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맹상군과 한진그룹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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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4월2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04월27일 16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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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상군은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문하에 수많은 식객(食客)을 둔 사군자다. 「사기」 맹상군열전은 맹상군이 식객들을 어떻게 대접했는지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孟嘗君在薛,招致諸侯賓客及亡人有罪者,皆歸孟嘗君。孟嘗君舍業厚遇之,以故傾天下之士。食客數千人,無貴賤一與文等”

 

 “맹상군이 설 땅에서 제후들의 빈객과 죄를 짓고 도망치던 자까지 불러서 모으니, 모두 맹상군에게 모였다. 맹상군이 집의 재물로 그들을 후하게 대우하자 천하의 선비가 모여들었다. 식객이 수천 명에 달했으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자신과 똑같이 대접했다.”

 

 맹상군은 개 짖는 소리를 흉내 내던 ‘구도(狗盜)’부터, 닭 울음소리를 내는 ‘계명(雞鳴)’까지 각양각색의 식객을 휘하에 거느리고 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맹상군을 그저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훗날 맹상군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있을 때 그를 빼내어 준 것은 개 짖는 소리를 내던 구도였다. 감옥에서 빠져나온 그를 추격병으로부터 도망가게 해 준 것은 닭 소리를 내던 계명이었다.

 

 맹상군은 3,000명이 넘는 식객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을 식객으로 두고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 모든 인재가 맹상군에게 모여서 때문만이 아니다. 다만 누구든지 자신이 잘 하는 분야가 있고, 맹상군은 그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귀천을 따지지 않으며 잘 대접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서 그를 도운 것이다.

 

 몇 년 전 ‘땅콩회항’ 사태로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른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단순히 조현민 전 이사 뿐만이 아니라 그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까지 연루되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 포털에서는 이명희 이사장이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을 폭행하는 영상이 퍼지며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에서 이명희 이사장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하물며 닭, 개 소리를 내는 사람까지도 귀하게 대접한 맹상군까지는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위해 피땀 흘리는 직원들을 폭행하는 것은 국책 항공사를 가진 그룹의 오너 일가가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될 행동이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오너 일가의 업적을 찬양한다거나 오너 일가에 존경심을 가지도록 사내 정책을 설계한다. 심지어 범법 행위를 저질러 조사기관에 소환되는 와중에도 직원들이 나와 응원(?)을 하는 진풍경도 종종 목격되었다. 존경심은 누군가 강제로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생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맹상군이 개와 닭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차별했다면 그가 옥에 갇혔을 때 과연 누가 맹상군을 도왔을까?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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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4월2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04월27일 16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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