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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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경찰의 무능, ‘버닝썬 게이트’에 불을 지피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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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29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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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썬 게이트’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작은 한 남성이 강남에 위치한 ‘버닝썬’이란 클럽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SNS를 통해서 빠르게 알려지는 가운데 이를 수사한 경찰과 클럽이 유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실소유주로 그룹 빅뱅의 승리가 지목되면서 일이 커졌다. 성매매 알선, 부적절한 몰래카메라 영상 등의 의혹으로 일부 남성 연예인들까지 연루되자 이제는 일이 어디까지 커질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警察(경계할 ‘경’, 살필 ‘찰’)

 

아무리 ‘다이내믹 코리아’라지만 이 사건은 너무나 다이내믹하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충격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불리는 경찰과의 클럽 간의 유착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클럽 안에서 자행되는 수많은 불법행위들을 눈감아주며 뒤로는 검은 돈을 받아온 일부 경찰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현실은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2010년에도 역삼지구대 경찰관 4명이 강남에서 불법으로 게임장을 운영하던 사람에게 뇌물을 수수한 적이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강남권에서 근무한 경찰 11명이 유흥업소와 유착을 사유로 징계 받았다. 이번 ‘버닝 썬 게이트’에서도 클럽과 관련한 122건의 112 신고 중 현행범 체포는 8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신고 내용에는 폭행 피해, 성추행 피해를 포함해 심지어는 납치감금, 마약까지 있었다. 

 

이 정도면 경찰과 유흥업소들 간의 유착 관계는 고착화된 문제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에 중심에 서 있는 경찰은 일선 급 경찰이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에 ‘경찰총장’으로 알려졌던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윤 모 총경은 군대로 치면 ‘대령’급이다. 2017년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총경은 537명에 불과하다. 숫자만 봐도 경찰 조직 내에서 꽤 높은 계급임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윤 모 총경은 현 정권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경력도 있다. 이러한 이력은 윤 모 총경의 능력과 지위를 동시에 입증하기도 한다. 

 

‘경찰’이라는 단어의 뜻을 그대로 풀어 해석하면 ‘경계하며 살핀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국민의 안위를 경계하며 살필 중대한 의무를 가진 경찰이 범죄자들과 엮인 사건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까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한다는 일부의 비판까지 있을 정도다. 과연 우리 경찰은 무엇을 경계하며 살핀 것인가?

 

言論(말씀 ‘언’, 논할 ‘론’)

 

하지만 경찰만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언론도 대중들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바로 잘못된 보도 행태 때문이다. 가수 정준영 씨의 ‘불법 몰카’ 사건이 터졌을 때 이상한 찌라시가 돌았다. 그가 불법적으로 촬영한 영상에 등장하는 피해 여성의 신원을 담고 있는 허위정보였다.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였지만 이에 불을 지핀 것은 다름 아닌 언론이었다.

 

몇몇 언론은 이 피해 여성이 누구인지를 특정할 수 있는 보도를 했다. 사람들의 잘못된 호기심이라는 기름에 불을 지른 격이다. 해당 언론들은 보도를 삭제하고 사과를 했지만,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본 여성들은 이미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후였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에는 ‘한국기자협회 성폭력 성희롱 사건 보도 실천요강’이라는 제목의 보도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졌지만 소용없었다. 

 

이외에도 일부 언론은 사건과 관련 없는 해당 사건 연예인들의 과거 발언이나 거주하는 아파트 값이 상승했다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모두 언론이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사실 이러한 잘못된 보도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인 미디어의 발달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유튜브 계정이 생겨나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언론사들은 생존, 다시 말해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뽑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의 이른바 ‘클릭 장사’를 위한 선정주의적 보도 행태는 일시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언론 스스로가 황색 저널리즘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기레기’라는 오명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언론 스스로가 깊은 반성과 성찰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제는 우리사회가 다 같이 힘을 모아 무엇을 개혁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물론 첫 번째는 수사기관의 개혁이 필요하다. 경찰들과 유흥업소들이 유착할 수밖에 없던 잘못된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오래된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 대상은 언론이다. 선정적 보도 행태를 일삼는 일부 언론에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찰과 언론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들이다. 경찰은 국민들이 가장 가까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존재다. 언론 또한 사회 고발을 통해 국가의 발전에 기여해야하는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다.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러한 기관들은 국민들의 신뢰를 먹고 산다. 국민들의 신뢰가 없다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과 언론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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