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의 한국 잠룡님 전 상서(前 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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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개혁의 리더십인가? : 시리즈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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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8월08일 12시25분
  • 최종수정 2017년08월08일 12시25분

작성자

  • 김정수
  • 무역협회 경제통상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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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25년’ 중에 딱 한번 일본경제가 빛을 발한 때가 있었다. 거센 당내 저항을 극복하고 5년 5개월의 총체적 구조개혁으로 일본을 다시 일어서게 한 고이즈미 내각(2001~2006년) 때가 바로 그 때였다.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개혁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장래를 자기에게 맡겨달라는 잠룡들이 많다. 그들에게 고이즈미가 ‘편지로 전하는 충언’을 한번 들어보자. 

 

 저성장의 늪

 

‘작금의 글로벌 저성장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우려가 거듭되고 있다. 집단적으로든 개별적으로든, 어느 경제도 지금의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그 성장세의 끝없는 하락은 위기감마저 자아내고 있다. 지난 50년간 수출·대기업·제조업이 끌고 온 경제성장의 모델이 수명을 다했다는 주장이 본류가 되고 말았다. 저성장이 해소되지 않는 동안 부실해소와 경쟁력 강화 노력이 지연되고, 격차가 날로 확대되는 등 그 병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저성장과 총체적 부실을 앞에 두고, 한국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과 금융완화 등 거시정책을 줄곧 펼쳐 왔고, ‘녹색성장’‘창조경제’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 추진에 진력하고 있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정부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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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들 정책들이 무위(無爲)에 그치고 있거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여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경기부양과 금융완화 등은 힘을 잃은 지 오래됐고, 정부의 지원과 보호에 기대는 신(新)성장동력 발굴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이토록 거시정책도, 산업정책도 더 이상 효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재활을 꾀할 수 있는 것은 구조개혁뿐이다. 구조개혁에 근원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은 국내외 대부분 전문가의 지적이자 조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진해 온 4대 개혁 중, 노동개혁은 노·사·정 간의 논의가 중단된 상태이고, 나머지 개혁은 본격적인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체제적 정체 속에 구조개혁 실종

 

주요 개혁과제들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가 재활과 재도약을 위해 어떠한 변신조차 꾀할 수 없는 체제적 악순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이 ‘잃어버린 10년’에 빠져들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부로의 붕괴 또는 1997년 위기의 재발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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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마비: 현재 한국의 정치권은 아무 것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다. 대통령은 레임덕(lame duck)상태이고 제1당과 제3당이 야당이다. 그래서 중대한 정책이나 개혁과제가 전부 야당과 개혁 저항세력에 의해 좌절되고 있다. 

여당·야당 할 것 없이 정치권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의미 있는 일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 더구나 개혁의 리더십은 발휘되지 못하고 포퓰리즘만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태이다.  

 

▲분열과 불만의 사회: 한국사회는 현재 불만에 가득 차 있다. 사회적 불만의 근저에는 부유층과 빈곤층, 큰 기업과 작은 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있는 자’와 ‘없는 자’ 간의 격차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낮은 사회적 자본으로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과 위기극복을 지탱해 준 사회적 일체감(social cohesion) 또는 사회적 합의는 기대할 수 없다. 

불만에 찬 사회가 바라보는 정치권의 행태와 경제의 돌아가는 모습은 최소한의 지지도 해 줄 수 없는 수준이다. 신뢰를 잃은 한국사회는 정치권을 향해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줄 포퓰리스트적인 공공의 보호와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기능부전(機能不全)의 시장경제: 한국의 경제체제도 여러 가지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성숙한 시장경제’라고 부르기에는 아직도 나라 안 경제가 경쟁적이거나 자율적이지 않고, 나라 밖으로 제대로 열려 있지도 않다. 불만에 찬 사회의 요구 때문에 경제 구석구석까지 개입과 규제, 선택적 보호와 지원 등 정부의 ‘보이는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규제에 얽매이고 정부에 의존하는 민간경제로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위해 노력할 압력이나 유인을 느낄 수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의 시장경제는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한 마디로, 지금 한국 정치·사회구조로는, 한국경제를 일깨워 환골탈태 시키겠다는 정치적 리더십, 활기 있는 경제를 향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경제주체의 자발적 노력, 총체적 구조개혁을 위해 국가적 에너지를 총동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그 어느 것도 기약할 수 없는, 위태로운 상태이다. 지금 한국이 맞이하고 있는 것은 개혁 리더십의 위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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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 리더십과 국민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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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그것이 순조롭고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에 대해 모든 경제주체의 이해와 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개혁의 리더십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어울러 질 때, 구조개혁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고 하겠다. 

즉, 개혁의 리더가 개혁에 관해 소통하고 개혁을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개혁 저항세력이나 기득권이 아니라 개혁을 추진하는 정권을 지탱하는 국민인 것이다. 그것이 일본의 경험 특히 고이즈미 개혁의 5년 5개월이 우리에게 강변하고 있는 점이다.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류(類)의 개혁 리더십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개혁에 저항하면 자민당도 부순다’‘아픔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득권의 벽에 움츠리지 않고,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개혁을 향한 그의 결의, 그가 국민과 공유한 ‘관에서 민으로, 중앙에서 지방으로’라는 개혁의 비전, ‘성역 없는 개혁’ 에 대한 국민의 변함없는 지지 등이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ifs POST>

   <순서>

  왜 지금 개혁의 리더십인가?

  제 1부 제대로 된 잠룡이라면

  제 2부 대권을 잡고 나면: 개혁의 무대는 이렇게 꾸며라

  제 3부 모두를 개혁에 동참시켜라

  제 4부 논란이 많은 개혁과제를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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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8월08일 12시25분
  • 최종수정 2018년11월02일 11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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