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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문화융성, 1사1촌 '생활문화운동' 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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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7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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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1.kr/articles/1757279
[문화융성 리더 인터뷰]<1>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엘리트 문화 소비 벗어나 국민이 문화 생산자로 나서야"
"지역 문예회관 적극 활용해야…제주 해비치, 에딘버러 돼야"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국민들이 소극적인 문화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문화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이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해야 할 것이 '생활문화운동'입니다. 구경하는 자세가 아니라 무대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는 문화생산자로 나서야 본격적인 문화융성의 시대가 열린다고 봅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문화융성 시대를 활짝 열기 위해 생활체육과 같은 '생활문화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트 집단에만 맡겨놓아서는 문화융성이 되지 않는다"며 "마을마다 직장마다 합창단, 극단, 그림을 그리는 모임 등을 조직해 노래하는 마을, 춤추는 농촌을 만들고 기업들도 적극 나서 1사1촌 결연을 맺어 함께 생활문화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국 200여 지역문예회관을 생활문화 운동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지역문화, 생활문화가 발달해야 문화융성의 기운이 일어나고 엘리트 문화도 덩달아 성장한다"고 말했다.

또 "친구를 때리는 기운 넘치는 청소년들의 주먹에 돌멩이가 아니라 장구채를, 북채를 쥐어 줘 에너지를 장구를 때리고 북을 때리는 데 쓰게 하자, 그게 문화운동이다"며 "에너지를 문화를 통해 소비하게 만들어 주면 폭력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고 했다.

고학찬 사장을 지난 4일 예술의전당 내 카페 모차르트에서 만났다.

- 문화융성 시대를 활짝 열기 위한 과제는.
▶ 문화융성위원회도 만들어졌고 조직은 어느 정도 됐지만 국민들이 지금까지는 소극적인 문화 소비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어쩌다 한번 영화를 본다든가 책을 사서 본다든가 음악회를 간다든가 하는 소극적인 문화 소비자 수준인데 그 정도 가지고는 나라가 문화융성하기 힘들다.

국민들이 소비자가 아니라 향유자로서 적극적인 문화 생산자 역할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시작해야할 운동이 '생활문화운동'이다.

우리가 체육은 생활체육이 있다. 보통사람이 축구를 구경만 하는 게 아니고 아침에 운동장에 가서 공을 차고 직접 체육에 참여한다.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다. 그냥 구경하는 자세가 아니라 참여해서 나름대로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그림을 그리는, 또는 노래를 하는 문화생산자로서 나서야 그야말로 본격적인 문화융성의 시대가 열린다고 본다.

- '생활문화운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 예를 들어 마을마다 직장마다 거기에 맞는 합창단을 만든다든지 극단을 조직한다든지, 그림을 그리는 모임을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마을마다 직장마다 술 마시고 노는 문화가 아니라 문화예술로 여가를 활용하고 직접 만든 것을 무대나 혹은 벽에 걸게 된다. 일반 국민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쪽에 한정될 게 아니라 노래하는 마을, 춤추는 농촌 등 문화를 생산하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문화에 대한 자세를 바꿔야 된다는 거다. 그렇게 하도록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

지금까지의 문화는 특정 엘리트 집단이 만든 것을 국민이 소비자로서의 역할만 했는데 문화를 특정 엘리트에게만 물려줘서는 전체적인 문화융성의 기운을 나타내기 힘들다. 문화융성의 기운은 온 국민이 적극적인 참여, 생산에까지 참여하는 운동이 돼야한다. 새마을 운동이 잘 살기 운동이라면 지금 우리가 해야 될 운동은 '생활문화운동'이다. 중국의 문화운동 같은 게 아니라 국민들이 문화 생산에 참여하는 운동이 돼야 된다.

수많은 직장이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등 많은데 그 안에 많은 중창단, 합창단이 나와야 하고 연극하는 회사, 그림 그리는 글을 쓰는 중소기업이 나와야 한다. 문화운동이 직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중견기업 이상은 각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어야 된다. 한 직장이 한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어 그 마을이 문화운동을 하는데 기업들이 동참해서 도와줘야 한다. 정부 예산만 바라볼 게 아니라 기업과 마을, 직장과 마을이 1사1촌 운동을 해야 한다. 문화운동을 펼쳐나가는데 기업과 마을이 한 조가 돼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또 '생활문화운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게 있다. 현재 문화와 예술 전공자들이 연간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일자리가 없다. 무용을 해봐야 졸업해서 갈 때가 없다. 우리나라에 도립 무용단이 하나 없다. 국립, 시립 하나씩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마을마다 직장마다 춤추는 마을을 만들자 하면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 가서 그 일을 하는 거다. 옛날에 새마을 지도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새 문화의 지도자를 뽑아서 직장을 마련할 수 있다. 직장마다 마을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연극하는 사람이 지도자로 가는 거다. 문화를 전공한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이 일에 참여하게 되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것이다.

각 대학마다 문화예술 관련 과를 없애려 한다. 학교의 실적을 깎아 먹는 게 문화예술과다. 취직이 안돼서다. 취업률 갖고 학교 그레이드를 매겨서다. 이런 것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생활문화운동'이다. 될 수 있는 대로 한 직장 한 마을이 하나의 장르를 잡고 문화지도자들이 그 마을과 직장을 찾아가서 교육을 하는 거다. 그것을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지금 그러한 것이 전혀 안되고 있다.

- 해외 사례는 있나.
▶ 미국에서 15년 살았는데 미국에 커뮤니티 씨어터가 있다. 그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지역사회 극장이다. 예를 들어 목수, 선생님, 수도 고치는 사람들이 모여 자기들대로 연극을 해서 올린다. 우리는 그게 없다. 그걸 우리가 해야 한다. 그게 '생활문화운동'이다.

- 우리나라에 있는 문예회관은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나.
▶ 우리나라 문예회관이 전국에 200여 개가 있다. 대규모 엘리트 공연단들이 공연해 주길 바라고 있는데 거기를 찾아가는 엘리트들이 없다. 지역에 가봐야 파리 날리기 때문에 안 간다.

내가 전국문예회관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데 사정을 들여다보면 전국적으로 극장 가동률이 30%도 안된다. 놀고 있다. 왜냐, 엘리트들 문화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공연하는 사람이 없고 흥행이 안된다.

그 지역에 있는 마을, 직장들이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 회관에 올려야 한다. 솔직히 문예회관들이 지금 건물만 남아 있다. 정부 예산을 갖고 큰 회관들을 지어 놓고 1년에 3분의 2를 놀린다는 게 말이 되나. 연간 전국에 200억원 정도 지원되는데 나눠먹기식이다. 자발적으로 지역에서 직장에서 문화운동이 일어나면 무대는 얼마든지 있다. 텅텅 놀고 있는 문예회관을 그런 사람들한테 내줘야 한다.

지역문화, 생활문화가 발달해야 문화융성의 기운이 일어나고 엘리트 문화도 덩달아 성장한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지역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지방에 가서 아무리 좋은 전시를 해봐야 그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림 그리는 운동이 퍼져 나가면 그림을 알게 되고 그리면서 좋아하게 되고 그림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고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그럼으로써 대규모 전시회가 지방에 내려가도 자발적으로 구경하게 된다. 그런 과정없이 지역에서 세계적인 명화전을 한다고 하면 보러가는 사람이 없다. 문화융성의 길은 생활문화융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문화융성이 마지막 주 수요일 캠페인(문화가 있는 날) 갖고는 안된다. 곡괭이 자루를 쥔 농부가 농한기 때는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부른다든지 연극을 하는데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정한 문화융성이 이뤄진다.

지금 문제 청소년들이 있다. 주먹으로 때리는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이다. 그 기운 넘치는 젊은이들의 주먹에 돌멩이가 아니라 장구채를, 북채를 쥐어주자는 거다. 그 에너지를 북을 때리는 데 쓰자, 그게 문화운동이다. 그러면 폭력문제도 해소된다.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친구를 때리는 손이 북을 때려야 된다.

젊은이들, 어린이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노래하는 마을, 춤추는 농촌, 이렇게 가져가야 되지 않겠나. 문화융성이 거기서 시작되는 거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폭 저렴하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림도 배우고 서예도 배우게 해서 전 국민이 문화의 생산자가 돼야 한다. 그게 문화융성으로 가는 길이다. 엘리트 집단에만 맡겨 놔서는 문화융성이 되지 않는다. 그 나라의 문화가 몇몇 사람에게만 기대게 되는 거다.

- 예술의전당 사장에 취임하신 지 1년 여가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 1년 3개월 반이 지났다. 6가지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영상화 사업은 반대가 많았고 예산도 제로였다. 올해 다행스럽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8억원을 배정해 줬다. 중요하다, 가능성이 있다 인정해 준 것이다. 실제 영상화 사업을 해서 많은 지역 주민들이 호응을 해줬다. 평생 발레 공연 한번 못보고 사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80%다. 그래서 발레를 영상화해서 지역에 있는 문예회관이나 극장에서 보여주자는 사업이다. 그게 문화융성의 길이다.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많이 갖게 해줘야 문화 저변이 확대된다.

오페라도 평생 못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정부 예산을 갖고 오페라를 만들어 3일 동안만 극장에서 공연하고 끝내는 게 말이 되나. 전 국민에게 영상으로나마 보여주어야 한다. 영상의 순기능을 잘 살리면 공연장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다. 그 사업을 인정받았다. 정부의 인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의 호응도가 좋았다. 시작이 반인데 잘되고 있다.

또 하려했던 것이 '가곡의 밤'이 있다. 가곡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이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리는 게 몇 가지 있다. 그냥 돠두면 없어지는 것들이다. 이미 우리나라 어느 민간, 공영 방송도 가곡 프로그램이 없다. 가곡은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아주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그것을 이 시대에 와서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뿐만 아니라 각 나라마다 가곡이 다 있다. 우리나라 가곡도 잘 닦아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없는 예산에 지난해 5번의 가곡의 밤을 했다. 야외에서 무료 공연을 하고 전국에 방송을 했다. 올해도 똑같이 한다. 다른 방송도 호응이 좋아서 가곡을 왜 없애버리냐 하고 항의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그 다음에 '동요 콘서트'다. 요즘 어린 아이들은 걸그룹 노래를 한다. 동심을 살려야 한다. 동요를 되살리기 위해 동요콘서트를 올 봄에 3번했다. 직접 사회도 봤다.

또 하는 사업 중에 '서예 중흥'이 있다. 예술의전당내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예박물관이 있다. 서예라는 장르도 다 죽었다. 예술의전당에 와보니 음악당이나 오페라하우는 사람이 붐비는데 서예박물관은 조용했다. 25년간 손 한번 댄 적이 없는 낡은 건물인 서예박물관의 모습이 우리나라 서예의 모습과 같았다. 그래서 이거 안되겠다 했다. 서예도 광개토대왕 비문부터 시작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소중한 문화장르인데 이 시대에 와서 죽일 수 없다. 젊은이들이 아예 서예를 모른다. 서예뿐만 아니라 자판시대로 컴퓨터로 하다보니 글을 아예 안 쓴다. 쓰는 습관이 없어졌다. 학교에서 기말고사 시험을 보면 답안지를 읽을 수 없다. 무슨 글씨인지 알아볼 수 없다. 써보지 않아서다.

서예를 되살리자 정부에 건의해서 일단 서예박물관을 고치자 했다. 지난해 43억원, 올해 47억원 등 90억원의 예산을 따내 다음달부터 리노베이션을 시작한다. 서예하는 분들이 난리다. 예술의전당이 25년동안 가만 있다가 서예 중흥 기치를 내걸고 하니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서예 중흥에 앞장서겠다 나서고 있다. 굉장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노블 회원제'도 시작했다. 100세 시대인데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 여기 음악당이나 오페라 하우스에 오려면 돈이 많이 든다. 대폭 할인하는 노블회원제를 신설해 약 4000명이 가입했다. 그 외에도 몇가지 했는데 어느 것 하나 잘못된 게 없다. 직원들이 저 때문에 고생이 많다.

- 관객 주도형 기획도 있던데.
▶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의 극장은 극장이나 기획자들이 하고 싶은 것을 무대에 올리면 관객은 골라서 보는 거다. 그런데 이번에 하고자 했던 것은 관객이 기획을 주도하게 해보자 하는 사업이다. 최초로 가을에 시작하는 게 배우 열전이다. 배우들은 남의 인생을 무대에 올리지만 정작 자기 얘기는 해 본적이 없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무대에서 자서전을 한번 써보자는 것이다. 관객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첫 번째 사업으로 한다. 노배우들이 무대 인생을 돌아보는 그러한 무대를 관객주도형 사업의 첫 작품을 내 걸 계획이다.

- 자체 공연과 대관 공연 비중은.
▶ 교향악 축제, 발레축제 등 자체 기획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8대2 정도 밖에 안된다. 예술의전당 연간 예산이 500억원이 조금 넘는다. 그중 정부 예산이 120억원 정도 된다. 자립도가 75%가 넘는다. 정부 예산을 별로 안 받고 자생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정부 예산이 없으니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 극장을 운영해야 한다. (예산이 적어) 자체 기획 상품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대관 위주의 운영을 지금까지 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자체 공연을 30% 정도, 지금보다 10% 늘려 7대3 정도 비율이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려면 정부 예산 지원 등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예술 사업비는 제로다. 25% 예산 지원은 25년 된 낡은 건물 및 장비들의 수리비로 다 들어간다. 예술사업을 강하게 펼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협찬 같은 것을 많이 얻으러 다닌다. 사장이 가만 있는 게 아니다. 없는 예산에 가곡의 밤도 하고 동요제도 하고 있다.

- 후원회는.
▶박선주 회장님이 계신다. 약 200명의 회원이 연간 5억원 정도의 후원을 해 주신다.

- 예술의전당의 과제라면.
▶오늘(4일) 국제교류재단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장이라는 데 머물 게 아니라 아시아존에서 또는 전 세계에서 전당의 위상을 올려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교류를 해야 한다. 그래서 국제교류재단과 손잡고 우리의 콘텐츠를 외국에 내놓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예술의전당이 외국인들이 서울에 오면 반드시 찾아봐야 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국제교류에 앞장서야 한다. 앞으로 풀어야 될 큰 숙제중 하나다. 지금까지 관광객이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한류스타가 뮤지컬 한다면 몇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문화 척도를 알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앞으로 교류를 좀 더 활발히 해서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세계속의 예술의 전당을 목표로 내걸고 지금부터 일을 해야 한다. 임기동안 다 못하겠지만 초석을 쌓으려 한다.

또 자체 기획을 좀 더 늘리는 문제가 있고 교육 문제가 있다. 직원들이 갖고 있는 지식, 노하우를 끌어올려야 하고 해외로 보내서 교육도 받아야 한다. 직원교육 향상 문제는 올해 말 시작하게 된다.

- 세계 유수의 공연장들과 비교할때 예술의전당의 수준은.
▶ 우리가 관객 수로 따지면 세계 2위다. 293만명이 지난해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메트로 폴리탄이 320만명 정도 된다. 관객수는 많다. 시설 면에서도 설계를 처음에 잘해서 음향이 손색이 없다. 또 다른 극장과 달라 전문화된 극장이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실내악에 맞게 만든 극장이 있다. 규모면에서도 아시아 최대다.

다만. 극장내 이뤄지는 콘텐츠로 따지면 미흡한 면이 있다. 우리의 창작 오페라, 우리의 연극, 우리의 연주 등 세계 수준에 와줘야 하는데 모자란 부분이 많다. 자체 기획 얘기했지만 전속 단체가 없다. 자체 기획·제작하려면 사람과 돈이 있어야 된다. 전속 단체, 예산이 있어야 한다.

국립단체가 예술의전당내에 들어와 있지만 협업 정도이지 마음대로 이거 합시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 예산도 따로고 법인도 따로다. 지난번에 정부의 통합 움직임이 이었는데 단체들 반발도 있었고 쉬운 일은 아니다. 기존에 따로 운영했기 때문에 합칠 경우 부작용과 반발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겠지만 먼 장래를 보면 누가 오든지 간에 극장안에 액터가 아티스트가 같이 있는 체제가 돼야 대한민국의 문화수준이 올라가지 않겠나.

- 한국 문화예술산업을 진단한다면.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방향이 지금까지 너무 정부 주도형이다. 정부가 예산을 갖고 소위 문화를 조금 줄 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예산을 따기 위해 문화정책이 해방 이후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문화산업은 문화산업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케이팝이다.

케이팝이 성공한 것은 솔직히 정부가 진흥정책을 써서 된 것이 아니다. 민간인 스스로 만들어 낸 거다. 민간인들이 비즈니스로 접근한 것이고 그게 옳은 방향이다. 문화산업은 정부가 너무 간섭하거나 줄을 세우면 안 된다. 산업은 산업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어설프게 문화산업에 돈을 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다만 우리 전통문화는 정부가 간섭하지 않으면 죽어 버린다. 서예, 국악 등 순수전통문화는 정부가 예산을 들여 살려야 한다. 기초 예술도 반드시 정부가 돈을 써줘야 된다. 지역, 직장마다 이뤄지는 문화운동에 예산이 나가야 한다.

- 문화예술계가 자성할 점은.
▶문화예술인들을 만나보면 칭찬에 상당히 인색하다. 문화예술인들이 서로가 격려하고 박수쳐 줘야 한다. 그런데 박수치는 문화가 별로 없다. 선후배가 동료가 서로 칭찬하고 밀어주고 화합하고 단합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우리 문화가 더욱 발전할 것이다.

물론 문화 자체가 경쟁체제이기 때문에 경쟁의식은 있다. 좋은 것이지만 문화예술하는 사람들은 참 따뜻하더라, 서로 잘 보듬어 주더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문화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지금 보면 문화계가 많이 쪼개져 있다. 장르마다. 어떤 점에서는 경쟁이기 때문에 좋지만 너무 벽들을 높이 쌓아 놓고 있는 것을 느낀다. 시정해야할 게 아닌가 생각된다.

- 시급한 문화예술 정책은.
▶아까도 말했지만 문화융성에 맞는 생활문화정책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 정부가 해야할 것은 인재발굴이다. 보통 사업하는 사람들은 꽃봉오리가 맺혀야 딴다. 꽃봉오리를 맺기까지는 돈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문화인재 양성 교육에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 인재 양성이나 문화융성 분위기를 만드는데 돈을 쓰고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는 전통문화도 과감히 밀어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민간인들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문화의 풀, 거기서 돋아나는 꽃을 사잘 따먹게 해주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닌가 한다.

- 국내 최대 공연 축제인 제주 해비치 페스티벌도 다음 주 개최되는데.

▶ 지난해 참여했고 올해 두 번째 간다. 해비치가 아직까지 국내용이다. 우리나라 안에서 기획, 제작하는 사람들이 공연장에서 기획을 보여주고 사고 팔고 하는 마켓이 해비치라고 한다면 조금 더 시장을 넓혀야 한다. 지금 꽤 했으니 아시아 존 정도까지는 넓혀서 아시아 문화 페스티벌로 가야한다.

외국의 문화 기획자들도 부스에 들어오고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을 소개도 하고 우리의 것도 아시아 극장주들에게 보여줘서 사도록 한국의 마켓을 넓혀야 겠다. 개막식에서 그 애기를 하려고 한다. 이 자리에 우리나라 사람만 와서 우리끼리 장사하지 말고 시야를 더 넓히자고 하려 한다.

제주 해비치 페스티벌이 에딘버러 축제가 돼야 한다고 본다. 전 세계 퍼포밍 아티스들이 다 모이는, 새로운 공연들이 선보이고 새로운 시도들이 나오고 그런 것들로 해서 전 세계의 공연예술계가 모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당장은 아시아에서 시작해 유럽, 미국 쪽으로 넓혀야 한다. 에딘버러가 8월에 하니 겨울에 가져와 '윈터 에딘버러 인 제주'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제주도가 고향이기도하니 예술전당 사장 일을 마치면 고향에 가서 해보고 싶은 일이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1947년 제주생 △한양대학교 영화과 학사 △동양방송 프로듀서(1970~1977) △극단 신협 단원(1973) △제일기획 Q채널 국장(1994~1997)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국장(1997) △제3회 세계델픽 조직위원, 이사(1998)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겸임교수(1998~2003) △윤당아트홀 관장(2009~2013.3)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분야 간사 △2013.3~ 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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