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진짜 기대하는 공약] 6.13 지방선거에는 청년 공약(空約)만 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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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6월0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06월08일 16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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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실업, 청년 주거 문제. 대한민국 청년은 각자의 십자가를 지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각종 통계자료는 매년 최악을 보여주고 경쟁 사회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나라와 사회에 대한 기대를 하지만, 청년들을 위한 사회는 여전히 오지 않고 있다. 특히, 선거 때마다 ‘청년’은 중요한 키워드로 대두되지만, 사회전체에 큰 파급력을 주진 못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청년을 위한 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공약(公約). 정치인이 국민에게 하는 약속을 말한다. 6.13 지방선거에서 71명의 시도지사 후보자는 5대 공약을 필두로 출마한 지역을 위한 계획을 2주라는 짧은 시간동안 밝힌다. 2022년까지 각 지역의 선장이 되어 그들이 준비한 공약은 자신의 지역 주민의 니즈(needs)와 자신의 역량 사이 미묘한 악수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청년을 위한 악수는 없다. 청년이 없다. 청년공약(空約)이다. 

 

 

■ ‘구체적인’ 청년공약이 없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총 71명의 후보가 시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후보자들은 각 지역에 맞는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고 세대, 성별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을 강조했다. 여성, 아동, 노인 등이 공약의 주된 타깃이었고 청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떤 후보는 청년공약을 첫 번째 공약으로 발표하며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청년의 비중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관위가 공개한 각 후보별 주요 5대공약과 선거공보, 후보 SNS를 기반으로 할 때 청년공약을 포함해서 ‘청년’이란 키워드를 언급한 후보는 71명 중에 51명(71.8%)에 불과했다. 물론 이 비율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행정구역을 운영하는 미래의 시도지사 중 스무 명이 청년의 안부를 묻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특히 특정 행정구역은 후보 중 단 한 명만이 청년공약을 언급했으며 어떤 지역은 ‘청년’을 중요한 이슈로 다루지도 않았다.

 

  청년정책의 수혜 계층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공약에서 저소득층(취약계층, 서민 포함)을 지원 대상으로 언급한 후보는 네 명이었고, 정확한 소득분위를 언급한 후보는 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45명의 후보들은 공약대상을 ‘청년’으로만 상정한 채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예산 등의 문제로 모든 청년에게 수혜를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은 ‘뭉뚱그린 청년’만을 공약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포퓰리즘적 공약의 한계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청년 공약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했다. 청년 수당, 청년 창업 지원, 청년 일자리 제공, 청년 고용할당제, 청년 공공임대주택 등 일자리와 취업, 주거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취업준비생, 대학생, 1인 가구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공약이 많았다. 구직활동을 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청년을 위해 청년일자리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후보가 있었고 중소기업(기간제, 파견직, 아르바이트 포함)을 다니고 있는 청년을 위한 공약도 있었다. 지역별로는 전라도 지역의 ‘청년농업인 육성’ 공약과 전라남도 지역의 ‘청년 고용할당제 도입 및 청년의무고용제 비율 제고’ 공약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청년공약의 지원대상은 경제적 기준보다 다른 기준이 우선시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소득을 기준으로 정책을 실행하겠다는 후보는 여섯 명에 불과했다. 그 대신, 나이 기준(만 24세, 만 19세 등) 이나 특정 기준(해당 지역에 3년 이상 거주 등)을 들어 수혜 대상을 한정했다. 물론 제한된 예산 때문에 모든 청년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과연 나이나 지역적인 기준이 헬조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기준이 복잡해지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른바 '흙수저 청년'들은 사소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복지 혜택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 대상의 기준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합리적인 기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오히려 특정 기준을 중심으로 청년들을 편 가르기 하여 갈등과 반목을 심화시킬 수 있다.

 

 

■ ‘쓸만한’ 청년정책도 없다

 

 그렇다면 현재 추진중인 청년정책들은 문제가 없을까. 이와 관련하여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최근 연구결과가 주목할 만하다. 해당 연구소는 최근 전국 만 19~34세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그간 추진되었거나, 추진될 예정인 정부 및 지자체의 청년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평가를 취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조사대상 청년의 81.1%가 ‘청년정책의 추진이 꼭 필요하다’고 답하면서도 현재 정부·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관련 청년정책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13.0% 수준에 그친 것이다. 

 

 우선 청년정책을 대하는 정부와 청년들의 동상이몽이 심각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은 ‘청년 장기근속·자산형성 지원 대책’과 같은 취업 전후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을 원한다. 그러나 정부는 ‘창업 지원’, ‘채용 확대’ 등 취업을 단기에 직접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주로 추진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청년이 원하는 정책의 미스매치는 잇따른 정책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큰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보고서에서는 청년정책을 알지 못하는 비율도 34.9%에 달했다고 밝혔다. 

 

 청년이 원하는 정책이더라도 추진기한이 한시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올 3월 정부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제시한 ‘2018 종합 일자리 대책’을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잘 드러난다. 애초에 해당 안에서 설정된 정부의 정책기조는 ‘에코세대의 유입이 예상되는 18년~21년의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청년 고용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그럴듯해 보이는 정책들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취업준비를 지원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지급’ 정책과, 취업 후 장기근속·자산형성을 지원하는 ‘목돈 마련’ 정책이다. 

 

 경기도에서 추진중인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정책은 만 18~34세 미취업 청년 5000명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정책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중위소득 80%이하였던 지원조건을 완화해 올해는 중위소득 150%이하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고무적인 변화이나 1,2차를 합쳐 지원대상이 5000명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이 결정적인 문제다. 작년의 경우,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명이 혜택을 받기 위해 6.7명은 탈락해야한다는 사실은 전체 취업준비생이 느끼는 근본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경쟁률이 2.3대 1 정도라 그나마 나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1.3명의 탈락자는 양산된다.

 

 청년의 장기근속·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정책들도 한시적 수준에 머무는 것은 마찬가지다. 중소·중견기업의 신규 취업자 및 기존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목돈 마련’ 정책은 기한이 3년 혹은 5년에 불과하다. 3000만원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기한이 지나면 월급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대기업으로 이직하려는 이유가 저임금임을 감안하면, 목돈을 다 받고나면 월급이 다시 낮아져 대기업으로 이직할 유인이 생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은 채 ‘4년만 버텨보자’라는 식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 딱 좋다.  

 

 물론 이밖에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많은 정책들이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전일제 정규직을 신규채용하면 연봉의 1/3을 지원해주는 정책, 신규 취업자에 대해 소득세 인하를 추진하는 정책 등의 정책들도 있다. 그러나 이 정책들 중 일부는 사업기한이 3-4년이거나, 일몰기한이 3-4년 후로 맞춰져있다. 얼핏 보면 장기적인 대책들도 뜯어보면 한시적 대책에 불과한 것이다.

 

 왜 청년정책은 선별적·한시적 정책에 머물러야 할까. 같은 피부양자 신분이더라도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은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로 운영된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월 25만원씩 지급하는 것이 기초연금의 내용이다. 유독 청년정책에 대해서만 한국의 정부와 정치권이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초대 받지 못한 청년 ... 낮은 투표율이 원인일까

 

 현재의 청년 세대를 일컬어 ‘N포 세대’라 한다.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인 ‘3포 세대’에서 집과 경력 등을 더 포기하니 붙여진 ‘N포 세대’라는 딱지. 단지 생존을 위해 당연했던 가치를 하나하나 포기하는 청년들에게는 마냥 웃거나 슬퍼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혹자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현상이 자연스런 일이라 말한다. 청년을 위한 세상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정치에 나서길 주문하기도 한다. 청년은 단순히 정치와 선거도 포기한 걸까. 

 

 청년의 낮은 투표율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물론, 정치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이나 영국을 포함하는 유럽까지 점점 낮아지는 청년 투표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은 1974년에 82%의 청년 투표율을 보였지만, 약 30년이 지난 2001년에는 39%의 청년만이 선거에 참여했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1967년 81%에서 2003년 36%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선거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긴 미국과 영국에서는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노년층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이고, 점점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하지만 최근만큼 극단적으로 투표율이 떨어진 경우는 없었다.

 

 세계 각국에서는 투표 독려와 함께, 청년 투표율 감소 원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단순한 ‘정치 무관심’보다는 ‘사회 변화’로 접근하고 있다. 흥미로운 원인으로 인터넷이 주목받고 있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정치 참여가 가능하다. 트럼프 총기 규제에 대해 미국 학생들의 시위 또한 인터넷에서 시작됐다. 이런 쉬운 정치 참여로 투표에 대한 필요성을 과거에 비해 낮게 느낀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전통적으로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많은 가치들 역시 가치가 낮아졌다, 사회 참여에 대한 욕구 자체가 줄어들었고, 지방 선거(또는 의회 선거)의 투표율이 대통령 투표에 비해 크게 낮은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계속 낮아지는 투표율을 보이는 미국이나 영국과는 다르게, 한국 청년들의 투표율은 2008년 18대 총선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총선 기준, 16대(37.1%), 17대(37.1%), 18대(28.1%), 19대(41.5%), 20대(49.4%)) 한국의 청년 세대들은 촛불을 들어 평화롭지만 적극적으로 정치를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유튜브 등의 다양한 매체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선거 역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양새이다. 청년은 선거에 무관심하지 않다. 연애, 출산, 결혼을 포기한다는 불명예를 가졌지만,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의 실낱같은 희망일지도 모른다. 

 

 청년이 없는 선거는 더 이상 안 된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이기에 청년층의 표는 사표가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과 연대 모두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인 역시 청년층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사표가 된다는 이유로 더 이상 청년 공약을 미루거나, 무늬만 청년 공약을 가져오지 않길 바란다. 언젠가 청년은 사회의 기둥이 된다. 많은 포기와 절망하는 청년을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지금부터라도 지지해줘야 한다. 무늬만 청년 공약이 아닌 청년이 ‘진짜’ 기대하는 공약을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설 때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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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8년06월08일 16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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