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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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경제포럼에 놓을 아홉 개 다리, 동방으로 눈을 돌리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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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9월14일 22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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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겨울, 우크라이나 경찰은 키예프 마이단 광장에서 반러시아 시위 참가자에게 격발했다. 시민과 경찰이 목숨을 잃었다. 역사와 사회가 만든 깊은 균열이 폭발하는 사건이었다. 일명 ‘유로 마이단’은 유럽과 러시아 사이 전략적 요충지인 우크라이나를 덮쳤다. 러시아 정부는 오랜 동생이 돈 많은 유럽형님과 친분 쌓는 걸 내버려두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귀속되고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정부군 사이 내전이 일어났다. 무고한 승객들이 타고 있는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격추되기도 했다.

 

 실속 있는 동생을 사귀려고 했던 서방은 러시아에 경제 제재로 복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에 세 번째로 당선됐다.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세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러시아 정부는 입맛을 다시며 극동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를 자유항으로 지정했다. 동북아 경제협력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을 2015년 개최하고 대규모 투자 의지를 피력했다. 주변국 정상들이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했다.

 

물류 협력,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한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이끌지 못하는 기존 산업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동방경제포럼을 찾았다.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을 동방경제포럼에서 발표했다. 두 정책 모두 한국의 고립된 지정학적 조건에서 벗어나 대륙 진출이란 기회를 정책으로 실현하려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투자자들 머릿속에는 북한이 쏜 핵미사일이 발사되어 창공을 찢으며 날아가는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동북아경제협력은 성장 정체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에 장단기적으로 번영을 안겨줄 무대다. 먼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한반도종단철도(TKR), 중국횡단철도(TCR) 의 연결은 중국 동북 3성 1억 명의 내수 시장을 공략한다. 유라시아 이중내륙 지역에 한국 상품을 빠르게 싣고 나를 수 있다. 북극항로 활성화는 해운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하고 침체에 빠져있는 조선사에 쇄빙선 발주를 넣는다.

식량 안보는 농업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가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식량 자급률은 한자리 수에 머문다.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량 저하, 이에 따른 곡물 가격 폭등이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해외 농업을 통한 식량 수입은 필수다. 오호츠크해에서 잡은 수산물은 콜드체인 기술을 통해 높은 품질로 주변국에 공급된다. 

 

 에너지를 중동에서 LNG 형태로 비싼 가격에 수입해오고 있는 한국은 남북러 가스관 연결을 통해 PNG 형태로 저렴하게 에너지를 들여올 수 있다. 러시아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한 전력은 남북러 전력망 연결을 통해 산업 효율성 향상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평화와 경제로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국경제에 돌파구를 가져다 줄 아이디어를 나인 브릿지(9-Bridge) 전략이 담고 있다. 상황은 바뀌고 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고 남북 정상이 만났다. 이뤄 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많은 부침을 겪고 있지만 얼마 전 방북 특사단이 ‘트럼프 첫 번째 임기 내’ 라는 비핵화 시간표를 들고 왔다, 이제 곧 남북 3차 정상회담이 열린다. 오는 11일 이낙연 총리가 정재계를 이끌고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다. 상황이 바뀐 지금이 경제와 평화의 길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시간이다. 길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고 거래와 연결이 있다. 동방경제포럼은 끊어진 세월을 겪었던 동북아 국가들이 잃어버린 길을 되찾고 새로운 길을 건설하는 과정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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