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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탈원전 드라이브'에 한전·한수원 입장 '어정쩡'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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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10월14일 10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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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기업의 처지가 미묘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가 장차 없애 나가겠다는 원전의 운영 및 기술 개발의 주체라는 점에서 입장이 더욱 어정쩡한 상황이다.

공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니 정부 정책 방향과 맞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나가자니 기업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지난 7월 "일시 중단된 신고리 원전 5, 6호기가 공론화 과정에서 영구중단으로 결론 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 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불거지기도 했다.

한전과 한수원이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가 이날 논란의 불씨가 됐다.

한전은 자료에서 "한국형 원전인 APR 1400은 100% 기술자립이 완료돼 해외 수출 시 미국의 동의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수원도 "외국 기술전수 없이도 원전을 설계할 수 있는 고유 기술을 확보했다"며 "APR 1400은 100% 우리나라 기술로 설계 및 건설이 가능한 원전"이라고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문신학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 전담 직무대리는 "사우디에 원전 수출을 하려면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하 공기업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러자 야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며 '위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와 공기업 중 어느 한쪽이 위증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문 직무대리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부품이나 장비 등에서 기술 자립이 돼 있더라도 미국 장비 부품이 들어가면 이에 해당하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부연 설명했다.

문 직무대리는 "기술이 100% 자립돼 미국과 관련된 어떤 부품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미국 승인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환익 한전 사장도 "이론적으로는 한국산만으로 원전을 만들 수 있다"며 "다만 실제 건설 과정에서는 미국산을 쓸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우디 원전 건설 업체 선정은 2018~2019년은 돼야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검증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간 석탄과 원전에 주력해온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 후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정부가 내건 '2030년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 20%' 목표를 달성하려면 거대 에너지 공기업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기사업법에 묶여 발전사업을 하지 못하는 한전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원전 정책으로 수세에 몰린 한국수력원자력도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수원 등으로서는 수십년 간 지켜온 본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기업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우리나라 현실을 무시한 채 신재생에너지 20%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한전 등 공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문제"라며 "현실성 있는 에너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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