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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드 발언, 韓 부담 무시…"中보복 피해만 11조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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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5월01일 17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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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인상 위한 협상전술 가능성…차기정부 숙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에 떠넘길 것을 시사한 것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위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무시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한국이 당한 경제적 피해만 해도 사드 배치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비용의 '재협상'을 언급한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사드 비용 분담 문제는 한미 합의 사항이고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명시돼 있다"며 "재협상할 사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약 1조원에 달하는 사드 배치 비용은 SOFA에 따라 미국 측 부담이며 재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은 것이다.

 사드는 주한 미 8군 예하 35방공포여단이 운용하는 무기체계다.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일부를 부담하지만, 특정 무기체계 운용 비용을 지불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말을 꺼낸 것은 한국이 '혜택'을 누리면서도 비용 부담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부담하는 사드 배치 비용은 의외로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이 사드 배치에 직접적으로 지불한 비용으로는 부지인 성주골프장을 미국 측에 제공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롯데 측과 계약을 맺어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와 성주골프장을 맞바꿨다. 당시 성주골프장의 가치는 89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주한미군 측에 대한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완료했다. 주한미군은 성주골프장을 임차 형식으로 사용하며 그 비용은 내지 않는다.

SOFA에 따라 한국은 미국 측에 사드 부지의 진입로,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도 제공해야 하지만, 성주골프장은 이를 어느 정도 갖춰 비용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사드 배치에 치르는 비용은 군 차원을 넘어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확연히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당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들 수 있다.

최대 피해자인 롯데그룹의 지난달 중순 잠정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한 그룹의 3월 한 달 매출 손실은 2천500억원이고 올해 3∼6월 손실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이 당시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한국 경제의 피해 규모가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하고 중국이 보복 강도를 높이면 피해액이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은 사드 보복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 고스란히 피해를 보며 미국과 협력해 사드 배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중관계 악화로 인한 외교적 피해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적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고려하면 한국이 부담하는 비용은 훨씬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점을 깊이 고려했다면, 한국이 사드 배치에 '무임승차'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을 염두에 둔 고도의 협상 전술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사드 배치 비용 부담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사안을 갑자기 끌어들여 논란을 키우고 이를 현안과 연계해 '빅 딜'을 하는 게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 압박을 끌어내고자 미중간 무역불균형 문제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연계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올해 9천507억원에 달한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일본보다는 적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미국의 어떤 동맹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사드 배치뿐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많다는 점을 미국에 납득시키는 것은 오는 9일 대선으로 들어설 차기 정부의 외교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에 대한 기여도, 우리의 재정 부담 능력과 한반도 안보 상황,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수준에서 책정될 수 있도록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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