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발없는 말 한마디, 아이디어 하나가 천만을 먹여 살린다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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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5월04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05월04일 16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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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인공 셰리자드가 이야기를 해서 폭군으로부터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있다. 사람들은 애플의 창업 신화에 대해 열광한다. 위대한 사람의 일대기는 영화와 책으로 남아 회자되기까지 한다. 우리는 평범한 것보다 뭔가 특별한 사연과 이야기가 있는 것에 더 집중한다.

 

잘 만든 이야기 하나가 곧 국력이 되는 세상이다.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 ‘블랙 팬서’ 한 편이 약 10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생산 실적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블랙 팬서’는 ‘스탠 리’라는 미국의 유명한 만화 원작자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스타워즈’, ‘쥬라기 공원’, ‘타이타닉’ 등 흥행에 성공한 많은 명작들이 있다. 물론 이런 영화들이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투자 자본은 물론이고, 창의성과 기술력을 가진 인재들이 모두 역량을 발휘해야 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영화나 문화, 그리고 음악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극장이 아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개봉을 했다. 기존에 시도 되지 않았던 상영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그는 이 영화로 넷플릭스에서 32만의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케이팝과 드라마 등의 한류 문화는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하고 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만큼 문화, 예술 등을 통해 부드러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프트파워’ 도 중요하다. 이런 문화 산업의 저력은 모두 창작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이디어와 스토리는 엄청난 재산과 가치를 창출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그리고 '창작물 저작권’에 대한 권리는 정당하게 인정되고 있을까.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기술을 가진 나라 답게,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각종 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웹툰, 소설, 영상, 음악. 원하는 모든 컨텐츠를 한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빠른 발전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 시민 의식도 그만큼 성숙해졌을까.

 

2018년 대한민국. 이곳에선 아직도 창작물의 불법 유포로 인해 저작권과 인격권이 보호 받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들을 불법 다운로드 하는 것까지 모자라,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창작물은 하나의 자산으로써 존중받아야 한다. 창작자에게 저작권은 곧 생명줄과도 같기 때문이다.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행위는 도둑질만큼 심각한 범죄 행위이다. 

 

저작권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화면을 캡쳐해서 개인 업무에 쓰는 것. 사실 이것은 법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방송이나 공연에서 책을 읽어줄 때도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옳다. 저작권이란 크게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 두가지로 나뉜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에게만 인정되는 권리로써 양도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사망 후 70년까지 재산권 보호가 된다고 한다. 저작재산권이란 저작자의 경제적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음원, 영상, 시나리오 작가 등 문화예술 창작자들이 저작권을 양도하는 사례가 관행처럼 여겨진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구두 계약 비율도 높으며, 일부는 2차적 사용권 양도까지 허용한다. 

 

정작 창작자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자본이 갑의 관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작자들이 자본과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창작자들은 불리한 조건에도 이를 승낙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제작자와 창자자들은 갑을 관계가 아닌, 동등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창작자들이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법적 분쟁은 '무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창작자 스스로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사실 본인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계약에 대해 신중하고 법에 대해 무지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창작물을 접하는 우리는 최대 수혜자다. 책 한권 영화 한 편 음악 한 곡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처럼. 창작자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할 줄 알아야 한다. 좋아하는 예술인의 연극 티켓 한 장. 영화 티켓 한 장. 책 한권 사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저작권 문제에 대해 올바른 윤리 의식을 갖는 것은 문화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다가올 미래에 뒤쳐지지 않을 저작권 법 개정과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기계가 대부분의 일자리를 대체할 미래가 오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고, 작품을 창조하는 인간의 창의성은 대체 불가능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훌륭한 개인이 창의적인 생각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없다면 르네상스는 이뤄질 수 없다. 창작자들의 활동은 유희나 취미 정도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결국 국력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들이다. 발없는 말 한마디, 아이디어 하나가 천만을 먹여 살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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