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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의 시대적 함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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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8월13일 21시5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5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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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의 시대적 함의
‘12~’13년은 마치 한반도에서 “우주클럽” 가입을 놓고 남북이 경쟁하는 형국의 해였다. 한국의 나로 우주발사체는 ’09년과 ‘10년 두 차례의 실패 끝에 ’12년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3차 발사를 추진하였다. 하지만 두 번의 발사 준비에서 문제가 계속 발견되어 발사를 ‘13년 초로 연기하였다. 마침내 ’13년 1월 30일 나로 우주발사체는 우주로 솟아 100kg짜리의 탑재 위성을 300km*1,500km의 타원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켰다. 한편, 북한은 ‘12년 4월 대포동 2호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조한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하였으나, 130여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북한은 우리가 세 차례에 걸쳐 나로 우주발사체 발사를 연기한 틈을 타 지난 ’12년 12월 12일 은하 3호 로켓을 기습적으로 발사하여 성공했다.
 
  북한은 지난 ‘98년 이후 다섯 번째 발사 만에 위성을 일단 우주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12년 4월까지 네 차례의 실패는 1~3단 엔진의 폭발이나 단(段) 분리의 결함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하 3호 로켓의 탑재체인 광명성 3호 위성은 근지점 500km, 원지점 580km의 타원궤도로 올려졌다. 원래의 목표궤도는 500km의 태양동기 원궤도였지만 은하 3호 로켓의 궤도진입 정밀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위성은 타원궤도에서 돌고 있지만 초기부터 위성과의 교신을 포함한 영상촬영 등의 임무수행은 정상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은 영상을 촬영했다는 발표를 하거나 촬영 영상을 공식적으로 보여준 바가 없다.
 
  ‘12년 12월 북한의 은하 3호 발사 성공은 그 당시 세 차례에 걸쳐 나로호 발사를 시도했던 우리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사건이었다. ‘09년 나로호 1차 발사를 추진하면서 세계 9번째의 “우주클럽” 가입을 떠들었지만 실패하면서 바로 이란이 9번째의 위치를 점유했다. 이어 ’10년 2차 발사와 ‘12년 3차 발사를 추진하면서 다시 10번째의 우주클럽 가입과 우주강국의 지위를 자신했지만 이마저도 북한이 이 자리를 꿰찬 셈이다. 아마 북한이 우리가 나로호 3차 발사를 연기한 시점에서 의도적으로 로켓발사를 시도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 로켓 개발능력의 부족과 우월한 북한 로켓능력을 여러 번 과시한 바 있다.    
 
  우선 남한과 북한은 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리는 목적은 같지만 우리의 나로호와 북한의 은하 3호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북한의 은하 3호 로켓은 1단과 2단의 액체로켓엔진이 대포동 2호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1, 2단과 동일하다. 다만,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초속도를 주기 위해 3단 로켓을 별도로 개발해서 사용한 것이다. ‘12년 말 은하 3호 발사 성공을 통해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1단과 2단의 추진체를 검증한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우리 나로 우주발사체의 1단 로켓엔진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것으로 순수하게 발사체 전용으로 개발된 앙가라 로켓이며, 2단 고체로켓은 ‘90년대 순수 국내 과학로켓 개발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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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서로 가역적 관계에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상호 연계를 가지고 개발되었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 경우로서 군사적 용도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경제적 목적이나 로켓시스템의 시험 검증을 위해 우주발사체로 전환하여 발사하는 경우이다. 러시아의 경우 SS 시리즈의 군사적 용도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우주발사체(로콧, 디네플, 코스모스, 소유즈, 등)로 전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중국의 경우는 초기 발사체 개발에서 상용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 국내 개발한 위성을 발사하는 용도로 시작하여 현재 상용화로 확장되었다. 북한의 경우는 군사적 목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으나, 중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북한의 지정학적 상황으로 실질적 비행시험이 불가능하여 발사체로 전환하여 로켓추진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는 경우로 판단된다. 

  두 번째 경우는 평화적 용도의 우주발사체나 사운딩 로켓(Sounding Rocket; 과학로켓)을 개발하고 이를 군사적 용도의 탄도미사일로 전환한 경우이다. 브라질의 MB/EE 시리즈 미사일은 손다(Sonda) 시리즈의 사운딩 로켓을 기반으로 탄생하였다. 파키스탄의 하트프(Hatf)-1 미사일은 프랑스가 개발한 다우핀(Dauphin) 사운딩 로켓을 기반으로 개발한 단거리(사거리; 70~100km) 미사일이며 이 경우에 속한다. 

  세 번째의 경우는 우주발사체를 개발하였으나 이를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로 전환하지 않거나,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우주발사체로 전환하지 않아 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을 독립적으로 개발 운용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나로 우주발사체(KSLV-I)가 전형적인 경우이다. 인도의 저궤도 및 정지궤도위성발사체인 PSLV와 GSLV도 여기에 속하는 우주발사체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평화적 용도의 우주발사체 개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군사적 목적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 고체추진제 로켓으로 구성된 M-V 저궤도 위성발사체와 액체추진제 로켓으로 구성된 H-2A/B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능력의 추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본은 소행성 탐사 및 각종 비행체 근접, 랑데부 및 도킹시험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핵심기술인 지구 재돌입기술(Re-entry Technology)을 획득 하고 검증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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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다수 국가들은 우주개발 목표로 국민의 삶의 질 증진과 국가경제에의 도움을 들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민간 우주기술의 국가안보에의 전용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주기술은 곧 군사기술이다. 위성기술은 우주무기체계 기술로 전환되고 로켓을 사용하는 발사체 기술은 미사일 기술과 동일하다. 이런 연유로 중국은 ‘90년대 이후 군 주도의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를 빌미로 우주의 군사적 활용을 표면화하면서 공식적으로 군 정찰위성(정보수집위성; Information Gathering Satellite)을 개발하여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있으며, 현재는 다수의 전자광학(Electro Optics) 위성 및 전천후영상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을 우주에 띄워놓고 미사일 및 핵 목표물 등에 대한 감시정찰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의 은하 3호가 장거리 탄도미사일인지 우주발사체인지의 논란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북한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시험을 수행한다면 다른 나라와의 정치외교적인 마찰이 불가피하다. 북한도 그 정도의 게임은 원치 않을 것이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추진체 시험은 위성발사체 발사를 통해서도 검증이 가능하다. 위성발사는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보편적인 권리라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향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성능시험을 위해서라도 북한이 위성발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속내가 될 것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 대륙을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를 호언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민간 우주개발에서 고체추진제 로켓개발에 대한 제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불요불급하게 액체로켓엔진을 개발하여 우주발사체를 보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상당한 기술수준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고체로켓을 이용한 위성발사체 개발이 액체추진제 발사체 개발보다 훨씬 손쉽다. 나로 우주발사체 개발을 통해 액체로켓에 대한 기술이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값비싼 교훈도 얻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높은 추력의 위성발사체용 고체로켓 개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변환되어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미사일지침을 통한 고체로켓 개발의 제한은 평화적 목적의 우주개발에 여전히 장애요소로 남아 있다. 

 

  나로 우주발사체 개발 및 발사는 국내 독자의 우주발사체 기술과 경험 습득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도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가질 수 있는 과정으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얻은 것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나로 우주발사체 사업에 대한 평가는 후속 발사체의 독자적 개발을 위해 얼마나 실질적이고 효용성 있는 기술과 경험을 습득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나로 우주발사체의 후속으로 국내 독자개발의 한국형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 초기에 예측했던 개발비용은 약 1.5조원이었으나 현재 예산은 약 2조원으로 증가되었다. 물론 ‘20년까지 가면 개발비용은 3배 이상 넘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2020년에 달에 태극기를 휘날리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정부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대형액체엔진의 개발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도 한국형발사체의 개발기간은 오히려 초기 계획의 ’21년 첫 발사에서 ‘19년 12월 첫 발사로 단축되었다. 더구나 6개월만인 이듬해 ’20년 6월 저궤도위성 발사를 위한 한국형발사체 2차 발사를 수행하고, 이어 바로 또 6개월 이내에 달궤도선(Lunar Orbiter)과 달착륙선(Lunar Lander)을 이어서 발사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달탐사선 발사를 위한 우주발사체는 저궤도위성 발사체에서 상당한 설계 변경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궤도위성 발사체의 기술 안정화 이후에나 가능한 발사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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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지도 못하는 아이한테 뛰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국내 기술수준이나 인프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우주개발 일정을 조절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고도 탈도 많았던 나로 우주발사체가 바로 이런 희생양 사업이었다. 한국형발사체의 개발기간 단축을 경계하는 목소리에는 “이번에는 제대로 핵심기술을 확보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로켓엔진의 신뢰성은 연소시험의 시간 및 회수에 비례한다. 따라서 각 개발단계 별로 보다 많은 시험을 통해 신뢰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에 로켓엔진 및 발사체 개발에서 “빨리빨리”의 한국적 정서를 더 이상 적용해서는 안된다.

 

  우주발사체의 확보 필요성에 대해 정치적인 논리가 아닌 국가우주개발의 기반 확보와 국가안보 차원의 대비를 제시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들이 우주발사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국가안보를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과의 해양주권 및 영토분쟁은 대북 억지력의 확보뿐만 아니라 미래 국가안보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간 우주발사체를 개발하여 평화적 용도로 사용하고 궁극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확보를 통해 동북아의 세력 균형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 불안정한 동북아 환경에서 대북, 대중, 대일 억지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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