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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조삼모사' 최저임금법 개정을 바라보면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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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5월31일 17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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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정당이 과반을 차지했던 19대 국회에서도 이뤄지지 않은 대업(?)이 지난 28일 국회에서 이뤄졌다.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초과시키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앞으로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7%를 통과하는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사실상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무력화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2018년 현재 최저시급에 따른 최저월급은 1,573,770원이다. 따라서 최저월급의 7%인 11만원을 초과한다면 복리후생비 역시 앞으로는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현재 공공부문 학교 노동자들은 월 19만 원가량의 복리후생비를 받고 있다. 이에 최저월급의 7%인 11만원을 초과하는 8만원은 앞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이 경우 만약 내년에 최저시급이 8000원까지 올라 최저월급이 1,672,000에 달한다고 하여도 이미 복리후생비 8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었으므로 최저임금 인상이 무의미하게 된다. 실제로 공공부문 학교 노동자의 경우 개정안대로라면 내년에 최저임금이 8000원까지 올라도 월급 변동이 거의 없게 된다.  

 

 이는 일종의 공약후퇴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을 일만 원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모두 임기 내 최저임금 일만 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금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가 확대되었기에 최저임금을 임기 내 일만 원까지 인상한다 해도 대선 당시 유력주자들이 주장했던 최저임금 일만 원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나마 상여금의 경우 최저임금의 25%, 복리후생비의 경우 7%를 넘는 수준에서만 산입되어 저임금근로자의 권리는 보장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2024년까지 모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하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장기적 관점에서는 저임금근로자에게도 손해다.

 

 통상임금에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는데 왜 최저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느냐는 반박도 있다. 그러나 통상임금, 최저임금, 평균임금은 모두 저 마다의 정책적 목표가 다르기에 따로 따로 입법된 것이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들어가야 하므로 최저임금에도 들어가야 한다는 말대로라면 애초에 통상임금 최저임금 평균임금을 노동법이 달리 입법할 이유도 없다. ​

 

 지금이라도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대통령 거부권을 통해서라도 폐기되어야한다. 양대 노총은  이번 개정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무력화될 뿐만 아니라, 2024년에는 모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되기에 저임금근로자들의 피해가 불 보듯 훤하다고 주장한다. 그저 노동계의 엄살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이번 개정으로 저임금근로자 21만 6천명의 기대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한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에서 임기 내 최저임금 일만 원을 공약해놓고, 지금 와서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대선 당시 국민을 기만했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실리만 없는 것이 아니라 명분도 없는 개정인 것이다. 

 

 ‘朝三暮四’, 산입범위를 늘려놓고 최저임금을 일만 원까지 늘리려는 정치권의 행태를 보니 떠오르는 고사다. 국민은 원숭이가 아니다. 한시바삐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폐기되기를 바랄 뿐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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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5월31일 17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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