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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1년반만에 위기 '최순실 불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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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15일 10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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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년 지원예산 삭감 전국 확산 우려
연봉 1억 센터장 모집에도 어려움…미래부 "최순실 게이트와는 무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정책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최순실 불똥'이 튀면서 가동 1년반 만에 위기를 맞았다.

1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재단법인으로 설립돼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이 함께 운영비를 지원해 온 전국 17개 센터 중 서울센터의 서울시 예산 20억원이 백지화됐고, 정부가 제출한 창조경제 관련 사업 예산도 국회에서 삭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나면 창조경제센터가 폐지되거나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창조경제센터는 좋은 취지와 달리 모범사례로 꼽혔던 아이카이스트의 부사장이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동생인 정민회씨로 드러나고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또 최순실씨와 가까운 차은택 CF감독의 측근인 그래픽디자이너 김모씨가 대표인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는 설립된지 불과 1개월만에 창조경제센터 17곳의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 서울센터 예산 삭감 전국 확산 우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2017년 서울시 예산안 발표 브리핑에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해 편성했던 20억원을 전액 철회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센터에 작년 10억원, 올해 20억원을 지원했다.

박 시장은 "창조경제 사업에 처음부터 동의하지 않았는데, 이제 대기업(CJ)을 비틀어서 추진했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이라며 "창조가 일어날 수 없는 방식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혁신센터에 대한 국비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점도 서울시 지원 철회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창조경제 주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서울센터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서울시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혁신센터 예산의 필요성을 서울센터 등과 함께 적극 전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서울시의 혁신센터 지원 중단을 계기로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센터 예산 삭감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의 경우 남경필 지사는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도의회는 의원 127명 중 새누리당 소속이 52명에 불과한 '여소야대'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72명으로 단독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의당이 2명, 무소속이 1명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창조경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악화한 상황에서 야당이 장악한 도의회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센터 지원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라북도는 당초 전북센터의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크게 늘리려고 했으나 국비 증액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지방비를 올해와 똑같은 10억원으로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부산광역시는 일단 시비 22억원을 반영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이는 국비 지원에 따라 시비를 매칭한 것이다. 즉 만약 국회에서 국비 지원이 삭감되거나 반영되지 않는다면 시 예산도 삭감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다른 지자체도 대부분 비슷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비는 지역별로 구성 비율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60%는 국비로, 나머지 40%는 지방비로 지원되고 있다. 시설 마련 등이 필요했던 초기에는 전담 대기업이 운영비 중 꽤 큰 몫을 맡았으나, 요즘은 센터에 대한 전담 대기업의 지원 대부분은 운영비가 아니라 사업비다.

 

◇ 정부 예산안 증가했으나 국회에서 삭감 전망

정부는 지난 9월 초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창조경제 거점기능 강화'를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국비 지원을 올해 450억원에서 내년 783억원으로 74%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중 센터 운영지원비에 해당하는 '지역혁신 생태계 구축지원사업'의 국비 예산안은 318억원에서 472억원으로 48.4% 늘었다. 혁신센터의 핵심기능인 창업교육, 교류협업, 원스톱서비스 등을 강화하고, 운영 활성화를 위한 인적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또 센터를 통한 아이디어사업화, 비즈니스모델 개발, 전문가 멘토링 등을 통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사업 예산안은 204억원에서 241억원으로 18% 늘었고, 청년 창업과 취업을 위한 '고용존' 기능 확대에 20억원의 예산안이 신규로 배정됐다.

아울러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글로벌 창업·혁신 허브로 조성하는 사업 중 '창조공간 기업지원허브 조성'의 예산안이 22억 원에서 198억5천만 원으로, '글로벌 투자·비즈니스 허브 구축' 예산안이 20억 원에서 28억6천만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국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상당히 큰 부분에 대해 삭감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적어도 일부는 삭감이 현실화될 공산이 있다.

만약 센터 운영지원비인 '지역혁신생태계 구축지원 사업' 예산이 삭감될 경우 사실상 활동이 어려워지는 센터가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논의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4일 문제사업 예산 조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확산 예산 86억 원 중 81억 원을 삭감키로 했다.


◇ 억대 연봉 센터장도 '구인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구인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달 센터장 모집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1명에 그치는 바람에 이달 3일 재공고를 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장 모집공고에는 마감일인 7일까지 지원자가 2명에 그쳤다. 2014년 11월 초대 센터장 모집 당시 14명이 지원한 것과 대조적이다.

억대 연봉을 보장하는 센터장 자리조차 지원자가 적은 것은 창조경제센터의 불안정한 미래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 내년도 예산 삭감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차기 정부 출범 후에는 조직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불안감도 있다.

지난해 말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황과 과제' 현장보고서에서도 "차기 정부가 집권하는 2018년 이후 현 정부와 거리를 두기 위해 재정 지원을 중단할지도 모른다", "정권이 교체되면 예산뿐만 아니라 센터 존립 자체도 불확실해 질 것" 등 불안감이 센터 직원들 사이에 팽배한 사실이 지적됐다.

이 때문에 센터 운영과 인력 수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분 보장이 불확실해 우수한 인재가 지원을 기피하므로, 핵심 직위를 파견 인력이 맡는 경우가 많아 조직 차원의 노하우 축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 뾰족한 대책 없어 답답한 미래부

지역별 특성을 살리고 대기업과의 상생을 장려하는 방식의 벤처·중소기업 지원은 분명히 필요하며 실제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그런 실적을 내고 있다고 미래부는 강조한다.

작년 7월부터 본격 활동을 개시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1년여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말까지 2천842개의 창업·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해 3천94억원의 투자유치를 끌어냈으며 1천443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등 '지역 창조경제의 종합 플랫폼'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 미래부의 설명이다.

다만 사업 성격상 단기간에 주목할만한 성과가 나오기 힘들고 중소기업청 등의 기존 사업과 중복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센터별로 대기업을 전담기업으로 지정하고 이들로부터 운영비를 모금한 과정과 청와대의 개입 등이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도 없지 않다.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를 전후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행사와 별개로 일부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비공개로 만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의 모금과 관련된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작년에 1천16억 원, 올해 731억 원 등 정부·지자체·대기업이 1년 반동안 1천747억 원을 창조경제센터 운영비로 쏟아부었음을 고려하면 수치로 나타난 성과가 자랑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들어선 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명칭이나 사업 방식이 조정될 수는 있겠으나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지자체나 보육 기업 입장에서 혁신센터가 제공하는 지원 서비스는 매우 유용하며 대기업 역시 상생하며 득을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로 창조경제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최순실씨나 차은택씨 등의 개입으로 문제가 된 사업들은 대부분 '문화융성' 쪽이고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창업·중소기업 지원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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