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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장하성·김상조가 말하는 “한국경제 해법” ‘보수와 진보의 만남’ 좌담으로 들어 본다 본문듣기
기사입력 2017-05-24 17:40:31 최종수정 2017-05-24 18: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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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장하성·김상조가 말하는 한국경제 해법

보수와 진보의 만남좌담으로 들어 본다 (2015.7.15)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부의 경제‣외교정책 책임자들을 임명하면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17일에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한 바 있다.

이들 3인은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이다. 이들이 책임자로 있던 국가미래연구원,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 등 3단체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를 주제로 합동토론회를 시리즈로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재벌개혁”, 2016년에는“불평등 해소”를 대주제로 시리즈를 진행했으며, 2017년에는 “공정성 실현”을 대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들 3인이 이러한 합동토론회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분명했다.

진영 논리의 틀을 벗어나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실 문제의 실사구시적 해법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 서로 시각차가 큰 주제들을 놓고 매월 한 차례씩 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했던 것이다.

그동안 합동토론회에서 의견의 일치를 본 것도 있고, 서로의 진영논리가 팽팽하게 맞선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는 진영논리를 떠나 모두가 공감하는 데 이르렀다.

 

<그동안 진행된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의 동영상과 내용은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인 ifs POST의 ‘포럼/세미나’ 에 자세히 소개돼 있습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2015년 7월15일 합동시리즈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들 3인의 대표학자들이 ‘보수와 진보의 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가진 바 있다.

 새 정부의 정책 조율책임자로 나선 이들 3인의 정책구상을 다소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토론 내용’을 다시 소개한다. <편집자>

 

 

 경제권력 통한 통제가 아니라, 시장의 정상 작동 통로가 중요

가계 부채 늘려 부동산 부양만… 


< 한국 사회 당면과제 >
김광두 "극도의 무력감 팽배"
장하성 "젊은 세대에 희망 줘야",
김상조 "각 진영 금기 깬 개혁을"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이 만났다.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놓고 그동안 보수는 기득권을 지키려고, 진보는 이념적 지향성을 위해 서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며 대중 영합적인 주장도 적지 않았다고 이들은 고백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떠나 궁극적으로 한국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고 다 함께 잘살아 보자는 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저성장, 양극화,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미증유의 구조적 난제들을 과연 어떻게 풀 것인지, 이들은 우리 사회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현실 문제의 실체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서강대 석좌교수)과 합리적 진보를 대표하는 경제개혁연구소의 장하성 이사장(고려대 교수),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지난2015년 7월15일 서울 마포의 국가미래연구원장실에서 만나 ‘보수ㆍ진보의 대화’의 취지와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이날 대화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대화’는 함께 개혁을 찾는다는 데 의미가 큰 데. 
 
김광두: “우리 사회 전체가 대화가 부족하고 소통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비록 학계에서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 생각이 다른 점을 유연한 자세로 소통을 통해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ㆍ경제개혁연대가 뜻을 모아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진보와 보수 간의 솔직한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다.”
 
장하성: “한국사회를 보는 관점이 가치관이나 철학,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모두가 지향하는 것은 다 같이 잘 살자는 것이다. 생각이 달라도 같이 잘살자는 데는 보수, 진보의 차이가 없다. 보수는 그들이 지키려는 가치와 사회 질서보단 기득권을 지키려는 데 몰입해 왔다. 진보는 지향하는 가치나 철학도 소중하지만, 그 이념에 매몰돼 현실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양 진영이 대화도 없고 극단적 논쟁으로만 치닫다 보니 주어진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지 않고 서로가 옳다는 주장의 시시비비만을 증명하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 공개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본다는 점은 그 의미가 크다.” 
 
김상조:“보수의 기본적인 특징은 시장의 자유로움과 창의를 통해 경제 역동성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진보는 그 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과제를 국가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진보 진영도 정부에게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사회복지를 확대하며 노동시장의 구조개선을 위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진보의 역사 때문에 정부나 국가, 관료시스템을 깊게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에 보다 많은 역할을 주문하면서 정작 국가와 관료 시스템을 신뢰 못 하고 비판하며 그 자율성을 제약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셈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보의 질서가 아무리 정당해도 그것이 30년 후쯤에나 실현될 수 있는 먼 과제라면 중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확립하고 정부의 공공성ㆍ민주성ㆍ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진보ㆍ보수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함께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과제여서 이번 대화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 대선에 ‘경제 민주화’가 화두였다. 지금은 공염불이 됐지만, ‘경제 민주화’가 안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김광두: “경제 민주화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옆에서 도와드렸다. 자본주의 자체가 움직이는 데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이 공정성과 양극화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민주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 정부 들어 첫해는 입법조치가 있었는데, 그 다음 해 모든 것이 실종되고 말았다. 김종인 박사는 과거 헌법 개정 당시부터 경제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김 박사는 경제민주화가 안 되는 이유를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선거 때는 득표에 도움이 되니까 했다가 선거가 끝난 후엔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방향을 틀면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의지와 실천이 문제라는 것이다. 리더가 의지가 없고, 실무진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장하성: “지난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가 화두가 되면서 너무나도 반가웠다. 한국의 보수를 대표한 정치인 주변에 김광두 교수와 김종인 박사와 같은 합리적인 학자들이 포진하고 경제 민주화를 공약으로 내놓아 ‘이건 된다’고 봤다. 설령 야당이 정권교체를 못 해도 경제 문제의 핵심인 경제 민주화가 실현될 것으로 믿었다. 한국 경제가 10년 앞서갈 수 있는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게 믿게 한 장본인이 바로 김광두 교수이다.” 
 
김광두: “학자들이 추구하는 세상은 이상적인 것이다. 이상이 현실화되도록 노력하는 차원에서 정치인을 돕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입장이었다. 학자는 그 논리와 방법을 제공하고 이를 이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를 받아 주지 않아 역할의 한계를 느꼈다.” 
 
장하성: “그렇다면 가르치기는 제대로 가르쳤는데 학생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김광두: “학자로서 노력했는데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이 안 한다면 그것은 학자의 역할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아쉬움이 크다.” 
 
김상조: “선생이 가르치기는 제대로 가르쳤는데 학생이 잘못 배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생이 잘못 가르치지 않았나 본다. 2012년 대선 당시 김종인 박사의 저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를 읽으며 처음으로 김 박사의 경제민주화가 무얼 의미하는지 알게 됐고 이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김 박사의 경제 민주화는 재벌, 경제권력이 너무 커졌는데 그 권력 위에 정치권력이 섬으로써 이 경제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요체라고 본다. 그래서 김 박사는 대통령, 정치권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치 구조나 관료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은 큰 과제이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정부의 시혜적인 도움이 아닌 자기 스스로 권리를 찾아가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더 중요한 과제이다. 그래서 김종인 박사나 김광두 교수가 실패한 것은 자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광두: “할 말이 없다.” 
 
-8ㆍ15 광복절 특별사면이 예고됐다. 재벌기업 총수의 사면 추진이 예상되는데. 
 
김광두: “경제민주화의 한 부분인 경제인 사면과 관련해 그동안 박근혜 정부를 높게 평가해왔다. 재벌이라도 사면을 쉽게 하지 않는 점을 좋게 봐왔다.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이번에 혹시 그것마저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장하성: “사회가 사회에 기여한 사람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종교적인 나라일수록 부패가 심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종교에선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에 대해 회개하고 반성하면 용서를 해 준다. 너무 쉽게 용서해 준다. 용서를 쉽게 하면 오히려 더 잘못을 많이 저질러 부패가 심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당연히 사회에 기여한 사람이라면 이를 인정해 관용을 베풀고 용서해야 하지만 이것이 정치적 목적으로 수없이 반복된다면 이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가 선진국을 향해 가면서 세계적 기업을 이끄는 총수들이 우리 사회의 바른길을 실천하는 표상이 돼야 하는 데 나쁜 짓을 저질러도 사회에 기여했으니 또 관용을 베풀어달라는 것은 보수가 부르짖는 사회의 법과 질서의 기본을 깨는 것이다. 보수가 스스로 주장하는 가치를 부정하고 진보가 얘기하는 평등한 사회의 가치를 부인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나마 지켜온 마지막 선을 꼭 지켜주길 바란다.” 
 
김상조: “사면논의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명분이 국민 대통합과 국가 발전이다. 대통령이 지금까지 지켜온 유일한 공약을 허무는 것이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길인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통해 세계 경제 질서가 바뀌었고 2012년 경제민주화 열풍을 거치며 한국 사회도 바뀌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 정치인들이 과거에 사용한 논리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장하성: “더 기막힌 것은 경제 단체 임원이 국민을 상대로 협박을 한 것이다. ‘총수 없이 투자 없다’는 것은 기업 경영을 하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발언인가. ‘총수를 안 풀어주면 투자 안 한다’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국가 경제를 볼모로 협박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것을 정치권에서 당연히 받아들인다는 것은 보수가 기득권을 지키는 데 몰입됐다는 대표적 사례이다. 국가 경제와 기업의 발전을 위해 투자를 해야지 총수를 안 풀어주면 투자 안 한다는 식의 말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민을 상대로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소리이다. 과거 총수 풀어줬다고 기업이 할 필요 없는 투자를 했는가. 오히려 할 필요 없는 투자를 했다면 그 기업은 망할 기업이다.” 
 
김광두: “평소엔 시장 논리를 주장하다가 총수를 풀어줘야 투자한다는 것에 정치권과 정부가 동조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법과 원칙이 무너지고 사회적 신뢰가 붕괴되는 것이다. 총수에 대한 사면이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의 기강이 크게 해이해질 것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될 것이다.” 
 
-취임 1년이 된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한 평가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의견은. 
 
김광두: “경제가 어렵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추경을 많이 했고 국가부채도 많이 늘었다. 그래도 계속 어려운 상황이다. 최 장관이 노력을 많이 했지만, 성과 면에서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심각한 현실이다.” 
 
김상조: “초이노믹스는 ‘시작은 창대하였지만, 끝은 미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해 취임해 기업소득에 대한 가계 환류라는 개혁 진보진영의 어젠다를 수용하면서 보수의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 그것을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해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기대가 컸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개혁정책과 발상은 기억에 남지 않고 가계부채만을 늘려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려고 했던 결과만 남았다. 결국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하면 백약도 무효일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실패사례를 대표한다고 본다.” 
 
장하성: “총선 나가실 분이 아닌가. 추경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처방이다. 가계소득이 늘어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틀을 만들지 않고 지난 3년 내내 추경을 투입하면서도 경제를 살리지 못한 것은 추경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지 않고 덧난 상처에 약 바르기만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김광두: “총선 때문에 경제 정책에 전념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 구조개혁과 경기부양을 잘 조합하는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동안 대증요법으로 대처해온 것이 문제이다. 구조적인 부분에 손을 못댔기 때문이다. 추경 자체에 대한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추경의 내용이 기득권 지키기에 다 쓰여 체질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혀 채산성이나 경제성이 없는 부분에 돈이 들어가면 다 흘러버려 없어지는 격이다. 추경이 이뤄지는 것은 좋지만, 내용을 잘 따져 봐야 한다고 본다. 야당이 그것을 제대로 따질 수 있다고 보는가.” 
 
장하성: “야당을 따지기 전에 보수가 진지하게 생각할 부분이 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4대강 사업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일부에선 아직도 평가가 이르다지만 여기에 자원개발 등에 들어간 돈이 감사원 결과에서도 그 손실규모가 확인됐다. 다시 새누리당 정부가 이어지면서 이젠 추경을 통해 일시적인 경제효과를 노리는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사실 4대강 사업은 건설업 살리기 사업이었다. 지금의 추경도 메르스 사태나 세월호 사태 이후 소비가 위축된 것에 대한 보완책이 되면 좋겠지만 내년 총선용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 
 
김상조: “가장 좋은 경제정책은 보수 진보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행동과 정책을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느냐이다. 최 장관은 경기부양만 한 것이 아니라 구조개혁에 대한 어젠다를 수없이 내놓았다. 오히려 너무 많이 내놓은 것이 문제다. 3개월에 하나씩 한국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연금문제와 노동시장 개혁문제 등에 대한 과제를 꺼냈는데, 3개월에 평균 하나씩 꺼내 놓는다고 이 문제가 1년 이내에 이뤄질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반이 지났지만, 그 많은 개혁적 어젠다들이 6개월만 지나면 국민의 기억 속에서 다 잊히는 그런 악순환을 반복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2~3년 내 경제 위기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보나
 
김광두: “세계 모든 나라 경제가 위기에 봉착할 때면 부채가 가장 큰 문제이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자꾸 늘려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한다. 이미 가계부채 규모는 가처분 소득 대비 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는 그래도 계속 부채를 더 늘려 집을 사라고 한다. 추경을 통해 국가 부채도 늘리고 있다. 누구나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클 수밖에 없다.” 
 
장하성: “과거엔 기업 부채 시대였지만 이젠 가계부채 시대다. 우리나라 시중은행 대출 중에서 가계대출이 50%를 넘었다. 1997년 기업부도로 나라가 거덜 났는데 이제 가계부채 문제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1997년은 기업부도였지만 이젠 가계부도가 나면 은행이 망하고 국가가 망한다. 특히 가계대출의 주요 대상은 중산층이다. 자칫하다간 중산층이 무너질 수도 있다.” 
 
김상조: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부채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점이다. 2008년 글로벌 위기 당시 모든 나라가 부채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했다. 유일하게 예외였던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가계부채는 규모나 비중이 계속 증가해왔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와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것을 고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초 적어도 규모는 못 줄여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더 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당시 이에 대한 신뢰가 확보됐다면 충분히 리스크를 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지침은 몇 개월 못 가 사라졌고 가계부채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시장엔 2017년 또는 2018년 부동산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을 정도다. 정부가 이 부분에 빨리 명확한 정책 시그널을 내놓지 않으면 국민 모두가 파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모르지 않을 텐데. 
 
김상조: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관료들의 보신주의이다. 정부 각 부처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보도자료를 낸다. 그러나 과연 이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정책인데도 이를 보고하기 위해 보고서를 받아 볼 오직 한 사람(대통령)을 위해 정책자료를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보고서’에만 매달린다는 것이 안타깝다.” 
 
장하성: “경제 고위관료들은 합리적이고 똑똑하다. 하지만 요즘 관료는 영혼이 없어 보인다. 정권이 교체되면 정권 해바라기, 권력 바라기가 늘어나고 있다. 소신을 지키기보단 정권의 입맛에 맞춰 그 역할을 바꿔가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영혼 없는 관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김광두: “영혼 없는 관료들이 느는 것은 문화적 흐름이나 정치적 환경 혹은 국정 최고 운영자의 운영방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비극적이다.” 
 
김상조: “이 같은 현상은 1997년 상황과 유사하다. 문제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알면서도 알고 있는 해결방안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위기의 징조라고 본다.” 
 
장하성: “IMF 사태 당시 컨설팅업체인 부즈앨런이 ‘한국 보고서’를 내면서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을 ‘NATO (노 액션, 톡 온리: No Action, Talk Only)’라고 결론지었다. 한국 전문가, 학자, 관료들이 문제를 다 알고, 해결책을 알지만, 말만 할 뿐 실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광두: 지금 상황을 ‘NARO (노 액션 리포트 온리)’라고 하는 것은 어떤가. 정책에 대한 보고서가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쏟아지고 있나. 정책에 관한 리포트는 있지만, 실제로 하는 것은 없다. 참 답답할 뿐이다.” 
 
장하성: “‘NAPO (노 액션 프레지던트 온리)’는 어떤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김광두: “한국사회 전체가 체념과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에 깊이 빠져있다.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는 느낌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할 수 있다’는 정신이 있어 경제가 이 정도 됐는데, 지금은 극도의 무력감이 팽배하다. 그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장하성: “국민 개개인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 과거 ‘할 수 있다’는 정신은 내가 노력하면 더 나은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할 수 없어 구조의 틀 속에서 노력만으론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희망이 없는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젊은 세대이다. 청년층은 국가의 미래이다. 젊은 세대가 주어진 현실을 극복할 수 없기에 그 틀 속에 안주하며 도전하지 않고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새로운 구조의 틀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성세대가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김상조: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너희 힘들지. 너의 책임이 아니다. 기성세대들의 잘못을 너희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소중한 후배, 자식들을 무기력한 절망감에 빠뜨린 것은 기성세대 탓이다. 기성세대가 해야 할 막중한 책임감이 있고 그 책임감 때문에 보수와 진보의 대화에 참여했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대화하는 노력이 진영 간의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각 진영 내에서 그동안 알면서도 말하지 못한 각 진영의 금기에 도전해야 한다. 변화에 맞는 개혁의 어젠다와 방법론을 모색하기 위해선 우리가 갇혀있던 질곡들, 우리의 금기에 도전하는 것이 기성세대, 지식인들의 책무이다.” 
 
장하성: “진보 진영은 임금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뀌지 않고는 청년세대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진보의 금기인 정규직 노동조합의 문제와 임금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광두: “금기를 깰 때 과연 사회가 이를 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이다. 현실은 금기를 깨면 즉시 죽임을 당한다. 어느 정당의 원내 대표가 금기를 깼다가 혼난 것을 보라. 우리 사회 분위기가 서로 견해가 달라도 이해하고 서로 포용하는 분위기가 돼야 금기를 깨고 영혼을 가진 관료들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그런 희망의 사인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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