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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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0월12일 21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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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웠던 여름과 작별한 10월에 25호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에 상륙했다. ‘혼례’라는 이름의 콩레이는 남해안과 영남 내륙 지방을 할퀴었다. 동해안으로 유유히 빠져나간 콩레이에 전국적으로 2명이 목숨을 잃었고 1명이 실종됐으며 470명의 이재민을 남겨졌다. 태풍이 지나가고 이제 우리는 콩레이를 잊을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역대급 피해를 낸 태풍 ‘매미’와 ‘루사’를 차지하고 한반도에 태풍 피해는 매해 계속 됐다. 역사와 과학이 태풍과 한반도의 관련성을 입증했다. 예측 가능한 태풍에도 피해가 반복되는 건 어딘가 문제를 일으키는 불확실함이 있다는 이야기다.

 

확실성과 불확실성의 공존 

 

 우리는 문제를 우리의 관점에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태풍은 한국인의 관점에서 여름과 가을마다 우리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주는 자연재해다. 반면 지구의 관점에서는 대기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려는 자정작용이다. 적도는 극지방 보다 태양열을 많이 받아 전체적으로 열적 불균형 상태이다. 고온다습한 적도의 대기가 기압이 낮은 주변에 적란운을 만들며 성장한다. 적란운이 북동무역풍을 타고 한데 모여 비를 뿌리며 열을 방출하고, 방출한 열이 상승기류를 강화시켜 태풍으로 성장한다. 

 콩레이는 지구가 적도에서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시도한 25번째 시도이다. 태풍은 확실히 온다. 태풍이 한반도의 서해안으로, 남해안으로 혹은 동해로 상륙하느냐에 따라 피해 지역과 양상의 차이를 연구한 논문이 있을 정도로 한반도는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일정한 시기에 태풍 피해가 예측 가능함에도 한국은 매해 피해를 입는다. 자연 재해의 불가항력적인 힘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태풍이 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사람이 죽어나가고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생각하는 태풍의 불확실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집중 호우를 동반한다. 하지만 태풍은 균등한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콩레이도 수도권에 영향이 미미했던 반면 영남 내륙과 해안 지방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올해 큰 피해를 입었어도 내년에 똑같은 피해를 입으리란 보장도 없다. 자연의 농간에 완벽히 대비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은 굴뚝같다. 대비와 함께 불확실성을 생각하고 편안한 길을 방법을 선택하고 싶은 것도 인간의 마음이다.  

 

 대비의 확실함을 키우거나 피해의 불확실함을 낮춰주는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필요

 

 산업화와 도시화는 토지이용을 고도화해 재해요인을 증가시켰다. 하천의 복개, 지하공간의 활용으로 침수피해가 급증했다. 중앙 및 수도권에 쏠린 정치력은 지방 도시의 재난 대처력을 하락시켰다. 서울은 하천을 살리고 도시를 재생할 정치력과 재력이 있지만 지방 소도시는 그럴 수 없다. 하천의 정비, 제방 시설 설치, 주민 안전 교육 등이 수도권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똑같은 국민임에도 지방 도시민들은 재해와 재난에서 더 높은 사회경제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중앙과 지방의 경계가 없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지방의 취약한 재난 대처력을 끌어올리는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야하고, 더 큰 피해를 유발하는 난개발은 규제해야한다.  

 태풍이 2000년대 초반과 달리 한반도 남부 내륙지방에 집중하고 있다. 이 사실은 태풍이 남해안이나 동해안으로 상륙하고 있다는 말이다. 보통 남해안이나 동해안으로 상륙하는 태풍이 한반도에 더 많은 피해를 남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재난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재난 예보와 시민 계몽을 담당해야 할 언론은 단순한 정보 제공, 피해 현장 보도에만 그치고 있어 아쉽다. 언론은 태풍에 대한 철저한 분석, 정확한 예보, 피해 보도에만 그치지 않는 건설적 비판을 의제로 삼아 연속적으로 시민들에게 보도해야 한다.  

 풍수해 보험 가입은 태풍 피해가 만연한 국가에 필수적이다. 불확실한 피해를 최소화시켜주는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풍수해보험 체계는 시민들에게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풍수해 보험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례로 정부 시범사업인 소상공인 대상 풍수해 보험 가입률은 0.03%에 불과하다. 재해보험이 민영보험사에 위탁, 운영되고 임의로 가입할 수 있게 돼있어 가입률이 낮다. 이는 보험사와 미가입자 모두에게 손해다. 가입률이 높으면 보험사에서 위험 방지 대책 마련과 홍보에 관여한다. 재해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가입률이 낮은 현 실정에서는 보험의 의미조차 무색해 보인다. 재난과 재해가 많은 일본은 정부가 별도의 전담기구 및 국영 재보험공사를 설립하여 직접 자연재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가 풍수해보험제도의 구조적 개혁을 통해 가입률을 높이고 보험사와 가입자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얼마 전 씁쓸한 기사 두 편을 읽었다. 한 편은 부산 마린시티가 해안선과 너무 가깝게 지어져 콩레이가 만든 파도에 1층 상점 통유리가 깨졌고, 이런 일이 태풍이 올 때마다 반복된다는 기사였다. 또 하나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건설현장에서 태풍 콩레이가 몰고 온 강풍으로 유리창 수 백 장이 와장창 부셔졌다는 기사였다. 글의 말미에 와서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재난에 취약한 건 단지 불확실성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태풍의 확실성보다 욕망의 확실성이 더 선명하기 때문은 아닐까라고...<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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