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8 5G 오디세이 : KT 화재로 살펴본 기술의 미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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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2월07일 11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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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문명의 진보 그리고 진보의 취약성 

 

 인류는 기술을 창조했다. 인류에게 부를 가져다주고 편리함을 제공한 기술의 진보는 인간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역사의 미래를 장식할 기술의 진보는 창조자 인간을 더 깊숙이 이해하려는 역동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 친화적인 기술의 진보가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인류의 ‘오디세이‘인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인류의 오디세이는 끝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지 않았어도 클래식한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짐승의 뼈다귀를 하늘로 던지고 뼈다귀가 회전하며 내려오며 우주선으로 대체되는 장면은 도구의 발견과 인간문명의 진보를 담은 메타포다. 역사에 비해 급격하게 발전한 원시문명과 미래문명의 대비가 인류의 이성과 창의성에 존경심을 줄 정도다. 

 TV를 틀었더니 존경심에 비수가 꽂혔다. 5G 시대를 코앞에 두고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 큰 불이 났다. 대중에게 피해가 전무하고 그냥 오래 타올랐던 고양 저유소 화재와는 달랐다. KT 아현지사 일대 통신에 장애가 생겨 시민들은 아날로그 시대로 회귀해야 했다. 통신기술이 취약한 일대의 도시빈민층들은 기술이 가져온 혜택을 빈곤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오래 차단되어야 했다. 진보의 취약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자 기술이 인간을 향하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인류의 역경이었다.  

 

 속도와 연결을 갈구하는 체제

 

 기술은 인간은 향한다는 포장 속에 체제의 고도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KT 아현지사 화재가 일깨운 ‘통신 기술’은 안정적인 운영과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통신 기술의 진보가 초점을 맞춘 건 대량의 정보를 빨리 처리해서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 상품판매로 이어지게 하는 체제의 특성, ID로 표상된 사이버 상 개인의 연결을 심화해 소비시장에 매몰되기 쉽게 하려는 체제의 고도화를 도운 것이다. 

 기술은 인간의 통제를 필요로 한다. 운전 기술은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 할 수 있어야 유사시에 주변 피해를 막는다. 의료 기술은 완벽한 의료 도구의 통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통제’는 현재 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위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KT 아현 지사 화재는 통신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통신구의 공간적 중요성을 망각한 사건한 통제 능력을 상실한 사건이다.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했음에도 법적 테두리 빠져나가 자원을 아낀 ‘인재‘다. 

 

체제 속 인간의 도구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가 겪는 고난과 역경이 인류에게 놓여졌다. 오디세우스는 귀향이란 뚜렷한 목표가 있었지만 인류는 인간 지향의 기술과 체제 유지의 수단인 기술에 괴리를 느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류를 위한 도구인줄 알았던 기술이 도리어 인류를 도구화 한다는 비인간성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통신기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사회가 전력 생산에서도 비인간성은 나타난다. <PD수첩> 제작진은 고압볼트가 흐르는 전신주에 올라 장비를 교체하는 한국전력공사에 외주를 받은 전기노동자를 소개했다. 지역 주민에게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전력을 끊지 않고 작업을 강행하게 했고, 현실과 노동에 맞지 않는 전선 교체 도구를 사용하게 했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감전된 팔과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 이로써 체제의 특성은 분명해진다. 체제는 인간을 향하지도 않거니와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체제를 유지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기술로 회귀


 이동통신 3사는 산업부분에서 5G 상용화를 시작했고 내년 3월에 대중 상용화를 목표 하고 있다. 초속도, 저지연성, 초연결성이 핵심은 5G는 체제 강화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 확실하다. ‘5G‘는 근본적인 개혁보다 4차 산업에 맞추기 위한 기술적 성격이 크다. 산업 전반에 5G 기술이 적용된 AI가 작업을 수행할 것이고, 늘어나는 정보처리량에 따라 기술에 대한 인간의 종속은 심화될 것이다. 

 기술과 함께하는 인류의 오디세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으려면 기술을 인간이 통제해야한다. 5G가 상용화되기 전에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부작용과 위험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개인이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 능동적으로 기술을 이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기술의 진보가 써내려가는 오디세이는 방향을 잃고 흔들려왔다. 산업과 생활에 밑바탕이 될 5G의 상용화가 기술을 인간 중심으로 돌려 놓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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