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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팎에서 달아오르는 논쟁…경기 진짜 꺾였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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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5월20일 09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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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경제연구소에선 '경기둔화 국면 진입' 시각 우세
정부는 '회복 흐름' 고수…"경기 오판시 잘못된 정책 우려"

 

= 정부 안팎에서 경기국면 판단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경기침체론을 내놨다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성급한 판단이라고 반박하자, 경제를 볼 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봐야 한다며 각을 세웠다.

민간경제연구소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둔화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의 경기판단이 정확하지 않으면 제때 적절한 경제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경기 변동성을 높여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민간경제연구소·외국계IB "경기 꺾였다" 한목소리

 
20일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기가 꺾였다고 봤다.

LG경제연구원은 투자가 1∼2월까지는 어느 정도 버텼지만, 3월부터 뚜렷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도체산업의 경기주도력이 꺾이면서 지난해와 같은 투자 주도의 빠른 성장을 재현하기 힘들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소비는 완만히 개선되고 있지만, 지난해 투자가 성장동력이 된 것만큼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침체 정도는 아니더라도 경제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앞으로도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의 추세가 모두 2개월 이상 꺾였고, 3월 제조업 생산지표가 안 좋은 데다 4월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회복국면이라면 3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20만명대를 하회하기 어렵다"면서 "3개월 연속 10만명대가 나온 것은 지금 국면이 경기회복국면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도 한국 경기가 꺾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경제의 성장 신호로 해석하는 자체 집계 월별 지수인 경제활동지수가 3월 3.6%에서 4월 2.5%로 하락했고, 경기선행지수 역시 지난 2개월간 내림세로 경기지표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업종 사이클 둔화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이 부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7월에서 10월로 미뤘다.

◇ 정부 "회복 흐름" 고수…경제전문가 "정부 판단 잘못되면 정책에 애로"

정부는 우리 경제가 1∼2월 높은 기저효과 등으로 광공업생산과 투자가 조정을 받는 모습이지만,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4월 지표 속보치를 전방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흐름상으로는 회복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전산업생산과 설비투자지수가 전월대비 각각 1.2%와 7.8% 감소했고 4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OECD 경기선행지수도 떨어지는 등 조정받는 모습이지만, 특정 월별 지표로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건 곤란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광공업생산 외 소매판매나 서비스업 생산은 대체로 양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 17일 김동연 부총리는 김광두 부의장이 제기한 경기침체론에 대해 "지금 경제 상황을 월별 통계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사실상 반박했다.

그는 "수출은 3∼4월 사상 최초로 500억 달러 이상이었고 산업생산도 광공업 빼고 나쁜 흐름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지금 경기에 대해 여러 내용, 메시지가 혼재된 상황으로 경기 흐름이 꺾일지 올라갈지 중요한 전기가 되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김 부의장은 정부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반박하면서 "여러 지표로 봐 경기는 오히려 침체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사흘 후 김 부총리의 반박에 대해 "경제를 볼 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재반박하면서 논쟁을 격화시켰다.

김 부의장은 이어 19일에는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가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경기침체 진입의 확실한 증거들'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경기침체론에 재차 힘을 실었다.

신 교수는 "같은 통계 자료를 놓고 어떻게 저리도 생각이 다를 수가 있는지 놀라워서 경기논쟁이 뜨겁다"면서 "김동연 장관이 말하는 대로 월별자료를 갖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곤란한 만큼 좀 더 긴 안목에서 몇 분기의 자료를 갖고 경기를 진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3.8%에서 올해 1분기 2.8%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 최악"이라며 "성장률도 낮은 데다 대기업과 중화학공업의 수출증가율이 눈에 두드러지게 떨어지고 있고, 기업들도 매출실적과 설비투자가 부진하다며 업황 실적이 나쁘다고 느끼는 데다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경기심리지수도 하락하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로 경제가 더 악화해야 정책당국이 경기침체를 인정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제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효과가 있는데 아직도 경기가 회복세에 있다고 오판한다면 얼어버린 경제에서 국민들은 언제쯤이나 봄을 기대할 수 있을지 당혹스럽다고 끝맺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광공업 생산지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계속 잘 가고 있어서 경기가 꺾였다고 판단하기 성급하다"면서 "실제 지표로는 2∼3달은 지나봐야 이번 3월 지표가 신호인지 소음인지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경기판단을 잘못하면 잘못된 경제정책을 펴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제대로 하려면 올바른 경기판단이 필요하다"면서 "경기가 좋은데도 정부가 경기가 나쁘다고 판단해 돈을 막 풀면 물가가 오르고 버블이 생길 수 있고, 경기가 나쁜데도 경기가 좋다며 금리를 올리고 세금을 거둬들이면 경기가 더 크게 고꾸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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