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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 지연시킨 대주주에 패널티 부과 방안 검토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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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01일 11시58분
  • 최종수정 2016년12월02일 10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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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적‧선제적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수단으로 바람직
국가미래연구원 산업경쟁력포럼, 전문가들 지적
기업활력제고법, 신사업 지원책 보완토록 적용범위 넓혀야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국가경쟁력확보를 위해서는 상시적‧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 개편과 운용능력의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대기업 지배주주의 경우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데 따른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금융기관들도 임직원 평가 시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일 국가미래연구원 산업경쟁력위원회 주관으로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한국기업구조조정의 과거와 현재-교훈과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인 김영욱 박사(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는 “정치권, 채권단, 기업오너, 노조, 주민 등 모두가 구조조정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상시적이고 선제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에 나선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기업구조조정은 이해당사자들에게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하고, “그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은 필연이지만 그 경직성을 감안할 때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밝히고 단기적으로는“ 확장적 거시정책, 특히 재정정책을 적극 활용하여야 하며 여유있는 재정여력(fiscal space)이 사실상 한국경제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김 교수는 이어 “채권은행 주도의 구조조정 절차를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그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법제도와 관행을 개선돼야 한다.”고 말하고 “지배주주의 책임 범위 및 우량 계열사의 지원에 따른 배임 논란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법은 기업이나 업종의 정리에 치중하는 제도이고 새로운 성장산업을 지원하는 기능이 없는 반쪽짜리 제도”라고 지적하고, “새로운 사업을 촉진시키는 제도를 포함시키도록 원샷법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쟁법의 적용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공정거래법 등 경쟁법은 평상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려면 오히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정반대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이뤄질 때는 경쟁법을 엄격히 적용하되 구조조정 등 국가경제 차원에서 기업구조조정이나 산업구조조정 등이 필요할 때는 오히려 전체 경제효과를 감안해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책당국자인  이명순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국장)은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기준과 원칙을 임의적으로 적용하거나 차별적으로 적용한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한진해운의 경우 같은 업종의 같은 상황인 현대상선에 비해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월등히 부족했고, 특히 용선료 협상 등에서 대주주의 협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원동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국장)은 “위기극복을 위해 자발적 설비 감축 등 우리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기업활력법’의 빠른 안착을 위해 금년 중 최대 15개사의 승인을 추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석유화학 및 조선기자재 업종에서 4~5개 기업들이 구체적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12월에 제5차 사업재편 심의위원회를 개최, 구체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2월 중 ‘기업활력법 세미나’ 개최를 통해 기활법 성과를 점검·평가하고, 기업들의 기활법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 등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된  ◈한국기업구조조정의 과거와 현재-교훈과 과제“의 주요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기업의 구조조정은 상시적이고 선제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대대적인 일시적 정리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완화된다. 경제주체들에게 시장규율이 작동한다는 인식도 심어준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당위적인 명제로 자리 잡았다. 물론 중소기업 구조조정은 대체로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은 정반대의 경우가 많다.
최근 진행되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단적인 예다. 대체로 병을 숨겼다. 그러다가 죽음 직전에 가서야 수술대에 올라간다. 왜냐하면 경제주체들 모두가 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기업은 이해관계자들이 많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은행 등 금융기관에 주는 충격도 크고, 실업에 대한 우려도 심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정부, 정치권, 채권단, 기업오너, 노조, 주민 등 모두가 구조조정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상시적이고 선제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대기업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 잃는 게 많기 때문에 위기가 턱 밑까지 차올라도 정부가 조금만 더 지원해주면 살 수 있다며 최대한 버틴다.
채권단은 부실을 평가할 능력 미흡에, 부실이 표면화될 경우 보상 지연 등의 문제로 대출 관대화 경향이 남아 있다. 정부도 구조조정에 따른 책임 문제가 대두되면 감사나 국정조사, 공직 피해 가능성이 있어 가급적 구조조정을 뒤로 미루려는 경향이 있다.
정치권과 노조 역시 구조조정을 꺼려하거나 오히려 저항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과거엔 ‘지원의 손길’이 효과 적인 경우도 많았다. SK하이닉스가 단적인 예다.

이번 대우조선의 정부 지원도 ‘제2의 하이닉스’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세계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지원했다가 후일 비싼 값에 팔아 기업과 채권단, 정부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앞으론 이게 작동하기 쉽지 않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뉴노멀시대라서다. 정상기업은 그런대로 버텨나가겠지만 한계기업이 회생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리하지 못한 한계기업들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게다가 지금의 한계기업 문제는 유동성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산업 재편과 관련 있기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 정부의 리더십 문제는 상시적,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더욱 요청된다.  과거 같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청와대 서별관회의 같은 밀실에서의 구조조정이 지금은 크게 비판받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정부의 ‘지원의 손길’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게 자명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대우조선과 한진해운 구조조정은 아쉬움이 많다. 정부는 2018년 세계조선경기 회복을 예상하고 대우조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매각을 통한 빅2체제의 구축이 오히려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대우조선이 설령 사라지더라도 빅2가 건재하기에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은 저하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을 볼 게 아니라 산업 전체를 봐야 좀비기업이 생기지 않는다는 건 구조조정의 주요 원칙 중 하나다.
반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은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한진해운 오너의 자구 노력이 무성의했던 데다, 채권단 역시 지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한진해운 문제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분수령적 사건이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플레적 요소를 해소하는 정도에 그쳐야 기업이 스스로 경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의 전개과정, 즉 물류대란 발생이라든가 대우조선에서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 원칙이 무너졌다는 등의 문제로 한진해운 정리의 정당성이 많이 퇴색된 것도 사실이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선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과거 경험상 다음 정부에서도 초창기에는 상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힘들 것이다. 어느 정부든 초기에 생산과 고용 감소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상시적,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와 운용을 보완해야 한다. 우선 대기업 지배주주의 경우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데 따른 페너티 부과 방안을 강구하는 게 좋다고 본다. 금융기관은 임직원 평가시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정부내 추진체계를 상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까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산업 재편의 큰 그림이 있었더라면 STX조선 같은 부실기업에 수조 원을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구조조정은 주주, 경영진, 채권자, 노조 등 거대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잘못된 선택과 의사결정을 시장이 처벌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
<ifs POST이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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