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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제작 체험기] 미디어 춘추전국시대, 콘텐츠가 살아남는 방법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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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3월16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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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제작의 성역이 깨졌다. 전통적 미디어가 독점하던 미디어 시장은, 정보통신 기술 발전과 함께 모두에게 평등하게 열렸다.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공급자의 독점적 체제가 깨지다 보니, 사람들은 단순히 신문ㆍ방송이라고 해서 소비해주지 않는다. 더 재밌고 끌리는 콘텐츠를 찾는다. 플랫폼이 가진 지위보다, 콘텐츠 그 자체가 중요해진 시대다.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가 미디어 춘추전국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실험에 동참하기 위해 6명의 팀원과 팟캐스트(Podcast) 제작을 시도해봤다. 

 

➀기획이 반이다

콘텐츠 성격이 명확해야 한다. 헤럴드경제 미주판에 따르면 1인 방송계의 유재석 대도서관은 “1인 방송으로 수익을 내고 싶으면 채널 정체성이 명확해야 한다”며 콘텐츠제작에 있어 확실한 색깔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우리는 2030 청춘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성격의 콘텐츠를 고민했다. 8명의 팀원을 모은 오윤선(25) 씨는 “나 자신도 취업과 진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았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내가 겪었던 고민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라며 콘텐츠제작 방향이 ‘2030 청춘들의 고민 공감소’가 된 이유를 밝혔다.

 

구체적인 콘텐츠 형식은 ‘인터뷰’로 정했다. 매월 초, 나만의 길을 찾고 이미 그 길을 밟아가고 있는 2030 청춘을 인터뷰한다. 인터뷰 내용에는 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었는지를 소개한다. 수많은 실패와 작은 성공들의 반복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그 길을 꾸준히 걸어갈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우리 팟캐스트의 목표 청중인 ‘자기 삶을 고민하는 2030 청춘’들이 가진 현재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이름 또한 콘텐츠 성격을 담을 수 있는 단어를 고민했다. 그 결과 나온 이름이 ‘Visionary(비저너리)’다. 세상이 정한 답이 아닌 나만의 비전을 추구하는 2030 청춘을 응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➁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콘텐츠 주제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관건이다. 우리는 3~4명의 후보를 찾고, 이들 중 첫 인터뷰이로 적합한 사람이 누구일지 투표로 결정했다. 그 결과 ‘라이프디자인랩’을 운영하는 강지영, 김학준 공동대표가 첫 인터뷰이로 결정됐다. 우리보다 앞서서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윤선 씨는 “첫 회인 만큼 우리 콘텐츠의 큰 틀을 잡아줄 수 있는 인터뷰이가 필요했다.”며 “나다움을 고민하며 퇴사까지 결정하고 사업을 시작한 두 분이 가장 적합했다.”고 밝혔다.

 

인터뷰이를 본격적으로 만나기 전엔 사전조사와 사전미팅을 진행했다. 많이 알아야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혜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자신의 책 <방송 콘텐츠 기획 - 2015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에서 “사전인터뷰를 통해 흥미로운 ‘스토리’를 발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는 면대면으로 하는 사전인터뷰를 통해 더 깊은 스토리를 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비저너리에서 사전인터뷰를 진행한 허승(26) 씨는 “사전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잘 된 모습뿐 아니라 어려웠을 때의 느낌도 조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사전인터뷰는 인터뷰이에게 우리가 그들을 통해 청취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릴 기회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녹음에 들어가기 전 우리와 인터뷰이가 서로 합을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➂마이크 앞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다

녹음은 팟캐스트 녹음실을 대여해서 진행했다. 주로 강남, 사당, 합정, 홍대 쪽에 위치해 있다. 가격은 스튜디오마다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3시간에 6만원인 6인실 스튜디오를 빌려 사용했다. 굳이 스튜디오를 빌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핸드폰 녹음기로 녹음하고 송출해도 충분하다. 대표적인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은 홈페이지에서 “아이폰이나 갤럭시S 같은 스마트폰에 있는 녹음 기능이나 동영상 촬영 기능으로도 충분히 방송이 가능한 음질이나 화질은 확보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이와 녹음날짜를 약속하고, 지난 2월 25일 녹음에 들어갔다. 사전인터뷰를 기반으로 미리 대본을 구성해갔다. 6명의 팀원이 모두 녹음에 참여하면 오디오가 너무 많이 겹치겠다 싶어서, 2명이 대표로 진행을 맡았다. 오윤선 씨와 김지원(25)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씨는 “대본을 아무리 준비해가도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라며 “대본을 미리 준비해가서 흐름이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녹음이 시작된 이후에는 대본에 집중하기보단 인터뷰이와 이야기한다는 느낌으로 진행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진행소감을 털어놨다. 

 

➃수다가 ‘콘텐츠’로 변신하는 시간

팟캐스트의 화룡정점은 편집이다. 아무리 사전준비를 통해 진행흐름을 미리 짜놔도 1시간 딱 맞게 녹음하기란 쉽지 않다. 정말 중요한 부분만을 추려서 1시간 내외의 오디오파일로 만드는 작업이 바로 편집이다. 다양한 편집 도구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어도피 프리미어 프로(Adobe Premiere Pro)’를 이용했다. 팟빵은 홈페이지에서 ‘Audacity' 편집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있다. 편집과정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편집방향이 우리 콘텐츠의 성격을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을 담당한 허씨는 “비저너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꿈, 미래, 나다움’에 대한 질문이 잘 드러나는 부분을 부각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배경음악 또한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서 핵심 부분을 차지한다. 오디오가 끊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콘텐츠의 분위기를 좌우하기도 한다. 배경음악을 선별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방민아(26)씨는 “쾌활할 2030의 팟캐스트지만 우리들의 깊은 고민을 담은 이야기이기에, 밝으면서도 너무 가볍지는 않은 곡을 고르려고 했다.”며 배경음악 선별 기준을 밝혔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건 저작권이다. 방씨는 “무료음원을 사용해야 했기에, 유튜브(Youtube) 뮤직 라이브러리나 무료음원사이트에서 저작권을 잘 살펴보고 골랐다.”고 말했다.

 

➄팟캐스트 등록

모든 준비를 완료했으면, 완성된 오디오파일을 각 팟캐스트 플랫폼에 등록해야 한다. 팟티, 팟빵, 아이튠즈(itunes)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때, 각 사이트의 운영지침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튠즈의 경우 커버이미지가 규정에 맞지 않으면 ‘제출’ 버튼이 아예 활성화되지 않는다. 서버에 등록할 때 사용하는 커버이미지는 JPEG나 PNG 파일형식을 사용해야하고, 최대 1400x1400픽셀, 최대 3000x3000픽셀 크기여야 한다. 등록하는 이미지의 파일크기가 300kb를 넘기면 안 된다. 또 카테고리와 검색키워드 설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콘텐츠가 목표청중에게 최대한 정확하게 노출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전에 거쳐야 할 작업이 또 있다. 방송파일을 올릴 ‘팟캐스트 호스팅 서버(Podcast hosting server)’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호스팅 서비스는 ‘쎈호스팅’이다. 이용이 쉽고 무료서비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무료로 이용할 경우 방송시작 전 광고가 나간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광고를 피하고 싶다면 월 9900원을 내고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막 팟캐스트에 입문했고, 광고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란 판단으로 무료서비스를 이용했다. 

 

➅예쁜 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마지막 작업은 홍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청춘들이 애용하는 카페, 블로그, 브런치 등의 주요 플랫폼을 통해 팟캐스트 홍보를 진행했다.

 

발행하기 며칠 전부터 티저(teaser)역할을 할 수 있는 카드뉴스를 배포했다.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팟캐스트를 소비하는 행동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책 <뇌를 통하다>에서는 티저광고에 대해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해 실체를 궁금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카드뉴스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대부분 플랫폼이 사진기반이기 때문이다. 요즘 추세인 동영상에 비해 비교적 제작하기 편하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필자는 카드뉴스 제작을 담당했다. 카드뉴스를 제작할 때 가장 고민했던 건 첫 문구다. 첫 페이지의 문구가 이목을 끌어야, 다음 문장도 읽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팟캐스트를 성공궤도에 올린 사람들은 성공비결로 ‘꾸준함’을 꼽는다. 팟캐스트 <인생공부>의 제작자 ‘신박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브런치를 통해 “꾸준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하고 성장이 누적돼야 성공한다.”고 밝혔다. 이런 꾸준함이 가능하려면 ‘팀워크’가 필요하다. 도서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월간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6년을 이어온 꾸준함의 비결은 팀워크”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6년간 출연진과 제작진 구성원 교체가 거의 없었다. 

 

팟캐스트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미디어라고 하지만, 사실 성공하는 팟캐스트는 손에 꼽는다. 콘텐츠 자체가 가진 경쟁력이 더 중요해진 이유기도 하다.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요소가 가장 필요할지, 우리는 아직 실험의 초반단계에 있다. 콘텐츠와 뉴미디어에 대한 공부, 그리고 팟캐스트를 매월 꾸준히 제작하며 겪는 작은 실패와 성공들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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