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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가 안 하는 것 중 뭘 하고 있나요?”-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업의 역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7월04일 17시05분

작성자

  • 김성우
  •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위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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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들이 말하는 새로운 트랜드


지난 5월 서울에 글로벌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 세계 정재 계 고위급 인사들이 사회문제 해법을 함께 논의하는 2019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Asian Leadership Conference, ALC)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17 ALC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하는 등 한국의 다보스포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동 행사는, 올해도 쉬뢰더 전 독일 총리, 폴 라이언 전 미국 연방 하원 의장 등 정계 인사는 물론, 워런버핏의 정신적 스승인 켄 피셔의 피셔인베스트먼트 CEO,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 등도 참석해, '기로에 선 세계: 구체적 해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필자도 토론진행자로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들과 인사이트를 나누었는데, 글로벌 리더들 사이에서 빈번히 인용된 한 문구가 주목을 끌었다. 이는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락 CEO(Larry Fink)가 기업의 역할에 대해 “최근 기초경제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의 대응실패로 인해 점점 사회는 기업이 사회경제문제를 해결하길 바라고 있다(Today, new calls for action)”라고 한 말이다. 즉,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업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올해는 이와 관련된 해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세션이 많았다.

 

세계 최대 GPS 칩/모듈 생산업체 유블럭스의 토마스 자일러 대표는 스마트시티 필요성을 주장하며, “2050년엔 전 세계 사람 70%가 대도시에 살게 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미래 도시를 만드는 핵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시티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도시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교통·환경·주거·비효율 문제를 해결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 '똑똑한 도시'를 의미한다. 자일러 CEO는 "도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메가시티는 33곳에서 2030년 43곳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아시아의 첫 스마트 시티가 어디가 될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도시 규모가 크고 '브레인 파워'가 집중될수록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이에 앞서 정보를 가공하고 통제할 사회기반 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문제의 복합체인 도시의 증가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결국 정보, 기술, 사회인프라로 요약되는데, 기업의 핵심역할이 예상 된다.

 

많은 글로벌 기업의 사회책임을 유도한 공로로 화려한 수상경력에 빛나는 폴 매시 웨버샌드윅(스위스컨설팅회사) CEO도, 최근 트랜드인 ESG와 Buycott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약자로, 주주들이 환경보호 및 사회책임 및 투명경영에 앞장서는 기업에는 투자를 늘리고, 반대의 기업에는 투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투자자 스스로도 보호하고 사회도 개선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 중 60%가 투자시 ESG요소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며, 자산관리규모로는 약 88조 달러가 ESG원칙에 의해 투자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역할도 언급했는데, 밀레니얼 주도로 친환경상품만을 구매하는 ‘Buycott’는 그 단어 자체가 흥미로워 최근 트랜드를 더 잘 기억하게 만들었다. 특히, 1초에 2억원짜리 슈퍼볼광고 한 편이 상영되었는데, 스텔라맥주 광고 속 물절약 캠페인이어서 시선을 끌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한 순간에 기업의 사회책임을 강조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은 대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영국 앤드루 왕자가 참석한 스타트업 경연대회인 '피치앳팰리스 코리아 1.0'은 젊은 참가자들의 열기가 전해졌다. 앤드루 왕자는 스타트업 발전을 돕기 위해 2014년에 공익 재단 피치앳팰리스를 설립했고, 지난 5년간 60여 국가에서 120여 차례 스타트업 경연 대회를 열었는데, 한국에서 대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4대 1의 경쟁률(지원 기업 202개)을 뚫고 본선 무대에 오른 14개 스타트업이 왕중 왕전을 위한 발표(피치)를 하고, 앤드류 왕자를 포함한 심사위원은 현장 앱 투표로 선발한다. 에너지, 드론, 바이오, 블록체인, 헬스케어 등 주로 4차 산업혁명의 사회문제 해결 기술들이다. 이 중 1~3위는 올해 말 영국 세인트제임스 궁전에서 열리는 피치앳팰리스 글로벌 결선에 참여하게 된다.

 

1위인 ‘이놈들연구소’는 이어폰·헤드폰이 없어도 손가락을 귀에 갖다 대기만 하면 소리가 들리게 하는 웨어러블(착용형) IT 시계줄을 선보였다.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을 활용하여 해외 송금 서비스(수수료 90% 절감)를 선보인 모인은 2위, 물통만 한 휴대용 수력 발전기를 개발한 이노마드는 3위를 차지했다. 지속가능성의 3대 요소가 경제, 사회, 환경인데, 이번 경연대회의 1위는 경제, 2위는 사회, 3위는 환경이라서 그 결과가 필자에게는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고, 이런 결과를 지켜보니 대회 전 심사위원 참여 요청을 고사한 것이 더욱 후회가 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세션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새로운 트랜드와 해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많은 논점이 블랙락 CEO의 인용구로 수렴되는 듯 느껴졌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업의 역할이 바로 그 것이다.

 

기업역할의 기준 ESG


다양한 사회 문제 중에서 지금 당장 우리 세대가 지혜를 모으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삶의 기반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인류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 요소)로 불리는 환경 파괴가 그렇다. 이런 위기에 처한 지구 환경을 구하는 방안 및 투자자의 역할에 대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도 '주주의 새로운 요구, ESG' 세션을 열어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필자가 기획하고 진행한 본 세션은 헤리 조 ING은행 지속가능금융 아시아·태평양 부문장, 나오미 잉글리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ESG 글로벌 부문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고, 국내의 대표적인 관련 투자기관인 국민연금 책임투자위원과 국내기업의 ESG를 평가하여 등급을 부여하는 한국지배구조원 ESG 실무책임자도 참여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ESG는 투자자가 투자대상기업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요소로, 환경개선(E) 및 사회책임(S) 이슈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G) 에 대해 주주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2018년 미국 주총시즌에서 ESG가 부상한 시점에, ESG의 핵심 이해관계자(글로벌 대표 투자자, ESG평가사, 투자대상기업 등)를 한 자리에 모아 각 자의 입장에서 ESG 추진 현황 및 계획을 들어보고 미래 사회에의 영향을 예측해 ALC에 참석한 글로벌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우선 필자가 투자자가 투자대상기업에게 ESG를 요구하는 흐름을 설명하며 세션이 시작됐다. 기업의 ESG관련 자료를 (신용평가사와 유사한) ESG평가사가 수집하여 (신용평가등급 부여처럼) 기업별로 ESG등급을 부여하고, 투자자는 ESG등급을 참고하여 기업에게 주주제안 등을 통해 ESG개선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이 흐름 속에 있는 글로벌 및 국내 대표 기관이 모두 무대에 토론자로 앉아 있었다. 투자대상기업은 청중이었다.

 

맨 먼저 글로벌 대표 투자자인 ING 지속가능투자 아시아 부문장이 ING의 ESG전략 및 사례들을 발표했다. ING는 600조원이 넘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ESG성과에 따라 평가하고 이를 대출이자와 연계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ING그룹 CEO(Ralph Hamer)의 생각을 소개했는데 인상적이었다. “Companies that address climate change and resource scarcity, companies that make sustainable transitions: they will be the winners of tomorrow’s economy. And we want to back those winners!” ING는 ESG승자에게만 대출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또한, ESG로 인한 투자대상기업의 혜택도 3가지로 정리했는데, 이는 상품다양화, 낮은자본조달비용, 이해관계자요구선대응 임을 밝혔다. 투자자와 투자대상기업간 윈윈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서 전 세계 6,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평가를 하고 있는 글로벌 대표 ESG평가사인 MCSI ESG 글로벌 부문장도 흥미로운 ESG rating 적용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정보솔루션 업체인 Equifax를 2016년 MSCI가 평가하던 중 S파트에서 사이버보안 이슈가 발견되어 ESG rating을 강등하고 MSCI ESG Leaders Index에서 제외시켰는데, 2017년 9월 실제로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터진 사례이다. 이는 ESG rating이 과거평가뿐만 아니라 미래방향타 역할로 진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국내 대표 ESG평가사인 한국지배구조원과 대표 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실무책임자가 각 조직의 ESG 적용현황 및 미래계획을 공유하면서, 평가방법론 및 ESG활용체제구축 경과 등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국내기관의 다양한 노력을 청중과 공유했다.

 

세션의 결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ESG가 훨씬 가까이 와 있고, 기업은 착하기 위함이 아닌 스스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금 행동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수 년간 ALC의 환경에너지 및 지속가능성 관련 세션을 기획/진행해 오고 있는데, 올해 세션이 기업 CEO의 역할과 가장 잘 부합된 세션이었다. 우리기업의 특성상 회사내 ESG 관련팀이 환경팀/ 에너지팀/ 사회공헌팀/ IR팀/ 이사회지원팀 등 분절되어 있어, 종합적 관점에서 의사결정해야 하는 ESG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기업에의 제언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사무총장은 김앤장 세션 바로 앞 세션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에너지 비용 절감, 신용등급 제고,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친환경 경영이 기업 이익에 반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한국기업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뜨끔했다. 어쩌면 한국은 과거의 성공경험으로 현재와 미래를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업의 역할의 기준이 ESG이고, ESG요구는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면, 미래 ESG대응을 위해 우리 기업은 현재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전략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투자자들에 대한 일차적인 정보 창구로 투자자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작성되어야 하고, 주주성향에 따라 환경(E), 사회(S)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

 

 둘째, ESG진단 및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ESG 현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투자자가 요구하는 ESG수준과의 Gap을 도출한 후 이를 메울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해야 한다. 이사회·지배구조 개선방안 분석 및 진단, 효과적인 E(환경) S(사회) 감독 방안, 주주관여에 대한 대응 메뉴얼 등이 포함된다.

 

셋째, 주요주주와의 신뢰관계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주주관리 활동이 중요하다. 이는 체계적 주주관리로서 주요주주 관심사항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 개별 미팅, 주주총회 의안 사전 검토를 통한 리스크 요인 분석 및 선제적 대응 등을 일컫는다.

 

마지막 넷째로는 상시 위험저감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사회의 개별 중요의사 결정에 대한 다각적인 법적/규범적 리스크 포함 ESG대응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ESG 관련사항에 대한 이사 교육 등이 그 예시다.

 

우리기업은 ESG경영이 기업이익으로 이어진 다는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사무총장의 주장을, 경험적으로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배워서 익혀야 한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재무/성장 기반 경영을 주로 해 왔기 때문에 비재무/지속가능성 기반 경영을 제안하는 글로벌 리더들의 주장을 경험적으로 알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다. 좋은 소식은, 우리기업이 비록 경험하지 못했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단 인지하면 남들보다 빠르게 대응할 능력은 뛰어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미래의 ESG승자만을 지원하려고 선언하는 지금이 우리기업이 준비해야 하는 바로 그 때이다.

 

워런버핏의 정신적 스승이 창립한 피셔인베스트먼트 CEO(케네스 로렌스 피셔)가 이번 행사에서 마지막에 청중에게 던진 말이 왠지 머리 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 경쟁자가 안 하는 것 중 뭘 하고 있나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시아의 ESG는 많이 뒤쳐져 있다. 우리기업이 먼저 한다면, 아시아 경쟁자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피셔를 필자 세션에 초대해야 할 것 같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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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04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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