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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기우뚱"…한국경제에 밀려오는 먹구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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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5월11일 15시56분
  • 최종수정 2019년05월11일 16시44분

작성자

  • 이계민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한국경제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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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논평>

고래싸움에 새우 등터지게 생겼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갈수록 미궁(迷宮)으로 빠져들 고 있는 느낌이다. 당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끝낼 마지막 협상으로 기대됐던 9∼10일 워싱턴 고위급 협상이 무위에 그치면서 세계경제의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비록 미·중 양국이 한 달 가량 추가 협상 기간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세계 패권전쟁’의 명운을 걸고 강(强) 대 강(强)으로 부딪치고 있는 양국의 강경자세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사실 우리나라 경제의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무척 높다. 특히 부존자원이 부족한 데다 자원이라고는 인적자원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수출을 통해 국부(國富)를 늘리고 국민소득을 높이는 대외 의존적 경제인만큼 세계 G2인 미국과 중국의 사활을 무역전쟁은 우리에게는 직접적인 악영향으로 다가올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지난 연초 (2019년 1월 2일) 김상봉 한성대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아 내놓은 국가미래연구원의 경제전망 보고서( [2019전망] 어둡기만 한 민생경제…성장률 2%대 초중반 추락”)에 미중무역분쟁의 파장에 대한 진단이 나와 있다. 그 핵심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19년 경제는 2018년보다 낮은 2.5%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해 본다. 2018년 상반기와 하반기는 비슷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변동 양상은 ‘상반기가 낮고,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될수록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낮아질 수 있음에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0.2%p~0.8%p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김상봉 교수의 또 다른 분석을 인용해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12월에 발간된 ‘매경이코노미’(1987호)에 게재한 김 교수의 논단 일부를 그대로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미·중무역전쟁 악화되면 한국 경제성장률 0.2%p~0.8%p 하락

 

“미중 간 갈등으로 중국 제조업 지표가 악화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전망이 어두워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분기 115에서 4분기 103으로 하락했다. 제3국 판매 전망은 3분기 113에서 4분기 99로 추락, 기준점인 100선이 깨졌을 정도다.
기업 규모로 보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하락폭이 2배 이상 크다. 산업별로는 중국 제재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에 따라 전기전자와 섬유·의료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중 무역전쟁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경제 여건상 미국의 대중 제재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위축시킨다. 2018년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중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11.6%에 달한다. 산업별로 보면 직접적으로 우리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에 직격탄이다. 반도체 수출 약 40%는 중국으로 향하고 미국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도 국내 기업에 악재다.
간접 파급 효과는 이보다 더 크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내수가 위축될 경우 중국 수입 수요 감소로 이어져 한국 수출도 덩달아 위축된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역시 한국 수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이를 종합할 때 중국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GDP 성장률은 0.3~0.5%포인트 감소한다. IMF(국제통화기금) 분석을 적용하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정상 상태의 한국 경제성장률이 적게는 0.2%포인트에서 최대 0.8%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주요 기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비관론이 더 확산될 우려가 크다.”

 

 물론 아직 파국으로 갈 것이라는 예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G2 패권전쟁의 봉합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불편한 동거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우리경제에 대한 악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국가미래연구원 분석 중에서 가장 비관적인 전망(0.8%p 하락)을 적용하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올해 1%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적용하더라도 경제성장률에 0.2%p의 마이너스효과를 낸다면 결코 적지 않은 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수출·투자 감소·양극화 심화에도 정부정책은 그대로…한숨만 쌓이는 민초들

 

 가뜩이나 지금 우리 경제는 갈수록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과 투자가 전년 동기에 비해 쪼그라들고 있는 중이고 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마저 하락할 우려가 크다. 잠재성장률이 추락한다는 것은 설령 세계경제의 회복 등 성장 기회가 오더라도 제대로 활용해 성장률을 높일 수 없는 무력한 경제로 전락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즉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사회복지확대 등 분배우선의 경제정책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경원시하고 기업 활력을 되살려낼 규제혁신에는 미온적인 정부의 정책 탓이 크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래도 정부는 기존의 소득주도성장과 임금인상, 사회복지 확대 등  분배우선의 경제정책을 고칠 생각이 전혀 없음을 천명하고 있으니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만 갈 따름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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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9년05월11일 16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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