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평범한 영웅의 눈물을 닦기 위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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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7월13일 1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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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를 둘러보자. 나날이 높아지는 취직의 벽은 청년들에게 포기를 먼저 배우게 하고, 대책 없이 늘어만 가는 삶의 길이는 노년들에게 축복만은 아니다. 부는 재벌부터 가져가 재벌에게만 돌아가고, 국가는 가난을 개인의 노력에 대한 문제로 치부한다. 지역, 세대, 성별에서는 혐오만이 오고 간다. 스포츠와 히어로 영화에 대한 열광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됐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방황하고 있다.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 우리 사회는 영웅을 찾는 데 급급했다. 영웅이 없다면 어떻게든 만들어냈다. 스포츠 선수에 푹 빠지기도 하고, 아이돌을 보며 열광한다. 우상을 찾는 건 인간의 본능에 가깝지만, 현재 우리는 너무 병적으로 만들어 내고 찾는다. 정치인을 못 믿는 우리는 연예인에게도 무거운 굴레를 씌워 강한 도덕적 검열을 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익과련 직무 종사자에게도 더 심한 굴레를 씌운다.

 

기묘한 의무만 남은 그들

 

 영웅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익관련 직무 종사자들은 직무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 목숨 걸고 불길로 뛰어 들어가는 소방관부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길거리 위의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까지 우리 주위에서 공익관련 직무 종사자들은 찾기 쉽다. 그들을 영웅으로 여기는 모습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자격만 있고 대접은 없다. 

 소방관은 우편집배원과 함께 몇 년 째 국민이 제일 믿는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소방관에 대한 호의는 SNS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과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도 소방관이 늦게 진입했다며 몇몇 이들이 비판했지만,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건 더 실질적인 부분이다. 당연히 우호적인 여론이나 이미지도 좋다. 그들을 선망하고, 영웅과 동일시하는 것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월급이 많지도 않다. 예산이 풍족하지 못 하여 소방관은 마음 편히 소방 관련 물품을 사지 못한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그들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아직 소방관의 10%만이 국가직 공무원이다. 구급차는 응급한 상황에서 교통 법규를 무시할 수 있지만, 사고가 나면 법적 책임을 묻는다. 많은 경찰들을 주취 폭력에 고통 받는다. 우린 그들을 영웅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다

 

 난세에 공익관련 직무 종사자들의 행동은 여전히 영웅적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들이 영웅이 아니라는 시각이 필요하다. 실제로도 그들은 영웅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한 사람이다. 

 화목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평범한 아들 또는 딸이다. 또는 남들과 같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다. 일자리가 부족하면 일자리 정책을 만들 듯이, 사회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그들에게도 이런 도움이 필요하다. 반대로 그들도 눈치 보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한다. 참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인 행동도 하고, 시위도 해야 한다. 여차하면 파업도 해야 한다. 언론과 정부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파업이라며 비판하겠지만, 그들의 생명을 갉아먹으면서 우리의 생명을 지켜야할까 싶다. 진정으로 그들을 영웅으로 생각한다면, 필요한 건 영웅 만들기가 아니다. 영웅에 걸맞은 대접이다.

 

 

 최근 광주에서 구급대원은 심정지 환자를 위해 교통 법규를 어기며 앰뷸런스를 운전하다 교통사고가 났다. 앰뷸런스에서 튕겨 나간 구급대원은 자신의 상처보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며칠 뒤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사망한 환자가 교통사고와 관계인지 따져 기소 당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번에도 여론은 우호적이지만, 우호적인 여론이 그를 법적으로 자유롭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전북 익산에서는 취객에 폭언과 손찌검을 당한 소방관이 사망했다. 취객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소방청이지만, 소방관이 돌아오진 않는다. 그녀는 누군가의 엄마였고, 아내였지만, 우리가 슬퍼하거나 분노하고 있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 때보다 우리의 영웅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다시 평범한 영웅들을 보내기 전에, 평범한 그들을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몰아세우기 전에, 그들에게 영웅에 어울리는 대접을 준비하자. 영웅이 되라 강요하기 보다는 평범한 개인으로 바라보며 그들을 위한 제도와 환경을 만들자. 필요한 순간이 오면 주저 없이 평범한 그들은 영웅이 되리라.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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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7월13일 1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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