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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재량 대폭 늘려…검찰 통제로 '무소불위' 방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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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6월21일 18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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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경찰 수사에 원칙적으론 개입 못해…송치후 보완수사 요구 가능
'불송치' 사건도 일단 검찰 통보…견제장치 실효성은 논란
 수평관계로 갈등 심화 우려…인지수사 중심 검찰 권한은 그대로

 

 21일 정부가 발표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은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는 등 경찰 재량을 대폭 늘리는 데 방점을 뒀다.

경찰이 종결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검토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인신구속 등 강제수사 절차가 필요하면 송치 전이라도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견제장치도 마련됐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을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수평적 협력관계로 설정한 마당에 통제장치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직접수사 대상을 일부 범죄로 제한하긴 했지만 비대해진 검찰 권한을 줄이는 데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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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안 합의문에 따르면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을 가진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 현행 형사소송법이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한 데 비하면 수사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는 일부 중요 범죄의 경우 경찰이 수사를 개시할 때부터 검찰에 지휘를 건의하고 모든 사건 수사에서 단계별로 검사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현재는 공소권이 없거나 무혐의라고 판단되더라도 경찰이 모든 사건을 일단 검찰에 송치해 기소 여부를 판단받는다. 반면 조정안은 경찰에 모든 사건을 1차적으로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사건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준 이번 조정안은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데 그친 2011년 수사권 조정보다 경찰 수사에 더 큰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다. 검찰이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규정한 점도 일선 경찰의 수사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그러나 조정안은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장치도 여럿 마련해 뒀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거나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경찰관이 요구에 따르지 않는다면 경찰청장 등 징계권자에게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라도 인권침해나 수사권 남용이 의심된다면 검찰은 경찰에 사건기록 등본 제출과 시정을 요구하고 경찰은 이에 따르도록 했다. 시정되지 않는 경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했다.

경찰이 종결한 수사 역시 검찰이 재차 검토할 수 있다. 조정안은 경찰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하고 수사를 종결하는 경우 불송치결정문·사건기록등본을 검사에게 보내도록 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면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불송치 결정을 받은 고소·고발인 등 사건 관련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경찰 내부에도 모든 불송치 결정의 적법·타당성을 검토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조정안은 부패·공직자 범죄, 경제·금융 범죄, 선거 범죄 등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제한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검찰이 고소·고발을 접수하더라도 경찰에 사건을 넘겨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은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사건의 중요성을 판단해 일부를 직접 수사해왔다.

이같은 견제·통제장치는 막강한 인력과 정보수집 능력을 지닌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까지 줄 경우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검찰의 입장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의 통제장치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가 많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번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보완수사 요구 방안에 대해 "이미 해방 이후 미군정 시절 도입했다가 실패한 제도"라는 의견을 냈다.

현재 수사지휘도 강제할 수단이 마땅히 없어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수평적 관계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얼마나 먹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간 지휘를 경찰이 준수하는 비율은 2016년 기준 30.1%에 불과하다.

검찰의 징계요구권 역시 경찰이 징계 권한을 지닌 한 실질적으로 작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보완수사나 재수사 요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오히려 검경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정한 범죄가 아니면 고소·고발을 모두 경찰에 넘기도록 한 점도 논란이 예상된다.

조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이른바 '특수사건'을 죄명에 따라 분류했다. 그러나 죄명은 고소·고발 접수단계에서 확정하기 어렵고 수사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검찰의 직접수사를 원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수사권 조정안이 경찰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한 반면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에는 당장 큰 보탬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는 현재 검찰의 인지수사 범위와 큰 차이가 없다. 검찰 권한 내려놓기는 공무원 부패범죄를 전담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이 신설돼 수사·기소권을 분산해야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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