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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택시기사의 죽음과 공유경제 그림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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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2월14일 17시31분
  • 최종수정 2018년12월14일 16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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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왜 분신자살 했을까 : 카카오 카풀의 역설

 

규제완화’는 사실상 ‘재(再)규제’다


불평등은 지금껏 선택의 결과였다. 1970년대 이후 의도적인 이데올로기적, 제도적, 법률적 변화의 물결은 시장의 양상을 바꿔 놓았다. 그 선봉에는 규제 완화가 있었다. 규제 완화가 경제에 대한 제약을 허물어 경제가 자유롭게 번창할 것이라고 주장이었다. 규제가 없는 시장은 더 큰 발전을 도모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 속에서 서비스와 제품의 품질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라는 것은 사실상 ‘재규제(Reregulation)에 불과하다. 특정 부류의 행위자들에게 유리하도록 경제를 다스리는 새로운 규칙들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규칙에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가 불평등의 심화를 초래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나눠 갖는 사람들의 파이는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경제 전반의 성장과 기업 투자의 성장은 둔화되었다. 나아가 노동 시장에 관한 제도, 법률, 규범에서 일어난 제반 변화는 노동자의 힘을 약화시켰고 이로 말미암아 노동자들이 과도한 기업 권력과 시장 지배력에 대항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카카오’라는 시장 지배력에 ‘택시 기사’라는 노동자가 대항할 힘을 잃은 것과 같다.

 

대항할 힘의 부재, ‘값’은 한 사람의 목숨


대항할 힘을 잃다. 지난 10일 발생한 택시기사 최모(57)씨 분신 사건은 공유경제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냈다. 최씨를 비롯한 택시기사들에게는 시장을 독점할 거대 자본에 대항할 힘이 없었다. 분신자살을 택한 기사 역시 대항할 힘이 부재해 자신의 생존을 담보로 공유경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한 무력감에서 비롯된다”며 “이는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라며 갈등관계에 대한 책임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택시기사는 카풀 서비스에 반대했다. 공유경제를 표방한 카카오 카풀의 독점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희생을 강요하는 ‘플러스 섬’ 혁신


공유경제는 소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기존 제도와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해법으로 떠올랐다.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산업은 어느새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택시 업계의 반발과 농성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언론 매체가 “세계의 흐름에 거스르면 도태된다”는 이유로 공유경제 혁신의 불가피함을 주장했던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 나아가 신산업의 대표들은 카카오와 택시 업계의 갈등에 대해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 섬으로 전환하는 상생방안을 모색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플러스 섬(plus-sum) 혁신’ 방안은 신산업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을 살피고 이로 이익을 본 대상에겐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을 중심으로 한다.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혁신 성과가 피해 규모보다 커야 한다는 뜻으로 그 과실을 피해자와 나누겠다는 것이다. 즉 기존 산업에 대한 피해자의 희생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상생’을 내세우지만 그 속에서 피해자들은 생존권을 위협 당할 수밖에 없다. 

 

공유경제의 그림자


공유경제란 마을공동체끼리 노는 물건을 빌려 쓰는 상부상조와 같이 잉여 자원을 가진 사람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해 효율을 올리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카카오 카풀은 여기에 개인의 유휴자산을 타인과 공유하는 좁은 의미를 넘어 플랫폼산업이라는 큰 틀로 수익을 창출한다. 

 

해외 연구진들이 “우버 등의 사업 모델이 공유경제라는 명칭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공유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단순한 ‘온 디맨드(On-Demand) 경제’에 불과하다”고 꼬집은 이유다. 러셀 벨크 캐나다 요크대 교수도 “‘공유’라고 설명되는 여러 현상은 전혀 공유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는 업체들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선한 가치’를 지닌 바람직한 사회 용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아가 신경제 분야의 기술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상품의 사용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네트워크 외부효과’에 의해 작동한다. 이들은 이에 더해 규모가 커질수록 산출량이 더 크게 늘어나는 경제적 특성을 동반한다. 택시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지점이다. 

 

상업성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는 공유경제의 성장은 ‘노동의 외부화’같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공유경제 서비스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했던 각종 위험과 비용 등이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택시 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상업성을 띈 공유경제가 활성활 될 때 회사에 소속돼 고정 급료를 받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던 노동자들은 플랫폼 시장에서 불안정한 수입과 함께 사업관리를 부담하게 된다.

 

‘카카오’는 이기고 ‘택시’는 지는 ‘제로섬 게임’


현 제도는 ‘카카오’는 이기고 택시업계는 지는 ‘제로섬게임’을 낳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공유경제’가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메커니즘이 여기에도 동일하게 작동되기 때문이다. ‘카카오 카풀’ 역시 그 개념만 공유경제를 표방할 뿐 사실상 ‘플랫폼 경제’를 장악한 자본을 이용해 자가용으로 택시 영업을 하겠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상생이 아닌, 교통 수요자라는 한정된 파이 안에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안은 통상적인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본래 시장에서는 경쟁이 장려된다. 경쟁은 성공적인 경제의 본질적인 특징이다. 경쟁으로 기업은 효율을 추구하고 가격을 내리며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과 세계화에서 일어난 변화는 특정 회사가 독점을 기반으로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갖도록 만들었다. 카카오 카풀이 시장보다 사회 문제에 가까운 이유다. 카카오 카풀 갈등에는 다수의 생존권이 걸려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유통매장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과 같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규제혁신, 공유경제, 신기술 산업. 모두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 사람의 생명에 선행되는 중요한 가치인가. 기존 산업 종사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욱 시급함을 알리는 사건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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