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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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행 하십시오. 목적지는 평양입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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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3월23일 16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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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대론,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이룩한 성과다. 사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코리아 패싱’이 연일 뉴스를 장식할 정도로 남북관계는 최악을 달렸다. ‘꼬마 로켓맨’ 김정은과 이에 맞서 ‘미치광이 전략’으로 일관하는 트럼프, 그리고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던 남남갈등 앞에 "한반도 문제를 한국이 주도하여 해결하겠다"는 베를린 구상은 설익은 이상(理想)으로 치부됐다.  

 

  그런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다. 해빙의 분위기는 평창올림픽에서 조성됐다. 올림픽으로 인해 미뤄진 한미연합훈련을 제치고 이른바 ‘백두혈통’과의 만남이 먼저 성사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부의 대화를 향한 진정성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러자 북한도 ‘초강수’를 두며 화답했다. 고립주의를 자처하던 북한은 정상국가임을 거듭 강조했고 비핵화 의지를 ‘선대의 유훈’으로 격상시켰다. 대북특사에 대한 국빈 예우는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한 사례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인정. 테이블의 옵션은 정해졌다. 이제 목적지까지 안전운행 할 일만 남았다. 한국은 운전대를 잡았고 조수석에는 미국이 앉아있다. 이제 막 출발한 ‘평화 버스’는 각 정류장을 돌며 다른 나라들을 태울 준비하고 있다. 한일, 한중 정상 회담이 논의되고 있고 북한을 포함한 3자 회담도 추진 중이다. 특히, 북한은 스웨덴과 함께 외교 회담을 가졌고 남북미 회담에 참석했다. 정류장에 먼저 나와 손을 흔들고 있다. 

 

  이제 ‘한반도 데탕트 시대’를 기대해 볼만 하다. 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되었다는 것은 남북한 사이에 ‘이제는 만날만 하다’라는 판단이 섰다는 의미다. 그간 남과 북은 회담을 위해 수차례 접촉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했다. 의논 끝에 서로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했기에 적극적 제스처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은 끝났다. 남북정상회담-한반도 비핵화-북미 수교-평화 협정으로 이어지는 평화 로드맵을 조심스레 점쳐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북한은 이미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체결된 국제 협약을 여러 번 어겼다. 과거 두 차례 진행됐던 남북 정상회담도 돌파구가 되지 못했다. 정상회담에 대해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만한 기회는 드물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먼저 밝혔고 미국에도 평양행 티켓을 건넸다. 북한의 이와 같은 태세전환에 발맞춰 우리가 다양한 의제를 선점할 때 ‘운전자론’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일본은 잽싸게 ‘납치문제’를 의제로 설정하기 위한 작업을 공개적으로 시작했다.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부디 남남갈등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격동의 세월을 견디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 국민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일 때, 우리는 비로소 기적을 바랄 수 있다. 나는 그 기적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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