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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겸연쩍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8월12일 12시5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5시33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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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유있는 겸연쩍음

  지난주 수요일, 8월6일에 기획재정부의 2014년 세법개정(안)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올해 세법개정(안)의 비젼은 “경쟁력을 갖춘 공평하고 원칙이 있는 세제”로 기본방향은 경제활성화, 민생안정, 공평과세, 세제합리화로 정했다. 2013년 세법개정(안)에서 표방하고 있는 비젼 및 기본방향과 비교해보면 그래도 눈에 띄는 단어가 “경제활성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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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정부 제2기 경제팀은 MB정부때 낮추어준 법인세율로 인한 세절감효과가 투자나 임금인상, 배당 등으로 연결되지 않아 법인의 사내유보금만 늘어나서 이것이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막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 결과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신설하여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나왔다. 새 경제팀이 사내유보금에 대하여 과세하겠다고 처음 언급하였을 때 경제계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사내유보금과세로 표현되는 적정유보소득초과소득의 과세에 대하여 그것이 시행되었을 때의 많은 문제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당시만 하더라도 필자를 포함하여 문제점에 대하여 언급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도입한 적이 있었고, 미국, 일본, 대만에서도 제한적이지만 시행하고 있는 전통적인 적정유보소득을 초과하는 유보소득의 모습을 상정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였던 것이다.

 제기된 문제점의 주류는 

 첫째, 경제팀이 도입하려고하는 사내유보금과세의 독창성(?)에 관련된 부분 즉, 기존의 제도가 형식적 또는 실질적으로 제한적 제도인데 반해 일반적 제도로 운용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기존의 제도가 법인세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소득세율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징벌적 과세제도인데 반해 도입하려고 하는 제도는 전세계적으로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과가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둘째로는 일반적인 기업에 적용하는 것을 가정하여 사내유보금과세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나온 반론이 사내유보금은 그 성격상 모두가 현금은 아니기 때문에 과세해도 그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며, 이중과세의 문제, 사내유보에 대한 의사결정은 주주의 고유한 의사결정의 영역인데 그것을 침해하는 문제, 고율배당의 경우 개인주주보다 외국인주주의 혜택이 더커서 국부의 유출이 우려된다는 점, 개인소액주주의 비중이 높지 않아 국내소비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 않을수 있다는 점, 사내유보금과세는 결국 기업의 법인세부담을 증가시켜 법인세 인하추세에도 역행하며,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 사내유보금과세를 하더라도 투자가 촉진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그 논리로 내세웠던 것이다. 특히 투자가 늘어나지 않을 것 이라는 논리는 투자를 하더라도 사내유보금이 줄지 않는다는 명확한 회계적 논리에 근거하고 있으며 상식적으로도 기업이 세금을 피하기 위하여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금융기관이 작은 이자를 얻기 위하여 위험한 대출처에 거액의 대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제2기 경제팀의 사내유보금과세는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그 내용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내유보금과세의 모양이 아닌 변형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흐름의 변화는 기존의 적정유보소득을 초과하는 유보소득의 과세는 그 용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적정유보소득의 개념을 정의하고 그 범위를 초과하는 유보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모양이었는데 반해 현재 나온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모습은 적정유보소득의 개념을 도출한 것이 아니고 적정지출의 개념을 정의한 것이 이색적이다.

 당기소득의 일정%(A형: 60~80%  B형: 20~40%)를 적정한 지출로 보고 이중에서 A형은 투자, 임금증가, 배당액에 사용하고 B형은 투자는 제외해주고 임금증가, 배당액에 사용하여 남은 금액에 대하여는 10%의 세율로 법인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하나 들자면 A형을 채택한 당기소득이 100인 기업이 만약 70%의 기준율이 적용되고 투자에 10, 임금증가에 20, 배당에 30을 사용하였다면 [100*70%-(10+20+30)]*10%=1의 법인세를 부담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당해연도 기준미달액은 다음연도 기준초과액으로 공제가능하고 당해연도 기준초과액은 다음연도의 기준미달액에서 공제가능하지만 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화시키면 위에서 계산한 것처럼 1의 세금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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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으로 사내유보금과세의 목적은 법인세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개인의 배당소득세를 회피(이연포함)하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하여 도입한 세제였다. 그러므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최경환장관이 언급한  전형적인 지도에 없는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세제를 사용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사내유보금과세의 모습이 한국형 기업소득환류세제로 그 모습이 변형된 것이다. 

  변형된 모습을 보면 그동안 문제점에 대하여 언급한 측에서 겸연쩍은 부분들이 나온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내유보금과세를 한다고 해서 투자가 촉진될 것이라는 것은 회계적인 논리로 볼 때 논리정합성이 없다라는 주장이 많았는데 현재 모습을 드러낸 기업소득환류세제는 A형의 경우 투자를 차감해주기 때문에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투자를 더해야 하는 유인이 작용할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이 투자를 더할 것이냐의 문제는 별개의문제이다.  하지만 산식상으로만 보면 전통적인 산식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산식의 모습이 바뀌다보니 사내유보금과세를 하더라도 회계적 논리로는 투자증가의 유인이 될수 없다라고 주장한자들에게는 겸연쩍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겸연쩍음의 이유는 전통적인 사내유보금과세의 모양에서 과세구조의 큰 흐름을 순식간에 바꾼 경제팀이 제공했다고 할수 있어 이유있는 겸연쩍음이기도 하다. 

 

  이런상황의 연결선상에서 보면 구체적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형태가 어떻게 확정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보여진 모습을 토대로 몇가지 예상되는 문제점을 생각해 볼수는 있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수 있다는 A형과 B형의 경우 A형은 투자가 많은 제조기업들이 선택할 것이고 B형은 상대적으로 투자가 적은 서비스업종이 선택할 것이라고 한다. A형의 기준율 60%~80% B형의 경우 20%~40%처럼 기준율의 범위만 알려진 상태에서 시행령에서 어떻게 결정될지가 고민스러운 결정과정이 될 것이며 차감되는 항목인 투자, 임금증가, 배당이 대부분 현금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만약 그 기업의 특성상 당기소득에 기준율을 곱한 정도의 현금이 없는 기업의 경우는 환류세제를 피하기 위하여는 최악의 경우 자금을 차입해서 이부분을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 볼수 있다.

 이 문제와 함께 기준율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기업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될수 있다. 범위만 정해져있는 기준율 때문에 실제로 시행될때는 기업이 추가적인 법인세부담이 별로없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가 하면 그반대의 추정도 나오고 있어 기업측에서는 구체적인 기준을 빨리 확정해달라는 요구가 있으며 이는 일리있는 요구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투자에 부동산투자와 해외투자가 포함되는냐의 문제도 중요한 관심사항이다. 이러한 부분이 포함되는냐 안되느냐에 따라 부담해야 되는 세액의 크기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는 것과 그 대응에 대해서도 기업으로서는 곤혹스럽다. 

 

 최근 부동산 경기도 꿈틀거리고 주식시장도 소위 최경환효과로 훈풍이 느껴진다고 한다. 세월호이후의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하는 기대감이 이제 초가을로 들어서는 시점에 봄기운처럼 느껴진다. 하기야 경제는 기대감의 산물이기도 하다.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갈지는 지켜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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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최소한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하여서는 더욱더 그렇다.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항상 전세계적으로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한다. 하지만 지도에 없는 길을 가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치밀한 도상(圖上)연구만이 살길이다. 말이 앞서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부추킬 수 있다. 엄청난 연구를 거듭하여 그 결과가 시장에 노출되고 나면 관련 정책의 큰 흐름이 바뀌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이유있는 겸연쩍음의 기회도 적어질테니까...

 

 마지막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경제팀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정책의 취지가 시장에 잘 반영되어 올해 가을과 겨울에는 훈훈한 기운이 한껏 느껴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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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5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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