정된 예산안이 과연 국민의 복지를 우선시하고 국익을 증진시키려는 국회의 모습이었고 예산안이었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많은 아쉬움과 여운이 남는 국회이고 예산안이었다. 이유는 다음의 4가지이다.
 

 첫째, 정부안에 대한 국회의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 하기 때문이다. 국회에 정부 예산안이 제안된 것은 9월이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간 공방으로 국정감사 일정이 늦추어져 11월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심사가 이루어졌다. 이렇다 보니 상임위원회를 거쳐 올라온 예산을 본격적으로 심사하고 조정하는 예산결산소위는 11월 16일에야 처음으로 열렸다. 과연 2주 동안 정부의 모든 예산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심사하는 것이 가능한가?
 

 둘째, 정부 예산안이 확정예산으로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 법에 따라 여·야가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끝내지 않을 경우 정부 예산안이 자동으로 본 회의에 부의되고 부의되면 정부안이나 수정동의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키게 된다. 이렇다 보니 여당은 야당과의 합의를 통해 예산을 확정하고자 하는 유인이 줄어들게 되어 기획재정부 안이 상당 부분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 예산 견제 및 심사 기능이 약화되는 셈이다.
 

셋째, 구태로 이어져오던 관습들이 올해도 여전히 재현되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관행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분야가 사회간접자본(SOC)이다.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정부안보다 4000억 원 증액되었고 그 중 도로와 철도를 새로 짓는데 들어가는 예산이 33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정부안에도 없었던 예산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4000억 원 증가헀다는 것은 이른바 ‘쪽지예산’ 관행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넷째, 국회도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나라이어서 해외 충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국가는 구조상 해외층격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소비 규모가 큰 대규모 개방국가에 비해 국가 재정건전성이 국가 경제에서 갖는 의미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 및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무엇보다 정부의 곳간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정부안에서 6,000억 원이 삭감되어 재정건전성이 다소 향상된 듯 보인다. 그러나 삭감된 내용을 보면 재정건전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재정건전성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2015년 예산안의 세입이 달성 가능한 성장률을 전제로 했는지에 대해 먼저 따졌어야 했고, 삭감은 항구적으로 지출을 증가시킬 부문에서 이루어졌어야 했다. 이 부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예산이 증액되었고 예산이 삭감된 부분은 4대강이나 방위산업 부문과 같이 최근 비리가 발생하였거나 전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는 사업이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당장 곳간이 비더라도 힘든 서민의 살림살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정부는 여기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출을 늘리더라도 하나하나 따져보고 실효성 있게 늘려야 한다. 이것이 국회가 할 일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의 상황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1990년대 상황과 너무나 흡사해 우리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필자도 그렇다. 왜냐하면 일본은 지속적인 성장과 경상수지 흑자로 그나마 가계의 살림살이 상태가 양호했던 반면 우리나라 가계는 부채 1,000조가 말해주듯 장기 불황 국면에 빠질 경우 지탱할 여력이 충분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진취적인 우리의 젊은이들과 기업들의 모습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각 자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일반 서민들의 모습에서 아직은 생동감이 느껴져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 애써 위안해보지만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4,000억 원의 예산을 증액하는 국회와 눈앞의 성과에 연연해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자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뇌리에 맴돈다.

 

20141212202242601567ils.jpg
 

27
  • 기사입력 2014년12월12일 20시0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01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