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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당 트럼프 '고립주의' 천명…첫 일성 미군철수 위협-FTA 재협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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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22일 15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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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공화당의 '적극 개입' 노선과 결별…'보호무역주의' 공식 표방
트럼프 집권시 기존의 동맹·무역질서와 대외정책에 대대적 변화 불가피
법과 질서 강조…장벽건설-무슬림입국 금지-오바마케어 폐지 내걸어

 
 "이제는 글로벌리즘(globalism·세계주의)이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즉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미국주의)이 우리의 새로운 신조가 될 것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21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 주(州)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한 후보수락 연설을 통해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이같이 정리했다.

국가 안보나 동맹 방어, 자유무역협정(FTA)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에 두겠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제한적 개입주의'와는 차별화된 '신(新)고립주의' 노선이다. 특히 이는 공화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 온 전통 노선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경선 과정에서, 또 경선 승리 후에도 이 같은 공약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다시 한번 분명하게 선언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집권 시 기존의 동맹구조와 글로벌 무역질서를 비롯한 대외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지대에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고, 테러 관련국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며,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공약 역시 고립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트럼프는 다만 고립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동맹과 협력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겠다고 자신했다. 구체적인 격퇴전략을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외국에 힘을 쏟는 대신 미국의 법과 질서를 수호하고 국내 기간시설망을 확충하며, 세계주의로 피해를 본 중산층 노동자들을 보호하는데 치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모든 무역협정 재협상"…보호무역 노골화

트럼프는 1997년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3분이 1이 사라졌다며 이를 '빌과 힐러리 클린턴'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에 서명한 것이 바로 (클린턴 전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는 특히 "그녀는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지지했다"면서 "TPP는 우리의 제조업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외국 정부의 결정에 종속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나는 우리 노동자를 해치거나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해치는 어떤 무역협정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나는 개별 국가들과 개별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아울러 "중국과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와의 끔찍한 무역협정을 완전히 재협상할 것"이라면서 "재협상은 미국을 위해 더 좋은 거래를 끌어내기 위한 나프타 재협상을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협상을 얻지 못하면 협상장을 걸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 시 한미FTA를 포함한 모든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과 미군철수 가능성 시사…MD체계-나토 비판

트럼프는 연설에서 "최근 내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테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부하다'고 말하고, 또 많은 회원국이 자신들의 공정한 몫을 부담하지 않아 미국이 대신 대부분 비용을 부담한다고 말했는데 그 직후 나토는 '테러와 싸우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발표했다"면서 "이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정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연설에 앞서 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나토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아도 무조건 개입하지는 않겠다고 위협도 했다. 이는 서방의 집단안보체제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인터뷰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항상 협상장에서 걸어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미군 철수도 검토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하게 시사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미군을 외국에 주둔시키는 대신 필요하면 미 본토에서 배치하는 방안이 더 경제적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특히 '1953년부터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대가로 평화가 유지되지 않느냐'는 NYT 기자의 반박성 질문에 트럼프는 "한국에서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북한은 점점 더 미쳐가고 있고, 점점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보일러(boiler) 같다"고 받아쳤다.

일본에 미사일 기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을 쉽게 요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오랫동안 유지해 왔는데 이제는 구식이 됐다"고 말해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모두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 온 전후질서와 동맹체제를 뿌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비록 미국의 입장에서 최상의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점도 밝혔지만, 이 같은 압박 자체가 '트럼프 정부'의 급진적인 전략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동정책 대변화 예고…이스라엘 중시 천명

트럼프는 중동정책에도 대변화를 줄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과 반대로 "우리의 위대한 동맹 이스라엘과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중동에 수조 달러를 쏟아붓고 수천 명이 희생됐는데도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했다. 힐러리가 이라크와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에 밀어붙였던 이른바 '국가 세우기'와 '정권 교체'의 실패한 정책을 이제는 포기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의 혼란스런 중동 정세가 모두 클린턴 전 장관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실패 탓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구체적으로 "힐러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슬람국가'는 지도 상에도 없었다. 또 리비아는 협력적이었고, 이라크는 폭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란은 제재로 옥죄인 상태였고 시리아는 통제하에 있었다"면서 "그러나 힐러리의 (국무장관 재임) 4년 이후 IS가 역내는 물론 전 세계로 퍼졌고 리비아는 황폐화됐고, 이집트는 급진 '무슬림형제단'의 손에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은 핵무기 개발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그동안 집권 시 이란 핵합의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反이민정책 표방'…"미국인 우선주의는 국내 안전에서부터 시작"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국인들이 항상 최우선으로 고려될 것"이라면서 "내 계획은 국내 안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안전한 이웃, 안전한 국경, 테러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한다. 법과 질서 없이는 번영이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텍사스 주 댈러스와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경찰 저격사망 사건을 거론하면서 법과 질서의 회복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치안에 실패한 정부는 나라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도 단언했다.

그 연장선에서 불법 이민자와 폭력배, 마약이 우리 공동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고, 인신매매와 폭력의 고리를 차단하며, 불법적인 국경이동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시리아 난민 수용 반대, 불법이민자 추방유예를 골자로 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폭력과 증오, 억압을 지지하는 누구든 미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우리의 가치를 지지하고 우리 국민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미국에 들어오게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총기규제 반대·오바마케어 폐지·'性소수자' 보호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 내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의 공식 지지를 받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민이 가정의 안전을 지킬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총기소유 권리를 명시한 수정헌법 2조를 사수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개혁법안인 '오바마케어'를 재앙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폐지입장도 밝혔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에 발생한 총격테러 사건을 언급하면서 "증오에 가득 찬 외국 이데올로기의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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