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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정부: 적인가, 친구인가?” -10.16일 개최, 서강남덕우기념사업회 2차 토론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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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0월20일 17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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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개입의 원칙은 사유재산권 확립에 국한해야

지금 정부 역할 과도해 시장실패보다 정부실패가 걱정

재정 투입해 일자리 만들기는 하지 말아야할 개입


“현 정부, 정의감이나 이념 과잉 지적은 옳지 않다”반론도

정부 구성원들에 대한 비판은 능력의 문제로 보아야 

 

 

서강대학교 남덕우기념사업회는 지난10월16일 서강대학교 GN(게페르트남덕우경제)관 203호강의실에서  “시장과 정부: 적인가, 친구인가?”를 주제로 한 제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는 ▲이승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토론은 ▲고성국 정치평론가의 사회로 토론에는 ▲성한용 한겨레신문 대기자 ▲이언주 국회의원(경기,광명乙) ▲이인실 서강대학교 교수,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성명 가나다順> 등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에서 이승훈 교수는 “재산권 설정과 행사가 허술하여 발생하는 시장실패를 고치는 정부개입은 불완전한 재산권을 손보는 일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정부개입이 재산권 정의를 무너뜨리면 시장을 위축시키는 반시장적 개입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재산권 제도는 경쟁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정의원칙이 지켜지는 경쟁은 생산 유통 소비 등 시장의 전 교환과정에서 정의를 실현하므로 개인의 활력을 최대한 유발하도록 자극하고 ‘정의로운’ 소득분배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투기대책과 관련 “현재의 아파트값 고공행진은 결코 시장실패가 아니다. 거꾸로 시장을 거부한 정부정책이 아파트 값을 높여왔다”고 지적하고 “신규 공급만 충분히 늘려도 아파트 값은 오를 리 없고 투기꾼은 비싸게 팔려고 해도 팔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현 정부의 고용보호정책과 관련, “취업자의 고용보호는 노동시장을 경직화하여 놀고 있는 구직자들을 채용할 새로운 고용주를 효과적으로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재벌기업문제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에 대해서는 “주주들의 불만제기가 없는데도 총수의 지분율 구조상 사익 편취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을 누르고 정부가 나서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교수는 결론적으로 “사회보장을 넘어서는 소득재분배를 거듭하는 경우 정부는 시장경쟁을 철저히 불신하는 시장의 적이 되고, 이렇게 되면 재능 있는 사람은 재능개발 및 발휘의 유인을 잃고 경제는 쇠락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재산권 인정에서 출발한다는 R.노직류의 정의원칙을 따른다면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필요한 재분배 이외에는 손대지 않고 재산권 실패에 따른 시장실패를 막는 데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정부는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시장의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은 “지금은 정부 역할이 너무 과도해서 시장실패보다 정부실패가 더 커지는 상황”이라는 지적을 하는가 하면 “지금은 정부개입이 지나쳐 국민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는 관료국가로 돌아간다. 관료주의 국가는 전체주의 국가로 빠질 위험성이 크다. 이런 것에 대한 역사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또 지금의 정부개입은  재정을 투입해서 일자리를 만든다든가 하는 하지 말아야할 개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욕 고취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부개입 비판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너무 잘못됐다는 식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지금 정부 구성원들에 대한 비판은 정의의 문제라기보다 능력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정의감이 지나쳐 소득주도성장을 이끈다거나 이념과잉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본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다음은 이날 세미나의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주제발표>


 시장경쟁의 정의(正義)와 정부

 ▲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1. 시장과 정부

‘시장과 정부’의 관계는 경제학에서 매우 진부한 과제다. 결론도 없다. 정부의 시장개입유형은 다양하다. 다음의 다섯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 경기가 과열되면 진정시키고 침체하면 활성화하는 경기조절용 개입이다. 그때그때 경기에 대처하는 정책의 수단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지만 개입의 필요성을 거부하는 의견은 약하다.

 둘째, 사회보장 등 사회안전망구축을 위한 정부개입이다. 개인이 큰 재난을 당하거나 시장분업으로부터 상시적으로 배제당하면 그 사람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생활능력이 부족하거나 재난을 당하여 스스로 생존하기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고, 질병, 해고, 산재, 노령 등 보편적 위험에 대한 사회적 대비책 마련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다. 이 개입에 대한 반대의견도 크지 않다. 적이냐 친구냐를 따질 때는 이것들은 문제가 안 된다.

 셋째, 공공재 조달과 외부성에 따른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개입이다. 외부성이 야기한 시장실패를 겨냥한 정부개입의 실패사례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정부실패를 우려하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된다. 공공재 조달에서는 구체적 사안에서 비판은 있으나 정부가 손 떼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아래에서 지적하겠지만 시장실패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정부가 작동실패의 원인을 시정하여 시장이 실패하지 않도록 이끌어야하는데 그렇게 하는 대신 시장을 아예 버리고 정부가 시장 대신 직접 나서면 필경 정부실패를 빚는다. 

 넷째, 소득재분배 등 사회정의 실현 차원의 정부개입이다. 고임금을 지불하도록 재정자금을 지원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며,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법인세를 올리며 재벌기업 지배구조를 정부가 주주 대신 감독하고, 특정지역 부동산 거래와 가격을 규제하는 등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러한 유형의 정부개입은 부쩍 늘었고 이에 대한 반론이 드세다.

 다섯째, 시장거래의 질서를 확립하는 개입이다. 시장경제는 개인의 자유와 사적 소유를 토대로 움직이는데 이 기본 질서가 수시로 침탈당하면 경제생활의 기본이 위협 당한다. 기본 질서를 지키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시장경쟁의 정의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쟁의 본질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돈이 돈을 버는 시장에서 돈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경쟁’이라는 식의 피상적 인식으로는 돈 없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편협한 正義’나 지지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시장경쟁의 정의와 직접 관련된 정부개입은 마지막 두 가지이고 세 번째 유형은 다섯 번째 유형의 개입이 불완전하여 나타난 결과다. 

 

2. 시장경쟁의 본질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하여 움직인다. 사람도 생명체이므로 자기이익추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서로 겹친다. 내가 가지면 다른 이들은 가지지 못하므로 서로 가지겠다고 다툰다. 자기이익추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손댈 수 없더라도 그로 인해 서로 싸우고 다투는 분쟁을 방치하는 것은 야만이다. 인류역사의 대부분 시대는 주먹다짐에서 무력충돌에 이르기까지 물리력으로 경쟁자들을 내리누르는 데 성공한 강자가 독식하는 질서가 지배해 왔다.

 절대군주정이 무너지고 민주정부가 등장하면서 부상한 새 질서는 대체로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강력한 정부가 사람들의 자기이익추구 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아예 분쟁의 원천을 해소하겠다는 유형이다. 기업의 국공유화를 기본으로 하는 순수 사회주의가 대표 사례다. 다른 하나는 자기이익추구 자체는 허용하는 대신 경제활동의 자유와 사적 소유의 허용조건을 법규화 함으로써 경쟁이 이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질서를 짠다. 소위 자유시장경제가 이 유형에 속한다.

 누가 어떤 생업을 차지하고 얼마만큼의 소득을 얻을지는 시장경쟁의 결과로 결정된다. 그러므로 시장의 경쟁규칙과 개인의 경쟁력은 사회적 분업의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경쟁규칙은 허용된 ‘자유와 소유’의 틀 속에서 승자를 결정하는 규칙이다. 그리고 경쟁력은 경쟁규칙에 따라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능력이다. 시장경쟁은 경쟁규칙과 개별 경쟁력, 그리고 그 행사가 정의로울 때 정의의 요건을 갖춘다.

 

3.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미시경제학 교과서는 시장기제의 효율성을 다룬 다음 현실 시장의 실패를 지적하고 대안으로 정부개입을 설명한다. 설익은 이해는 시장이 실패하는 곳에서는 시장은 빠지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

 시장이 실패하는 대표적 사례가 외부성이다. 외부성은 甲의 행동이 乙에게 좋든 나쁘든 영향을 끼치지만 乙은 이에 대해 보상하지도 거부하지도 못하는 현상이다.

 긍정적 외부성을 방치하면 지주들이 서로 무임승차만 바라거나 공사비 분담액을 줄이려고 술수를 부리는 탓에 유익한 공사를 외면하는 시장실패가 생긴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시장교환에는 없지만 재산권 시행이 부실하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 시장실패다.  

 이처럼 재산권 설정과 행사가 허술하여 발생하는 시장실패를 고치는 정부개입은 불완전한 재산권을 손보는 일에 국한되어야 한다. 

 

4. 재산권 획정과 보호

 자유와 소유의 제도적 토대는 시장경제의 제도적 근간이다. 자유인은 좋은 것을 더 많이 가지려할 수 있고 각자 가진 것을 남과 교환할 수 있다. 만약 재산권 제도가 없다면 자유는 각자 무엇이든지 가지려고 폭력과 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야만적 일탈로 내달린다. 이 탐욕을 다스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재산권 제도다. 

경쟁을 통해서 얻은 소유는 취득과정에서 재산권 침탈이 없어야 공인받는다. 그러므로 시장경제의 소유현황이 정의로우려면 재산권제도가 정의에 부합하고 경쟁과정에서 잘 지켜져야 한다. 정의로운 재산권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역무다. 이를 위한 정부개입은 당연함을 넘어서 최우선이다. 정부의 강력한 재산권보호 조치를 자유를 침해하는 개입으로 몰면 시장의 자유는 오히려 위기에 내몰린다. 다른 정부개입도 재산권 정의를 무너뜨리면 시장을 위축시키는 반시장적 개입이 된다.

 재산권 제도는 경쟁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정의원칙이 지켜지는 경쟁은 생산 유통 소비 등 시장의 전 교환과정에서 정의를 실현하므로 개인의 활력을 최대한 유발하도록 자극하고 ‘정의로운’ 소득분배를 불러올 것이다.

 

5. 정의(正義) 지향적 정부 개입에 대한 평가

 

<부동산 투기대책>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시장을 거부하고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고 나서는 개입유형의 전형적 사례다. 우선 아파트 투자를 투기로 몬다. 분양가 상한, 고도제한, 아파트 재개발 억제, 보유세 강화, 그리고 양도소득세 중과 등등은 시장과 맞서겠다고 나선 정부의 물리력 수단이다.

 그런데 아파트 값 고공행진이 과연 시장실패인가? 사겠다는 물량보다 팔겠다는 물량이 더 많아도 값이 오를까? 정부의 인식은 이렇다. 주택보급률이 거의 100%인데도 아파트 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으니 실수요 아닌 투기수요가 분명하다. 그러므로 투기수요를 잡아야 한다. 

시장은 공급을 확대하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정부의 정책기조는 불로소득 근절이다. 거래차익이 생기더라도 투자자가 가지지 못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 동안 불로소득으로 축적한 재산까지 환수하는 길로 간다. 그런데 화풀이로는 맞지만 正道가 아니다.

 아파트에 투자해도 버는 게 없다면 투기수요는 소멸하고 실수요만 남을 것이고 아파트 값은 자연히 안정될 것이다. 사실 해법은 간단하다. 비싸게 팔리지 않게 만들면 된다. 신규 공급만 충분히 늘려도 아파트 값은 오를 리 없고 투기꾼은 비싸게 팔려고 해도 팔 수가 없다. 계속 충분한 공급을 기조로 삼는 주택정책만이 비정상적 투자수요를 해소한다. 정부는 아파트 소유자가 아파트를 팔도록 압박하기 위하여 보유세를 무겁게 부과한다고 한다. 세금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는다면 분명히 공급이 늘고 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다주택자의 주택에도 세입자가 거주한다. 강남에서 살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이 사람들을 내보내고 입주한다.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정책이 이사해 오는 가구 수만큼 기존 주민을 쫓아낸다. 쫓겨나는 가구가 1주택자라면 기가 막힐 것이다. 현재의 아파트값 고공행진은 결코 시장실패가 아니다. 거꾸로 시장을 거부한 정부정책이 아파트 값을 높여왔다. 

 

<고용보호>

 근로능력이 같으면서 더 낮은 임금도 수용하겠다는 구직자가 있으면 고용주는 이미 채용 중인 사람을 내보내고 이 구직자를 쓰고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용보호법제는 정규직 직원의 해고를 어렵게 함으로써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한다. 취업자의 고용보호는 위 예처럼 근시안적 상호성원칙에 치우쳤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경직화하여 놀고 있는 구직자들을 채용할 새로운 고용주를 효과적으로 유치하지 못한다.

 

<재벌지배구조 개선>

일감몰아주기는 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하여 부각된 대표적 문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일가의 지분율 구조에 사적 이익 편취를 시도할 위험이 크게 나타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단속하도록 하는 안을 담고 있다. 역시 시장은 안 되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발상이다.

물론 총수일가회사와 같은 일을 하는 경쟁사로서는 계열사 일감을 따는 경쟁에서 부당하게 차별 당하였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감을 주는 권리는 계열사에게 있다. 계열사가 일감을 잘못주면 계열사 주주들이 피해를 당한다. 그러므로 일감몰아주기가 잘되고 잘못됨은 계열사 주주들이 판단할 일이고 일감수주 경쟁사가 끼어들 일은 아니다. 총수일가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었더라도 주주들이 수용하면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

 만약 주주들이 총수의 사익 편취라고 판단한다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주주총회는 총수가 지배하므로 주주들의 불만을 해결해 줄 리 없다. 그러므로 주주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거나 법원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해결의 방법이다. 주주들의 불만제기가 없는데도 총수의 지분율 구조 상 사익 편취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을 누르고 정부가 나서는 또 하나의 사례다.

 

6. 경쟁의 정의(正義)

시장과 정부의 관계는 정부의 정의관에 달려있다. 정부가 J.로올스 류의 정의원칙을 따른다면 충분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사회보장을 넘어서는 소득재분배를 거듭해야한다. 이 경우 정부는 시장경쟁을 철저히 불신하는 시장의 적이다. 이렇게 되면 재능 있는 사람은 재능개발 및 발휘의 유인을 잃고 경제는 쇠락할 것이다.

 그러나 정의는 재산권 인정에서 출발한다는 R.노직류의 정의원칙을 따른다면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필요한 재분배 이외에는 손대지 않고 재산권 실패에 따른 시장실패를 막는 데 집중할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시장의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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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 참석자 및 토론내용>

 

▲고성국 정치평론가<사회>

▲이승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성한용 한겨레신문 대기자 

▲이언주 국회의원(경기 광명 乙) 

▲이인실 서강대학교 교수,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토론에 참여했다.​

 

 

▲고성국 : 이인실 교수님부터 토론해 주시지요.

 

▲이인실 : 지금은 정부 역할이 너무 과도해서 시장실패보다 정부실패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그런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꽤 오래전이지만 남대문 방화사건이 있었지요. 방화를 한 사람은 ‘미친 사람’이 아닙니다. 본인의 토지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정부규제에 항의하는 방법으로 방화했던 것입니다, 정부실패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이론도 많습니다. 정부가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국민을 위하는 것만은 아닙니다.관료집단은 개인들의 집단이고, 그들도 개인이나 특정이익단체를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허원순 :정부개입이 필요하더라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느냐가 의문이다. 세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첫째, ‘정부는 선하다’‘국가는 정의롭다’는 오류나 착각이 많다. ‘심판의 오류‘라고 이름붙이고 싶은데 정부가 심판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시장을 바로 볼 수 없다.

둘째, 시장을 이해할 때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돈은 시장에서 통용되고 거래될 때 돈이 형성되고 그게 자본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정당한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돈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그 돈으로 복지정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돈의 형성과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이다.

셋째, 사회를 만들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의존할 것인가, 아니면 보이는 주먹에 의존할 것인가. 보이는 주먹이란 정부가 개입 등을 말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노정연대’가 과도하다. ‘노정유착’이 심하다. 지금은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이 제로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한 마디로 표현하면 “경제의 정치화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언주 : 국가라는 것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 국민들의 바람과 소망을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이 규제와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 전락됐다. 국가는 질서를 만들고 경쟁의 낙오자를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거나 위기 대응시스템 구축, 그리고 국방의 역할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국가의 책무다.

그런데 경쟁에 국가가 개입해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못하게 하는 것은 인간본성에 반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가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박탈하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정부개입이 지나쳐 국민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는 관료국가로 돌아간다. 관료주의 국가는 전체주의 국가로 빠질 위험성이 크다. 이런 것에 대한 역사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국민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고쳐야 한다.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 정의로운 것인가? 똑같이 나누는 것이 공평하고 공정한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열심히 해서 시장에 기여가 많거나 능력이 뛰어나 큰 업적을 남기고 많이 가져가는 것은 수긍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않고 권력에 의해 분배가 이뤄지면 권력과 친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러시아나 북한이 그런 케이스다. 그런데 권력을 가지고 정의로운 분배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문제다. 때문에 이런 공정한 분배를 이루는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책이라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늘 주제가 ‘시장과 정부, 적인가, 친구인가’이지만 국가가 시장을 적으로 보지 말고, 도 친구라기보다 국가가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안 생긴다고 봅니다. 

 

▲ 성한용 : 정부가 시장을 너무 거칠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김병주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한다. 저는 기본이 정치부기자여서 그런 시각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학자들과 정부에 있는 분들 사이가 나쁜 것 같다, 불신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의 예측대로 된게 뭐가 있냐고 말한다. 외환위기라든가 하는 것이 그 사례다.그런데 경제학자들은 현 정부에서 일하는 분들을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한다.

토론 준비를 하면서 오늘 아침 어느 신문에 사회학자가 쓰신 내용 중에 ‘이대로 가면 한국에도 어려운 시절이 온다’는 요지의 글을 쓰면서 “문재인 정부가 세간의 눈길을 평양으로 돌리고 싶어도 먹고사는 문제가 더 급하다. 시장은 이념으로 물들이면 J노믹스의 한계가 뚜렷하다.시장을 키우고 살리는 게 친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 칼럼 중에 이런 대목도 있어요.“박정희시대 경제발전의 원리도 시장친화적이고, 김대중 정부의 IMF위기극복과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체결도 시장원리의 성과다.”라는 것도 있었어요.그런데 박정희 시대경제정책이 시장친화적인 것은 아니죠.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대기업 빅딜통한 구조개편이 많았기 때문에 시장친화적이라는 점은 이해가 안 됩니다.

지금 정부 구성원들에 대한 비판은 정의의 문제라기보다 능력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의감이 지나쳐 소득주도성장을 이끈다거나 이념과잉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J노믹스에 대해 말이 많지만 어떻게 볼 것인가는 좀 더 생각해 볼 일입니다.J노믹스는 소득주도성장이 전부냐?,그렇지만은 않고요, 주창자들이 주장하듯이 이것을 혹시 단기 경기조절용 이라거나 단기적 사회보장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맘에 안 든다고 모든 것을 불신하고 부정하면 안 되지요. 우리나라 주류경제학자들과 현 정부구성원들과 사이가 더 멀어지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도 않고, 또 중요한 충고와 조언을 해줘도 정부당국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이런 현상은  약간 떨어져서 보는 입장에서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듭 말하자면 이 정부의 문제는 정의감이나 이념과잉의 문제가 아니라 무능의 문제라고 봅니다.

 

▲고성국 : 토론자들의 토론을 들으셨는데 이승훈교수님이 이에 대한 말씀을 해주시고 다음 토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이승훈 : 토론 중에 정부개입의 선이 어디까지가 적절한가가 의문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어느 ‘선’보다는 어떤 방법이라고 해야지요. 시장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될 때 정부가 개입을 하게 되는데 ‘왜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가’를 따져서 개입해야지요. 시장이 작동이 안 되는 경우는 대부분 사유재산권 제도가 확립이 안 됐을 때입니다. 개입의 방향은 시장이 작동하는 방향으로 해야 하고, 그 수단은 재산권체계 확립의 보완과 보장이라고 봅니다. 빌게이츠가 돈을 많이 벌었는데 그 돈은 뺏어간 게 아니라 우리가 준 것입니다. 빌게이츠가 벌어간 것입니다. 돈 많이 번 사람들은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는데 시장만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하면 좋은 물건을 사는 사람이 돈을 자꾸 줍니다. 그것을 시비할 게 아니라 “돈 많이 벌었으면 남을 위해 많이 쓰라”고 접근하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다만 자유주의를 하면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많이 번 사람들이 이른바 ‘갑질’을 많이 합니다. 여기에 화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자유주의가 실패한 것은 아니지요. 지금 정부의 정책방향은 정말 위기감을 느낍니다. 왜 그러느냐.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고, 그것을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능력이 확실한 사람이 정의감에 충실한 행동을 하면 최소한 그런 ‘정의’는 실현이 될 겁니다.서민을 위한 사회를 만들어 낼 겁니다. 그런데 능력 없는 사람이 정의감에 충실하면 서민도 망치는 사회로 끌고 가지 않을까가 더 걱정입니다.

 

▲이인실 : 작년에 차기경제학회 회장으로서 새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문제의 해답을 얻어 보려고 토론회를 주관한 적이 있어요.당시 보수와 진보학자들을 정확히 반반으로 나눠 토론했습니다. 그런데 보수측 학자들은 이론 모형이나 실제사례 등 팩트를 바탕으로 얘기하는데 진보측 학자들은 매우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어떻게 하자는 구체적 답이 없었어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당시 100대 과제를 꼼꼼히 검토해봤어요. 그런데 우리 경제가 매우 취약한 ‘금융의 낙후성’을 개선하는 과제는 거의 없었습니다.

 

▲성한용 : 이 교수님 얘기를 들으면 이 정부는 정말 무능한 것 같습니다.그런데 오늘 발제와 토론은 정부는 빠지고 민간자율에 맡기라고 하는데 4차산업혁명 정책을 보면 각국 정부가 앞장서 정책을 만들고 지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너무 없어서 당황스럽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이승훈 :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규제를 풀어서 기업이 신나게 뛰도록 해주어야지요. 실제 사례로 공유경제라든가, 또는 IT산업을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무한히 만들 수 있는 데 규제로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허원순 : 사유재산권도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새로 제기될 수 있다.등기부등본만 가지고 있으면 보장 되는 것이냐. 현 정부가 징벌적인 보유세 중과세를 검토하면서 심지어는 “주택 청약을 받은 사람이 1년 이내에 기존주택을  팔지 않으면 3년 이내의 징역에 처한다는 식의 형사처벌을 한다”는 아이디어까지 나왔어요. 물론 말이 많으니까 철회된 과제이지만 그런 발상 자체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이언주 : 그것은 명백한 위헌입니다. 공무원이 국민위에 군림하는 경향을 경계해야 합니다.미국이나 영국의 시민사회발달과정을 보면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지요. 따라서 자칫하면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의 소득주도성장은 기업들에게 네 돈으로 소득을 올려주라고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올려줄 돈이 없어요. 그런데 ‘대선 공약이니 지켜야 한다’고 하면 큰일이지요.

 

▲ 고성국 :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께 여쭤보겠습니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요? 왜 안하지요?

 

▲김광두 : 정부 생각은 잘 모르지요. 정부운영하시는 분들은 따로 있고, 저는 자문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요. 다만 그동안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이 양극화가 심하고, 저소득층이 사람다운 삶을 못 누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을 해서 저소득층이 사람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임금을 좀 올려주어야 되겠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봉급을 좀 올려주어야 겠다는 좋은 문제의식으로 시작했고, 잘 되면 소득주도성장이 가지는 좋은 효과, 즉 내수 활성화, 성장을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그런데 거기에서 가볍게 본 것이 그 임금 부담은 누가 하느냐, 부담할 능력은 있는 것이냐,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충분히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이렇게 보고요. 그런데 그 부작용, 임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측의 애로가 생각보다 훨씬 커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 자체, 가 일자리의 안정성이 보장될 때 의미가 있는 데 일자리 안정성이 파괴된 것이지요. 그래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단지 일부 그런 주장을 굽히지 않는 분들의 생각은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1년 만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2,3년 기다려보면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성국 : 선의에서 출발했다는 부분은 나중에 얘기하더라도 그들의 선의가 결과적으로 우리 현실 속에서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또 나타난 부작용을 인정하지 못하고 개선하지 못하는 대목은 무능한 것 아닌가?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예측을 못했다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인실 :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정책만 하고 있어요. 재정을 투입해서 일자리를 만든다든가 하는 것이예요. 일자리 누가 만드나요? 기업들이 만드는 것 이예요. 기업들이 도와달라는 것은 아니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한 시점이 경제패러다임을 바꾸고 기술개발을 통해 신산업을 일으켜야 합니다. 기존 중요산업은 이미 경쟁력이 떨어져있고, 새로운 먹거리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부는 그런 기업에 대한 격려만으로도 기업들이 큰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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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0월20일 17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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