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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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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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5월01일 17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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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두음법칙부터 차이가 나는 남북이지만, 평화를 향한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작성한 방명록은 북한의 변화를 알아차리기에 충분했고 핵과 미사일이 아닌 ‘평화’를 자필로 작성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 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2018 남북정상회담을 대하는 두 정상의 태도는 새로운 역사의 태동을 알리고 있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처음부터 파격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월경(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잠시 넘어감)은 남북의 화끈한 관계 개선을 암시하는 듯 했고 ‘잃어버린 11년’은 12시간 만에 되돌릴 수 있었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고,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을 선언문에 담았다. 전쟁 위기설이 들쑤셨던 한반도는, 평화체제를 위한 출발선위에 서게 되었다.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오는 8월 15일에는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올해 가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 국민들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품었고 ‘전쟁 종료’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양측은 군사적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반도의 불신과 불안은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2018 지금, 한반도는 어떤 상황인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시 멈추었을 뿐 이다. 종전협정에 대한 논의와 계획이 정상회담에서 논의 되었지만, 실질적인 보장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년 까지만 해도 미사일은 우리 머리 위를 지났고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열강은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한반도의 봄이 왔다고들 하지만,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완전히 믿을 수만은 없다. 한반도는 여전히 ‘살기 무서운 땅’이다.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

 

  반공이 국시였던 시절, 북한 사람은 도깨비 혹은 악마였다. 그들은 뿔이 달려있을 것만 같았다. 이념의 갈등은 북한에 대한 고질적인 편견을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북한은 두려움을 주는 존재였고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그들이 미사일 도발, 핵실험을 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답습해온 타성이 북한을 무섭게 만들었다.

 

  어쩌면 지금 느끼는 불안감의 ‘실체적 근본’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생각해온 생각은 편견이 되었고 이는 우리 사고를 지배하게 되었다. 북한 사람을 직접 만난 적도 없고, 깊이 생각한 적도 없지만, ‘북한은 적’이라는 공식은 우리 뇌리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을 보는 눈’은 경험적 타당성 없이 한 쪽으로 편향되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는 ‘합리적인 의심’을 막아버렸고 이는 우리의 기준이 되었다. 게다가, 한반도 긴장을 조장하는 언론은 우리의 눈과 귀를 막았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고 어릴 때 배운 주입식 교육만이 파편화 되어 머릿속에 남아있다. 

 

  사회와 언론, 그리고 이념이 만든 부정적 편견은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꽤 획기적인 이벤트에도 큰 자극은 없는 듯하며 그 이면에 담긴 불신에 주목한다. “북한이 뭐 변하기나 하겠어?”라는 고질적 타성은 변화를 거부하고 북한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전쟁 없는 나라를 원하지만, 정작 북한에 대한 신뢰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2018 남북정상회담과 종전협정, ‘전쟁 없는 나라’가 가능할까?

 

  청와대는 기존의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논의를 축복했고 중국도 지지 의사를 전달했다. 6.25 정전협정 당사국은 모두 종전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표현했고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종전협정 논의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우리는 전쟁 없는 나라에서 살 수 있을까?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종전협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한반도의 종전 협정은 단순한 전쟁 종료가 아니다. 한반도에 대치하고 있는 이념의 갈등, 군사적 갈등의 해소를 의미하며 신 냉전 구도의 데탕트까지 기대해볼 만하다. 한반도는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발원지이며 ‘현재진행형 전쟁’은 이를 강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종전협정은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신뢰가 필요하다. 북한을 의심하고 불신하는 현 상황에서는 종전협정을 맺더라도 영구적 평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우리가 답습하고 있던 ‘북한을 보는 눈’이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북한의 표면적 행위보다는 이면적 함의에 주목하는 언론은 잠정적 갈등을 조장하고 불안을 양산한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대전환점에 도착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이 미적지근한 이유기도 하다. 언론이 만들어낸 거대 담론은 북한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모든 행위를 전략적 행위로 판단하게 만들었고, 선의에 의한 행동도 모두 ‘가면무도회’로 치부했다. 전쟁 없는 나라를 원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외치지만 실제 우리가 하는 행동은 모두 이에 반(反)하는 행동이었다.

 

전쟁 없는 나라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종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고 영구적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북한을 보는 눈’을 바꾸어야 한다. 전쟁 없는 나라를 원한다면 사고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질적인 불신을 잠시만 내려놓고 신뢰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전쟁 없는 나라는 청와대나 남북정상들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북한을 달리 생각하고 조금씩 믿어나갈 때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한반도의 봄이 왔지만,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거름이 필요하다. 바로 ‘국민의 지지’다. 비록 북한이 지금껏 수많은 언행불일치를 보였고 국제 평화를 위협했지만, 우리의 믿음이 없으면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물론, 이번 2018 정상회담이 북한의 ‘꼼수’ 이고 ‘전략적 뒷걸음질’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기적을 원한다면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한편, 북한은 확실히 변했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동의했으며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와 비무장 지대의 평화지대 전환을 약속했다. 이제 당신이 변할 차례다. 당신의 ‘북한을 보는 눈’을 바꿀 차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음이 울컥해졌거나 가슴이 뜨거워졌다면, 당신도 어김없는 대한민국, 아니 한반도 사람이다. 북한과 통일 문제를 편견으로 바라봐도, 한번쯤은 감정에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당신의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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