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 사라진 목소리 되찾을까 > 젊은이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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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이곳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협상해 ‘최종적ㆍ 불가역적인 해결’을 약속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현실적인 최선의 합의’라고 평가하며 외교적 성과를 강조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 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라며 “피해자분들과 국민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목소리 없앤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간곡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거센 비난에 직면한다. 합의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와의 소통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피해자의 목소리는 합의에서 배제됐다. 2005년 제정된 범죄피해자보호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조는 범죄피해자가 피해상황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과 관련한 법적 절차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법률적 처리 과정에서 배제당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해왔지만, 피해자 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는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다. 일본이 준다던 10억엔 규모의 돈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보상이 아니었다. 우리정부는 10억 엔의 배상금이 법적책임을 인정한 인상을 준다고 주장했지만, 일본 정부는 ‘10억 엔은 배상금이 아니다’며 이를 일축했다. 범죄 사후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우고, 범죄자에게 자기용서의 기회를 또다시 제공한 셈이다.

 

국가와 국민 간 소통은 중요하다. 특히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존재할 때 소통의 과정은 필수적이다. 국가와 국민은 추구하는 목표가 부딪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은 기본권을 추구한다. 국가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이끌 결정을 해야 한다. 이때 국가가 한 결정이 특정 국민의 기본권에 반한다면, 그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안은 범죄 피해자의 피해 회복 권리가 걸린 문제였다. 1985년 UN총회에서 채택된 ‘범죄와 권력남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의 기본원칙선언’은 범죄피해자 지원에 있어 ‘피해자는 동정어린 대우를 받아야 하고 또한 그 존엄성이 존중돼야 하며 그들이 입은 피해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원칙에 조금이라도 손상을 끼치는 결정을 했다면, 충분한 이유를 사전에 이해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합의문이 발표된 뒤에야 할머니들을 설득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다음날인 29일이 돼서야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나눔의집을 방문했다. 이때 그는 “할머니들이 100% 만족스럽지 않아도 일본정부와 대표자로부터 정식 사죄를 받은 것이 이번 회담의 의미”라며 “코끼리 다리 만지듯 부분만 보지 마시고 전체의 모습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의미를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국가를 위해 피해회복의 권리를 희생할 의무는 헌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는 범죄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성 회복을 제 1순위에 뒀어야 했다. 당시 합의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의 가치에 부합했는지도 의문이다. 

 

 

 

계속되는 문제, 더해지는 갈등

 

소통의 과정이 부재한 합의는 위안부 문제와 둘러싼 갈등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소녀상 설치문제 등 해결하지 못한 과거문제가 한일 양국의 경제ㆍ외교적 협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로 일본은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또 한ㆍ일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하는 등 경제협력에 적신호를 켰다. 아베 총리는 이때 “일본정부는 합의에 따라 10억엔의 돈을 냈으니 한국 측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정부가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10억엔으로 해결했으나 한국 측이 약속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를 비롯한 국민들이 합의하지 않은 약속이었기에, 국내 여론을 쉽게 잠재우기란 어려웠다.  

 

거기에다 2017년 예산요구안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예산이 31% 삭감됐다. 당시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무관하게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 예산 4억4천만 원이 전액 삭감되는 등 언행불일치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2013년부터 위안부 피해자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일본정부 개입 여부에 대한 논쟁을 끝내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결국 작년 10월 31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가 이날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라진 피해자 목소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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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위안부합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 방향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절차ㆍ내용적 정당성에 대해 부정하면서도, 재협상을 요구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재협상 요구가 불러올 한일관계 파장을 피하겠다는 외교적 셈이 내포돼있다.

 

이번 후속조치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원 보도에 따르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일본군위안부연구회의 3단체는 9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일본 정부 위로금 10억엔 전액을 정부 예산으로 편성하고, 늦게나마 우리 정부가 피해자 중심 문제해결을 원칙으로 정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의 명예·존엄·인권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방향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위안부 지원 단체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난 합의를 인정하겠다는 게 아니냐"며 대통령이 한일 합의의 흠결을 비판한 것과 합의 파기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표 중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 아래”라는 표현은 이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게 만든다. 이 문제의 핵심은 일본의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공식 사죄를 받아내는 것이다. 재협상이란 형식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10억 엔을 국고로 편성한 것 자체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대선공약과 다른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해선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이 들어올 수 있겠으나,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소통의 자세를 높이 평가할만하다. 

 

SBS 보도에 따르면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번 발표를 놓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피해자 중심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피해자의 입에서 불만이 나오는 건 사실상 소통이 부족했음을 뜻한다. 강 장관도 이날 “발표 내용이 피해자 여러분이 바라는 바를 모두 충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 깊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앞으로도 정부는 (중략) 피해자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추가적인 후속 조치를 마련”한다는 마지막 약속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피해자 관련 예산 31%를 삭감한 지난 정부와 달리, 피해자 목소리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정부가 돼주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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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12 16:28:00 최종수정 2018-01-12 16: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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