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을 개(改)선시키는 개(改)헌을 위해서는 -노동 부문의 개헌을 중심으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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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3월30일 19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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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의 개헌안이 발표된 지 수 일이 흘렀지만 여전히 개헌 이슈는 뜨거운 감자다. 특히 청와대는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고치고, 공무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을 명시한다고 밝혀 노동 부문에 있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현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다만 정부의 개헌안을 두고 각계각층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내 놓고 있다. 우선, 노동 3권을 공무원에게 보장한다면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소방관 경찰관들까지 파업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만연해있다. 뿐만 아니다. ‘같은 일 한다고 같은 임금 주면 축구선수들은 왜 같은 경기 나오고 다른 임금을 받느냐?’는 식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사람 역시 상당수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우려들이 실질적인 문제로까지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공무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한다고 한다. 이상하다. 이미 대한민국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공무원의 노동3권은 그전부터 보장되고 있던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무원의 노동3권은 이전부터 보장되고 있었다. 다만 공무원에게도 다른 노동자들과 같은 수준의 노동3권을 인정한다면 국가의 운영이 곤란해지기에 제한적으로 인정했을 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개헌안은 기존에 공무원에게 존재하지 않던 노동3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3권에 대한 제한 방식의 변화라고 보아야 한다. 현행 헌법은 공무원의 노동3권을 포지티브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즉 공무원 중에서 일부에게만 노동3권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개헌안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여전히 공무원 모두가 노동3권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위 법에서 노동3권의 적용 제외 공무원을 충분히 설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무원의 노동3권이 좀 더 넓어질 수는 있지만 프랑스와 같이 모든 공무원에게 노동3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소방관이 물대포를 쏘며 경찰의 진압에 저항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정의를 몰라서 생기는 오해도 부지기수다. ‘축구선수들에게 출장 경기만큼 돈 똑같이 줘야한다’는 명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 명제다. 프리미어 리그와 K리그의 선수들이 각각 구단에 가져다주는 ‘가치’는 다르기에 오히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서는 둘의 임금이 달라야 정상이다. 공산주의(?)의 임금체계가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즐겨 쓰는 ‘일물일가의 원칙’이 임금체계에 적용된 것에 불과하다.

 

 물론 노동 부문의 개헌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노사 대립을 격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압축성장은 줄곧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제 이런 방식의 성장은 가능하지도 않고 윤리적으로 옳지도 않다. 개(改)헌이 진실로 우리의 삶을 개(改)선키 위해서는, 즉 개헌이 우리의 삶까지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의 연장선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이 향상될 필요성이 있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지금부터라도 가열 차게 정치권과 언론이 개헌을 말하고 논쟁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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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3월30일 19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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