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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를 위한 변명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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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8월24일 18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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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무죄, 사법부 유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 선고에 거리로 몰린 여성들이 외친 구호다. 특히 홍대 몰카 사건의 피의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과 대조되어 여성계는 격앙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 언론은 ‘왜 판사는 안희정에게 질문하지 않나’라는 제호로 재판의 진행방식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피해자의 태도만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판결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법부를 향한 시민들의 공분은 추슬러지지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를 위한 변명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정말 ‘판사’가 문제인가?

 

 사실 이 문제는 참신하지도 않다. 작년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당시 구속영장 심사를 담당했던 판사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다. ‘삼성의 눈치를 본 판사’, ‘대통령보다 무서운 삼성’ 등의 수식어가 뒤따랐다. 특검이 수사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되자 시민들은 ‘정의’가 ‘구현’되었다며 사법부에 박수를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법부가 신뢰를 잃은 것에는 물론 당사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심지어 재판거래 문제까지 불거지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하락 곡선의 기울기는 이미 극댓값에 다다랐다. 정말 ‘판사’들이 문제인걸까? ‘정치권의 적폐를 청산했으니 이제 사법부 적폐청산의 차례’인걸까?

 

법관의 양심이 아니라 형사‘법’의 문제

 

 요리사들이 있다. 식당에는 이미 레시피가 준비되어 있다. 이 식당의 요리사들은 대부분 레시피를 따른다. 그런데 간혹 레시피를 따르지 않는 요리사가 있다. 그때마다 음식의 맛은 달라진다. 매번 같은 맛을 기대하고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갑자기 달라진 음식 맛에 당황한다. 이 식당의 소셜리뷰에는 항상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가끔 평소와 다른 맛이어서 당황스러움.’

 식당이니까 괜찮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이 법원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누군가는 처벌을 받고 누군가는 처벌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형사법의 법리를 따라 판결을 내린다. 그런데 간혹 몇몇 판사들이 자기 소신대로 판결을 내린다.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도 누군가는 감옥에, 누군가는 사회에 돌아다니게 된다. 

 안희정 전 지사가 무죄라면 사법부가 유죄라고 한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가 무죄인 것은 판사가 외계인이어서가 아니다. 위력을 증명하는 물증이 없다면 판사가 아니라 조선 시대 사또라도 유죄 선고를 내릴 수가 없다. 

 

무엇을 위하여 행진은 이어지나

 

 몰카 범죄에 대한 경찰의 미진한 수사를 비판하며 시작된 광화문 집회는 어느덧 다섯 차례를 맞았다. 거리에 메아리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이제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라 하나의 운동이 되었다. 여성들의 가두행진은 자신들만이 아니라 어느덧 우리 공동체까지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 이 운동의 에너지를 알뜰히 써야 하는 이유다. 사법부에 대한 혐오발언만으로는 제2, 제3의 안희정을 예방할 수 없다. 오히려 형사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는 가려진다.

 무엇을 위하여 행진은 이어지나. 김지은씨가 흘린 눈물이 헛되지 않게 다시금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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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8월24일 18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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