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빛바랜 ‘꿈과 희망’의 평창올림픽 > 젊은이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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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PYEONG CHANG! 

  7년 전, 두 번의 재수 끝에 그토록 기다리던 ‘평창’이 외쳐졌다. 동계올림픽 개최를 확정지은 그 순간이다. 당시, 스포츠 시설이 잘 갖춰진 뮌헨은 강력한 경쟁자였고, 평창은 인프라 미비를 보완할 차별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놓은 슬로건이 “꿈과 희망의 올림픽, 평창 2018”이었다. 

 

  객관적으로 평창은 동계올림픽에 완벽한 장소는 아니었다. 가능성과 꿈에 무게를 두고 매진했기에 마침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수 있었다. 기다리던 2018년이 다가왔는데, 막바지 준비에 큰 변수가 생겼다. 북한이 돌연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IOC와 우리 정부도 북한의 참여를 권고했고, 평화의 축전에 북한이 응하는 모습도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지원금부터 선수단 문제까지 정치적 문제가 쏟아지자 우리나라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갑자기 전개되는 남북 회담에 치밀한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의 무대’인 올림픽이 정치판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우리는 두 단어에 집중했습니다

 바로 끈기와 인내심이었습니다. 

(나승연 대변인, 평창올림픽 연설)

 

평창과 평화, 평행선을 달리지 않으려면

  숨 가쁘게 2주에 걸쳐 회담이 진행되었다. 2년간 얼어있던 남북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남북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대화 해결 등 일부 합의가 있었지만 비핵화 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를 확인 하는 셈이었다. 실무 회담이 아닌 예술회담을 우선 하는 북한이 선전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인 요구에 이끌려서도 안 되고, 개최국 의무 이행와 남북관계 개선도 신경 써야 한다. 게다가 지원을 할 때 북한 제재 원칙도 고려해야하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무게와 원칙이다. 북한과의 합작도 중요하지만, 수년간 온 국민이 노력해 얻은 개최국의 무게는 지켜야 한다. 북한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하면서 우리의 제안을 강하게 고수할 필요도 있다. 예술 공연에 집착하는 북한 정부의 선전 가능성을 줄이고자 가이드라인을 협의할 수 있다. 여러 회담이 휘몰아치면서 우리는 북한과의 회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 

 

  게다가, ‘평창 올림픽’에 정치적인 색깔이 입혀지면서 올림픽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때문에 올림픽 기간의 실무회담을 가장 주요한 주제로 삼고, 기타 정치요소는 올림픽과 거리를 둔 채 대화를 주고받는 요령이 필요하다. 동시에 남북관계에서 합의 원칙을 분명히 해서 추후 외교적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회담을 리드해내야 한다. 끈기와 인내심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힘들게 얻어낸 평창 올림픽이다. 북한의 참여가 남북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평화’로 이어지도록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제 꿈은 제가 누린 기회를 다른 선수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2018 평창올림픽은 이 꿈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김연아, 평창 올림픽 연설)

 

‘꿈과 희망’은 어디 있을까.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남북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10년 넘게 올림픽 출전을 꿈꿔 온 선수들에게 갑작스러운 단일팀 합의는 청천벽력이다. 북한 선수가 들어오면 선수 개인의 출전 기회도 줄어들고, 경기 결과와 직결되는 조직력도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당장 시합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선수들은 억울함을 표출할 길도 없다. 

 

  지난해 6월부터 단일팀 구성 얘기가 돌자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장점인 ‘소통’을 단일팀 논의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단일 팀 구성을 강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단일팀 구성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독였지만, 국가를 위해 개인의 노력을 희생하는 불공정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의 진짜 주인공은 선수들이어야 한다.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이 정치적인 이벤트의 들러리로 간주되는 것은 민주주의에 크게 어긋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참가를 논의하는 데 ‘나뭇가지’ 보다는 ‘큰 숲’을 봐 달라”고 했다. 단일팀의 상징성이 선수들의 노력보다 우위에 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선수들의 노력이 정부가 그리는 ‘큰 숲’의 한낱 작은 나뭇가지로 여겨질까 두렵다. 

 

  김연아 선수는 평창올림픽을 개최 연설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선수들과 올림픽이라는 기회를 나누고 싶다.” 7년 전, 그녀가 기대했던 ‘기회’의 올림픽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정치가 개입한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이 ‘꿈과 희망’을 담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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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19 16:25:01 최종수정 2018-03-10 10: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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