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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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누구를 위한 주장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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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16일 19시34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16일 19시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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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10국 중 송나라는 단연 대국이었다. 경제력, 영토, 문화 모든 것이 풍요로웠다. 이런 송국을 멸망시킨 건 놀랍게도 오랑캐 취급을 받던 작은 나라 몽골이었다. 역사가들은 대국인 송나라가 몽골처럼 작은 나라에 무너진 까닭을 송국의 안일한 국방의식에서 찾는다. 재화와 문화교류로 주변국과 화친하던 전략이 몽골에는 통하지 않은 탓이다. 국방문제를 늘 화친일변도로 접근했으니 국방력이 허술했음은 자명하다. 

 

 국방의 중요성은 <논어>에도 등장한다. 공자는 국가운영의 3요소로 국방, 경제, 신뢰를 꼽았다. 나라를 지킬 수 있을 정도의 국방력은 국가가 갖춰야하는 필수요소다. 물론, 국방력 강화라는 명분이 지나친 군비경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국방력은 유사시 타국의 공격이 있을 때 자국을 방어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사드 배치는 고무적이다. 

 

 사드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적국의 미사일을 저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방공망만을 갖추고 있다. 만일 북한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는 스커드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 발사한다면, 기존에 있는 저고도 요격 미사일로 타격 시 수도권은 방사능 피폭을 면치 못한다. 하지만 사드는 고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북한 상공에서 미사일을 타격해 남한의 피폭 피해를 줄인다. 

 

중국은 중국의 외교를, 우리는 우리의 외교를 해야 한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사드의 목적을 북핵이 아닌 중국이라 주장한다. G2시대를 맞아 점점 비대해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감시망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중국이 우려하는 AN/TPY-2 레이더는 탄도미사일이 하강하는 단계에서 미사일을 포착하는 종말단계 모드와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 등을 감시하는 전진배치 모드로 구성되어 있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와 함께 운용하려면 레이더는 ‘종말모드’여야 한다. 종말모드의 유효 탐지거리는 600km여서 중국 내륙을 들여다볼 수 없다. 게다가 전진배치 모드(탐지거리 1500-2000km)로 설정해 중국 군사기지를 들여다보다가 북한 미사일이 날아오는 순간 요격을 위한 종말모드로 바꿔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말모드에서 전진배치모드로 전환하는 데 8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드는 중국이 미국본토로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 중국 ICBM의 비행고도는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 최소 수백km에서 최대 1000km가 넘어, 사드의 요격고도를 벗어나는 탓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기어코 보복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과 대북제재공조에도 균열의 틈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보복을 사드 배치 반대의 주요 근거로 삼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기실 중국과의 충돌은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대북 강경책이 중국의 희망사항과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에만 합의했을 뿐 북한의 체제 붕괴나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에는 줄곧 반대의사를 표해왔다. 대한민국의 오랜 외교 원칙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과 달리 한반도의 휴전 상태를 지지하는 나라가 중국인 셈이다. 

 

 중국의 심기에 우리나라의 외교를 맞추게 되면 앞으로 나라를 운영함에 있어 우리나라는 사사건건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뼈아프더라도 굴복해선 안되는 이유다. ‘북핵 폐기 땐, 사드 폐기하겠다’는 정부의 해명에도 못 들은 척으로 일관하는 중국의 입장을 폭넓게 이해해 줄 까닭은 없다.

 

사드 반대, 누구를 위한 주장인가

 

 사드 반대를 외치는 건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다. 국내에도 사드 반대의 목소리는 높다. 이들이 주로 근거로 삼는 문제는 ‘사드의 실효성’이다. 고작 사드 1개 포대로는 1000여 기의 북한 미사일을 막아내기 역부족이라는 것이 골자다. 

 

 어차피 방어가 안 되는데 공연히 중국을 자극할 빌미를 줘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어차피 못 막으니 앞으로도 막지 말자’는 무책임한 주장과 진배없다. 사드를 시작으로 PAC-3 요격 미사일 등 다층 방공망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핵 잠수함 도입을 비롯해 핵무장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미 사드에 적극 반대하는 중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은 핵 공격에 대비해 촘촘한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자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외에 대안이 있다면 적극 제시해달라’고 천명했다. 사드반대론자들은 사드 배치가 군비 경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북한과의 대화가 북한 비핵화의 마중물이 되어줄 거라 주장하고 나섰다.

 

 심지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강풍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재촉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햇볕정책 10년을 기억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펼치며 각종 대북 지원을 하는 동안 북한은 핵개발을 은밀히 준비했고, 1차 핵실험도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졌다. 

 

 이외에도 사드반대론자들은 중국의 보복조치로 얻는 손해와 사드의 실효성을 저울질하며 전자가 후자보다 크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애초에 비교대상이 잘못 설정된 수식이다. 사드배치에 있어 중국의 심기는 부수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차라리 사드배치비용 대비 효용을 따지거나 미국무기를 들여오는 것에 대한 자주국방의 훼손을 거론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두려워 사드를 폐기한다면 한국은 앞으로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 중국의 이해가 걸린 일마다 중국의 동의를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월권은 전혀 괘념치 않은 채 정부를 향해서만 비난의 돌팔매질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한국을 지키는 건 오직 한국 뿐

 

 흔히들 핵을 군사적 무기가 아닌 ‘정치적 무기’라고 부른다. 핵은 보유 자체만으로 무기가 되며, 그만큼 핵은 보유국으로 하여금 외교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케 한다는 얘기다. 북한은 5차 핵실험으로 ‘핵 보유’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킬체인과 KAMD같은 우리 군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동식 발사대를 들고 다니며 핵을 발사하고나 바닷 속 잠수함에서 핵을 발사하는 경우 이를 미리 탐지하고 선제타격하기란 난망하기 때문이다. 대등한 위치에서의 대화를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군사적 균형은 필요하다. 

 

 나토(NATO)식 핵공유 전략이 적절하다. ‘나토식 핵공유 전략’은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유럽의 NATO 동맹국 중 5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두는 전략을 말한다. 핵탄두를 작동 가능한 상태로 전환하는 최종 승인권은 미국에 있지만 5개 동맹국이 핵을 탑재하는 전투기를 제공해 보다 신속하게 핵을 행사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핵무기 공유협정’을 맺어 한국이 2018년부터 도입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에 핵을 탑재할 경우 북한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어 억지 효과는 배가된다.  

 

 과거 프랑스는 ‘미국이 지켜줄테니 핵을 갖지말라’는 요청에 이렇게 되물었다. ‘파리를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는가’. 미국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프랑스인들은 미국이 가진 수천 발의 핵폭탄보다 프랑스가 가진 몇 개의 핵폭탄이 프랑스 국가안보를 위해 훨씬 유용하다는 논리로 핵무장을 단행했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오직 대한민국만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다. 미국도, 일본도 영원히 우리의 우방국일 수는 없는 일이다. 서울을 위해 뉴욕을, 워싱턴을, 도쿄를 포기할 동맹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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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16일 19시34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16일 19시34분

댓글목록

씨나락님의 댓글

씨나락

"대한민국의 안보는 오직 대한민국만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다. "  이런 주장 할려면 제발 전작권부터 회수하라고 나불대라.. 그때그때 다른 대가리엔 똥만 찬거다.

3984님의 댓글

3984

본론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글 시작하면서 작성한 송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 잘못 되었습니다. 몽골에게 멸망한 송은 남송입니다. 이때가 1279년입니다. 5대 10국에서 5대의 마지막 왕조 후주가 960년 조광윤에게 선양한 것과 관계 있습니다. 5대의 마지막과 송의 건국이 겹칩니다. 이후 여진이 세운 금에 의해 북송이 멸망하고, 다시 강남 지역에서 남송이 세워진 겁니다. 처음부터 사실이 틀리면 신뢰를 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