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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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의 올림픽, 달라진 것이라고는 시간 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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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2월09일 14시44분
  • 최종수정 2018년02월09일 20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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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오늘, 올림픽의 개막을 알리는 성화가 평창에서 타오른다. 국제무대에서 가장 큰 스포츠 축제이자 화합의 장이기 때문일까. 최근 6개월 간 평창올림픽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작년 가을, ‘평창 롱패딩’ 품절 사태는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옴을 실감하게 했다. 들끓었던 시장의 과열 못지않게, 평창 올림픽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남북단일팀 합의를 정치적 도구로의 전락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두 번의 어려운 시도 끝에 얻어진 개최국의 명예 뒤에는 차가운 겨울 소식만 들린다.

 

[최대 올림픽, 최악으로 남을까]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평창올림픽은 92개국 선수 2925명이 참가한다. 이전 최다 기록이었던 러시아 소치올림픽의 기록이 바뀌었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만큼 막대한 인력이 필요했고, 약 2만여 명의 봉사자가 모집되었다. 이색적인 경험을 위해 자원한 이들은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안전관리 및 국제 서비스 매너 등의 교육을 이수 받았다. 그러나 조직위에서 영하 20도를 이겨내도록 지급해준 것은 모자, 장갑, 그리고 방한화가 전부다. 평창의 혹한의 날씨를 견뎌내기엔 턱 없이 부족한 방한용품이다. 자원 봉사를 하러 온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비를 털어 추위와 싸우고 있다. 열악한 처우는 이 뿐이 아니다. 부실한 급식과 영하 20도의 날씨에 찬물로 샤워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이에 2천여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포기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도 조직위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대체 인력은 얼마든지 있다’는 식이다.

 

 대표 팀의 첫 경기를 첫 승으로 이끌어낸 컬링 대표 팀도 열악한 환경에 처하긴 마찬가지. 강릉 컬링센터는 부실공사로 개보수 작업이 길어졌고, 컬링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전문가도 없었다. 홈에서의 실전경험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KB금융그룹, 신세계 등에서 후원을 보조적으로 했지만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받고 있다.

 

[바가지 올림픽?]

 올림픽 특수를 이용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바가지’ 상술도 여럿 제보되고 있다. 강원도 강릉 지역의 대학생들은 임대업자들의 횡포에 방학 동안 오갈 데가 없다. 올림픽 기간동안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하려 하숙하는 대학생들을 쫓아내는 것이다. 강릉 원주대 총학생회는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방을 비우도록 요구당한 사례도 확인했다. 

 

숙박업소들도 예외는 아니다. 강릉지역의 숙박 업주들은 1박에 100만 원이라는 천정부지의 ‘바가지’ 요금을 불렀다. 누리꾼들은 ‘가격이 평창스럽다’며 올림픽을 졸렬하다고 표현함과 동시에 바가지 상술에 대한 비난을 가했다. 백만 원을 호가하는 방 가격에 강릉 지역 숙박예약률이 10~20%대로 저조하자, 업주들은 급하게 15~25만 원대로 요금을 낮추기는 했다. 하지만 떠나간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쳐도 소는 없다.

 

[1988, 그리고 2018]

 1988년, 서울올림픽은 지금의 평창올림픽처럼 최대 참가 인원으로 개최되었다. 냉전체제를 종식시키고 공산 국가들이 붕괴되었으며, 동서 화합의 장으로 평가받는다. 전쟁으로 인하여 가난의 이미지가 박혀있던 대한민국이 크게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쿠베르탱이 의도한 생각이 그대로 재현된 화합의 올림픽 그 자체였다.

 

 개발도상국이 개최한 최초의 올림픽이었으며, 진정한 패럴림픽의 시작이 되었었던 그 때로부터 30년이 지났다. 88년 당시에 보이던 서울 올림픽에서도 사실, 그 이면에는 어두운 면이 마찬가지로 존재했다. 도시 미관을 위해 강제적으로 대규모 철거를 진행했다. 편파 판정으로 불명예스러운 금메달이 복싱 결승전에서 한국 측에 수여되었으며, 올림픽 개최로 많은 돈을 풀면서 물가 폭등과 주택난이 생기기도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변화된 우리를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는가? 미국의 경제지인 포브스는 지난 1월 31일 평창 올림픽의 경제효과가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평창이 친절함과 웃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인 알프스 혹은 유타주의 지위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봉사자들이 중도 포기하는 모습이나, 열악한 환경과 특수만을 노리는 부족한 의식 등은 그저 시간만 지나버린 광경에 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올림픽은 단순히 경기를 치루는 것이 아닌 국제 행사기에, 아직도 차가운 공기가 서려있는 평창에 다시 따뜻한 바람이 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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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2월09일 14시44분
  • 최종수정 2018년02월09일 20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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