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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언론의 특징과 속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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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2월08일 20시0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26분

작성자

  • 이성현
  • 일본 규슈대 교수 (前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팬텍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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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언론의 특징과 속성
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8만6000여 명이 사망한 후 베이징의 한 대학 언론대학원에 관방학자들이 모였다. 중국언론이 이번 재난을 어떻게 보도했는가를 토론하기위한 자리였다. 대학원의 공산당 당(黨)서기가 언론이 취해야 할 보도방식을 간단히 요약하며 다음의 표현을 썼다. “大局意識!” 모임은 그것으로 정리됐다.   
 
대학원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대학원장이 아니라 대학원 당서기다. 중국의 모든 기관 내부에는 공산당 세포조직이 들어가 있다. 이런 내부 서열은 웹사이트 등에 소개되어 있는 행정상의 서열을 우선한다. 공산당 직책은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명함에 잘 표기하지 않아 모를 수 있다. 공산당 세포조직 책임자는 기관 명함에는 종종 ‘부학장’, ‘부총장’, ‘부원장’, ‘부주임’ 식으로 주로 ‘부’(副)자가 들어가 있다. 사실은 실세인 경우가 많다. 중국에 가서 화나는 일이 있으면 한국식으로 “사장 나오라고 해!”라고 하면 효과가 없을지 모른다. 차라리 “여기 부사장 나오라고 해!”하면 어떨까싶다.   
 
“대국의식(大局意識)”은 중국에서 저널리즘 윤리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이라면 시험에 나오는 키워드다. ‘전반적인 큰 형국을 고려하는 의식’을 가지고 보도해야 한다는 말이긴한데 의미가 두리뭉실해 바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문맥을 자세히 이해하려면 중국 언론환경에서 이것이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지 체제 내부의 ‘풀이’가 필요하다. 
 
그날 내부 토론에서 나온 한 예는 ‘大局意識’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보여준다. 당시 지진 때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지진 피해지역이 산악지역이 많아 차량을 투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작업 초기에 ‘空降兵’이라 불리는 인민해방군 낙하산부대 요원들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희생자들이 발생했다. 중국 기자들은 이것을 보도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위에서 지침이 내려왔다. 보도 금지. 이것이 ‘大局意識’에 근거한 것이다. 
 
많은 희생자가 나서 국가적으로 침통한 상황인데 구조작업을 하러 들어간 인원들마저 죽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된다면 국민들 사기가 더욱 저하된다는 것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선한 거짓말’ (white lie)을 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실제로 ‘大局意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준거 중의 하나가 ‘국가 이익’이다. 눈 앞의 ‘사실’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 국익, 그리고 사회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논리는 언론이 체제 옹호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중국식 저널리즘은 서방식 저널리즘 이데올로기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서방 저널리즘은 ‘객관적 사실’을 추구하는 것을 이상적인 목표로 삼는다. 중국 저널리즘은 앞서 본 예에서처럼 ‘사실’ 자체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보다는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고 한다. 말이 다시 두리뭉실해지는 대목이다 중국 공산당 체제내에서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진실이 아니다. 소위 ‘사회주의 진실’이라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이 진실을 결정하는 주체가 ‘당’ (黨)이란 점이다. 즉, 공산당이 진실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체제내부의 논리로 보면 당은 오류(谬误)를 범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자의 역할은 당이 결정한 진실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 공산당체제의 언론관이다. 
 
간단히 요약했지만 실제 중국대학 도서관에 있는 언론관련 이론책들을 보면 마치 철학책처럼 딱딱하고 추상적고 거시적인 정치 수사로 뒤덮여 있어 읽는데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한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체제경험이 틀려 저항감이 드는 대목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중국이 이렇구나’ 정도로 알아두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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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정권유지를 위해 다양한 체제 논리를 개발했다. 특히 언론을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중요시 여긴다. 공산당의 기관지 인민일보의 총편집 직책은 장관급이다. 언론관리 실패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소련 붕괴의 원인을 경제개혁의 실패 외에도 언론통제 실패에서 온 민심이반으로 보고 경계한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종종 중국의 언론상황을 비판할 때 마다 중국정부도 이에 지지않고 외교부를 통해 “중국은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保障中国公民言论自由)고 꼭꼭 반박하는 이유다. 이를 서방국가가 다시 반박하면 중국은 또 이에 질세라 ‘서방 국가가 중국에 편견을 갖고 있다’고 반박한다. 마오쩌둥은 언론을 ‘전쟁터’(阵地)라고했다. 그 정도의 각오로 사수해야 할 결심이 중국은 되어 있다. 
 
이런 내용을 중국인에게 말하면 “외국인이 그런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신기해 한다. 개중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세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이 정치개혁은 더딘 것을 외국인한테 지적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요즘 중국은 그렇지 않다”고 하거나 “중국을 왜곡하고 있다”라고 한다. 필자도 낭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신문관(馬克思主義新聞觀)’
 
2012년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오전, 오후 두차례에 걸쳐 중국에 관해 특강을 할 때 였다. 대학원생 조교로부터 학생 중에 중국 인민해방군 장군의 아들이 유학생으로 와있다는 귀뜸을 받았다. 필자는 ‘장군의 아들’과 친분을 터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국연구는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 ‘천안문사태’등 중국인들이 민감해하는 주제는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런데 사단은 Q&A 시간에 벌어졌다. 한 학생이 필자가 강의 중에 잠깐 언급한 ‘마르크스주의 신문관(馬克思主義新聞觀)’에 대해 부연설명을 부탁했다. 그 학생 역시 공교롭게도 중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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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신문관’은 구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블럭의 해체 후 체제위협감을 느낀 중국공산당이 칭화대학 신방과 등 명문대학에 근년에 추가한 언론전공 필수과목이다. 나중에 다른 대학으로도 퍼졌다. 내용은 상당히 예측가능한 것들이다. 특히 공산당 산하 언론기관에 있는 기자들이 공산당의 강령과 원칙을 준수하고 공산당의 정신에 따라 기사 편집을 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추진 초기에 처음에는 일부 개혁성향 학자들이 반대를 하는 등 저항도 있었지만 중국 젊은 기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민일보 총편집 출신 판징이(範敬宜)가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글을 발표 하는 등 유명 기자들이 여론몰이에 참가하면서 현재 중국언론학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중국 관방방송국 CCTV의 간판 아나운서들이 각 대학을 순회하면서 강연을 하기도 한다. 알려진대로 마르크스 본인도 기자 출신인데 그는 사실 언론자유를 주장한 인물이다. 중국 공산당이 그의 이름을 이용하기에는 조금 궁합이 맞지 부분이다.  
 
여기까지 설명한 후 ‘장군의 아들’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그 옆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저 말 사실이 아니다. 요즘 중국은 그렇지 않다”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그 말이 커서 필자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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