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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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위협, 유사과학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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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5월25일 17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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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진침대 사건을 시작으로 보이지 않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대진침대에서 방사성 원소인 라듐이 검출됐다는 보도 이후, 시민사회는 다양한 불신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첫 보도와 '기업 불신'이 함께 찾아온 이후, 해당 방송국의 과한 보도라는 여론이 형성되며 고질적인 '언론 불신'이 고개를 들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2차 발표에서 언론의 보도가 맞음을 인정하여  '정부 불신'마저 경험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는 더 거대한 불신을 마주할 준비를 해야 한다.

 

* 유사과학의 습격

 

 사실과 거짓이 잘 섞인 거짓말을 간파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인간의 본능적인 인식을 자극하고, 과학으로 포장하는 유사과학 역시 그런 부류다. 유사과학은 지식의 탈을 썼지만, 실상은 잘못된 믿음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의 믿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유사과학이 그 어떤 선동보다 악랄한 이유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음의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부터 사카린에 대한 오해까지 어렵지 않게 과거부터 유사 과학을 찾을 수 있다. 과학적인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아직도 사카린을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며 끄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우리는 만난다. 

 

 최근 유사과학은 과거보다 더 악랄하게 습격하고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정보를 주로 신문과 방송이라는 매체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어, 전할 수 있는 정보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뱀탕이 몸에 좋다는 등의 미신이 지인끼리 주고받기도 했지만, 파급력이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1인 미디어’를 운영할 수 있고, 전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는 없다시피 하다. 다양한 경로와 모습으로 우리의 빈틈을 유사과학은 파고들고 있다.

 

* 정보의 배신

 

 정보의 시대. 우리는 정보라는 대양에서 살아간다. 세상은 빅데이터를 통해 해석되고, 주관적인 감성보다는 객관적인 정보가 인정받는다. 우리는 이상하리만큼 나체로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유사과학은 이 지점을 노린다. 아무런 빗장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는 유사과학, 또는 유사과학으로부터 이득을 보이는 사람들의 가벼운 먹잇감 일뿐이다.

 

 정보는 우리의 기대를 벗어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보가 점점 실체화된 권력을 가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유사과학 역시 그런 과정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그 어떤 정보보다 과학과 관련된 정보의 위험도는 더 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과 용어가 나오는 과학의 영역에서 전문가들도 자신의 분야가 아닌 분야는 이해하지 못 할 만큼 고도화되고 있다. 학문과 학문 사이에도 거대한 장벽이 촘촘히 들어섰는데, 하물며 비전문가는 어떠하겠는가. 비전문가의 노력만으로는 유사과학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지고 있다. 이번 대진침대 라돈 검출 사건 이전에 라돈이라는 원소를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중 라돈이 방사성 원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선거를 맞이하여 가짜 뉴스에 대한 엄정처벌을 정부는 약속했다. 하지만, 유사과학에서 정부가 강하게 나서는 건 쉽지 않다. 이번 대진침대 라돈 검출 사건은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이 시작이었고, 과대광고 정도로 처벌이 가능해도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헛소리를 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현행법으로는 어렵다. 정부가 빠른 과학 기술 발전 속도에 발 맞춰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규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 범람하는 정보의 파도, 특히 유사과학의 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거나, 스스로의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보는 확증 편향을 피해야 한다. 쉽게는 전문가의 의견을 찾거나 어려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것도 강력한 방법이다.  또한 전문가의 성역 없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전문 지식을 그들만의 향유로 남기지 말고, 쉽게 비전문가에게 설명하려 노력해야 한다. 잘못된 유사과학을 가볍게 넘어가지 말고, 지적하고 또 지적해야 한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활발한 교류야말로 유사과학을 타파할 가장 강력한 접근이다.

 

 우리는 정보를 이용해야지, 정보에게 이용당하면 안 된다. 또다시 잘못된 정보나 믿음에 의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를 무장시키고, 전문가는 그들의 지식을 공유해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 위협은 이제 시작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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