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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원장 인터뷰] ① "기업 두들겨 뽑아먹을 생각만 하면 안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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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7월2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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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28/2014072801719.html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효과 적고 기업부담만"
"기업은 국가경쟁력 핵심·세계적 시각에서 봐야"
"부동산 규제완화 긍정적‥가계대출 문제 안돼"
"규제개혁, 교육문제 해결 등이 정부가 할 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사내유보금 과세는 가계소득과 내수를 개선하는 효과는 적고 기업들의 부담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오히려 정부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많이 내고 있다. 스스로를 ‘개혁적 보수’라고 지칭하며 국가미래연구원을 박근혜 정권이 끝난 후에도 계속 발전시켜 한국의 헤리티지재단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를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원장은 박 대통령에 대해 ‘소통이 부족한 수직적 리더십’이라고 비판했고, "국가혁신은 현실을 바꾸는 것인데 현재처럼 법조인 공무원 등 기득권층만을 등용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서는 "가계소득과 내수를 개선하는 효과는 적고 기업들의 부담만 있을 것"이라며 "세계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기업 현실 등을 세계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바라고 있으나 상황이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외곽에서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게 본인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 우려에 공감"

-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인식에 동의한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현대차, 2개 그룹의 비중이 너무 크다.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는 된다. 대기업 그룹도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를 제외하고는 다 어렵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됐다가 이제는 20년 됐는데 우리도 벌써 10년 됐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좋아진 게 별로 없다."

- 정부는 그동안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축소 균형 등을 부정했다가 최 부총리 임명 이후 그런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는 있는 그대로 얘기를 못 했고 이제 솔직해진 것이다. 경제가 심리니까 어렵다고 하면 더 어려워질까봐 그런 것 같은데,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 동의하고 협조한다."

"LTV, DTI 완화해도 가계대출 많이 늘지 않을 것"

-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겠다고 했는데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괜찮다. 경제를 뚫고 나갈 첫번째 부문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거래 활성화하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지만 정책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상황이 어려운데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뭔가 한다면 현재는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가장 쉽게 경제심리를 호전시킬 수 있다."

- 가계부채 늘어나는 문제는 어떡하나.
"우려하듯이 가계부채가 엄청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돈을 빌려주는 것은 은행이다. LTV, DTI 완화는 은행의 선택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다. 상환 능력이 없으면 은행이 안 빌려준다. 또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 많았는데 이 게 1금융권(은행)으로 갈 수 있다. 예전에는 집값이 올라가고 돈 벌려고 투자했지만 지금은 인구구조 등을 보면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 중산층이 돈 빌려서 집을 사는, 투기용은 없을 것이다."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효과 적고 기업들에 부담만"

- 정부가 앞으로 발생하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해서 임금이나 투자,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고 하는데.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임금이나 이익은 기업 나름의 고유 의사결정이다.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과 경쟁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경쟁하는데 애플은 사내유보금이 삼성전자보다 더 많다. 애플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는데 우리는 경쟁의 핵심인 임금이나 투자를 정부가 간섭하면 경쟁이 되겠나. 물론 내수 차원에서 보면 가계소득 늘려주고 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부분만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라면 상당히 위험하다. 일본도 정부가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을 원한다고 하기는 했다. 그러나 일본은 정부가 법인세 인하해줬으니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협조해 달라는 정도다. 도요타 경영진을 만나보니 '아베노믹스마저 실패하면 일본 경제 자체가 어려워진다', '법인세 인하해 준 정도는 협조해주자'는 것 같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는 강제적이다. 이 것은 우리 노사관계 풍토로 봐서는 잘못하면 문제를 크게 일으킬 수 있다. 노조는 임금 올리기를 원하니까 '정부가 임금 더 주라는데 왜 안 주냐'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러면 힘 센 정규직 노조만 혜택을 보고, 힘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은 소외된다. 임금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 기업들이 투자나 배당을 늘릴 수 있지 않나.
"이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맞지 않다. 사내유보금에 과세한다고 투자가 늘어날까. 투자가 안 되는 것은 경제 불확실성과 관련이 깊다. 배당 더 해주면 가계소득 늘어나니 소비가 늘어날 거라는데 현재 배당을 받는 주주들의 구성을 보면 개인주주는 20% 정도뿐이다. 외국인, 법인, 기관투자가가 많다. 20% 중 혜택을 볼 수 있는 소액주주는 더 적다. 대주주나 주식 많이 가진 사람이 배당을 더 받아도 소비가 그다지 늘지 않는다. 주식 보유자들은 영세민도 아니다."

"기업은 국가경쟁력 핵심…세계적 시각에서 봐야"

- 결국 효과는 크지 않고 기업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얘기인가.
"기업은 자기 라이벌이 갖고 있는 돈보다 줄어들면 라이벌 기업이 활발히 할 때 제대로 못 움직인다. 우리가 처해 있는 국제 환경을 보면 중국이 엄청 추격해오고 있다. 첨단기술은 세계적 기업과 경쟁한다. IT, 자동차 등이 그렇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걸 생각해야지 내수만 쳐다보고 기업들에 돈이 많으니 어떻게 해보자는 건 조금만 생각해도 위험하다. 기업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기업인데 비판 대상으로만 보고, 두들겨서 뽑아먹을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기업을 어떻게 살찌게 하느냐를 경쟁하는 시대에 그러면 되겠나. 사내유보금에 우리처럼 과세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 일본 등 있지만 그건 탈세 방지용이다."

- 정부가 임금을 올리라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 2008년 이후 실질임금이 정체돼 있다.
"시그널 효과로 볼 수 있지만 임금에서는 구조적으로 봐야 한다. 산업 전체 평균으로 볼 때는 실질임금이 거의 정체돼 있는데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 쪽 임금이 내려간 것이다. 경쟁력 있고 영업 실적 있는 곳은 임금이 꾸준히 올랐다. 지금 현대차 임금은 도요타보다 높다. 양극화가 심한 것이다. 정부는 임금을 강제로 올릴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해야 한다."

"규제개혁, 교육문제 해결 등 정부가 할 일 많다"

- 정부가 산업 경쟁력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R&D(연구개발) 예산 등 있지만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 아닌가. 그래서 정부가 성장잠재력 높인다고 하고는 있는데 잘 안되는 것 같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아니다. 정부 규제가 얼마나 심각한데 할 수 있는 게 없나.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많다. 노사관계로 어려움 겪는 기업들과 관련해 정부가 불법파업 등 엄벌해서 법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또 교육이 있다. 교육이 사람이고 사람이 기업 경쟁력인데 얼마나 고민이 많나. 40대 가장들은 사교육비 때문에 고민이 매우 많다. 교육 문제에 기업 어려움, 소비 부진, 창조경제의 어려움 등이 다 있다. 정부 할 일이 왜 없나. 교육 혁신해야지. 스웨덴에 사이언스 파크(정부 주도의 산학협력단지)에 가보면 그 안에 정부가 공과대를 지어줬다. 인력 공급은 정부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이 그런 것이다. 노사관계도 사교육비 때문에 많이 생긴다. 소비자물가 얘기하는 것은 소용없다. 사교육비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데, 그건 물가에 잘 반영되지도 않는다. 교육개혁, 공교육 정상화, 교육수준 제고는 정부가 할 일인데 하나도 못하고 있다."

- 교육 문제는 역대 정권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하려고 했지만 해결이 안 됐다.
"힘들다고 못하면 그게 바람직한 정부냐. 그런 거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지. 100가지 늘어놓고 다 하겠다는 식인데 어떻게 그걸 다 할 수 있나. 경제혁신 3개년 계획보면 리스트업 된 과제만 54개다. 정권이 3년 좀 넘게 남았는데 그 짧은 기간에 어떻게 그걸 다하나."

"한은 목표에 고용안정 추가해야…지금은 물가보다 일자리 창출이 우선순위"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로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고 보나.
"미국처럼 우리도 한은이 일자리 창출을 우선순위로 올려야 한다. 최근 물가가 2%를 넘지 않고 있다. 물가를 고민할 시기가 아니다. 고용률 65% 수준이라지만 50~60대 파트타임과 복지서비스 쪽이 대부분이다."

- 미국이 내년에는 금리를 올릴 수도 있는데.
"미국 금리인상을 걱정하는데 그건 내년 하반기에 올리면 그때 우리도 올리면 된다. 미국은 신축적으로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경기가 심리인데 기업도 개인도 미래가 불확실하면 돈을 안 쓴다."

- 한은의 목표로 기존의 물가안정과 함께 2011년에 법 개정해서 금융안정을 넣었다. 고용안정도 넣어야 하나.
"그건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일자리, 고용 안정도 들어갈 필요가 있다."

"기업 구조조정, 은행권-자본시장-법정관리 3개 체제 개혁해 인프라 재구축해야"

- 최근 경제에서 수요 부족을 많이 얘기하는데 뒤집어 보면 공급이 과잉이라는 말도 된다.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은.
"상장기업 중 이자보상배율 1 이하가 30% 정도 되는데 좀비기업들이 많다. 그대로 안고 가면 자원이 잠겨버린다. 구조조정은 금융회사가 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데 은행들이 못 한다. 공무원들은 기업 망하면 경제가 타격 받으니까 가능하면 안 망하는 것처럼 해보려고 한다. 현장에서는 망하게 생겼는데 은행에서는 실무자가 자기 실적이 나빠지는 문제도 있다. 선제적 구조조정 제도를 법률로 만들면 가능하다. STX 그룹도 정부가 빨리 끝내는 것을 싫어했다. 그나마 이 정부 들어와서 그래도 산업은행이 원칙을 지켜서 했다. 지금도 1년만 돈 더 넣어주면 살 수 있다는 곳이 많다. 선제적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금융에서 해야, 할 수 있다. 은행으로만 안 되고 자본시장에서도 협조체계가 있어야 한다. 은행 대출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많으니까. 선진국 사례가 있다. 법정관리 문제도 있다. 좀비기업들이 법정관리로 도망가는 경우가 있는데 법정관리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은행, 자본시장, 법정관리 등 3개 체제를 바꿔서 체계적으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기재부가 법무부와 협조해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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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7월2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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