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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음식점 채선당에서 식당 종업원에게 임신한 배를 걷어차였다는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인터넷 동향에 민감한 일부 언론들이 인터넷 글을 기사로 포장하자 해당 음식점은 네티즌들로부터 욕으로 도배된 댓글 폭탄을 맞았다. 여론이 채선당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자 업체는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과문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고, 반전이 일어났다. CCTV 확인 결과 임산부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오해는 풀렸지만, 이미 온라인상에 퍼진 왜곡된 내용을 막을 길은 없었다. 결국, 해당 업체는 폐업에 이르게 됐고, 점주는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식 비방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그로부터 5년 후, ‘채선당 사건’이 재연됐다. 이번에도 사실 확인 없이 인터넷 글을 기사화한 언론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

 

사건은 이랬다. 지난달 서울시 240번 버스 운전기사가 아이만 내리고 어머니가 내리지 않은 채 출발하고, 세워달라는 어머니의 말을 무시한 것을 목격했다는 커뮤니티 게시글이 게재됐다. 한 커뮤니티의 글이 좋아요, 공유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화제가 되자 다음 날 인터넷 언론사는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이 사건을 공론화했다.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되면서 운전기사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비판을 넘어선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해당 버스기사의 버스회사에 기사를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고, 심지어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해당 기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 운동까지 시작했다.

 

서울시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은 급 반전됐다. CCTV를 확인한 서울시는 “아이 어머니가 하차를 요청했을 당시 이미 버스는 4차로에서 3차로로 진입한 상태였다”라면서 “사고 위험이 있어 기사가 다음 정류소에서 내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해당 버스기사의 딸이 한 커뮤니티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올리자 버스기사를 향한 비난 여론은 점차 누그러졌다.

 

책임을 떠안을 대상이 필요했던 걸까. 사건에 대한 전말이 밝혀지자 여론은 비난의 화살을 아이의 엄마와 커뮤니티 글을 최초로 게시한 목격자로 돌렸다. 네티즌들은 아이의 엄마를 ‘자기 아이밖에 모르는 맘충’이라는 혐오 표현으로 규정지었고, 최초 제보자에게도 강도 높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올린 목격담이 한 버스기사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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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의 상황만 놓고 보자면 단순한 해프닝에 그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이가 먼저 내렸다는 사실을 안 어머니는 기사에게 내려달라고 요구했을 수 있다. 최초에 SNS에 글을 올린 사람도 분명 잘못이 있지만, 상황을 겉으로만 보고 아이 엄마를 안타깝게 여겨 과장해 글을 올릴 수도 있다. 가장 큰 피해자인 기사는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자기 일을 한 것이기에 비난받을 수 없다. 그러나 해당 버스기사에게 진위 확인 없이 보도해 이 사건을 확대 재생산 한 언론의 행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문제는 언론이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는 소위 말해 트래픽 장사,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인터넷상 목격담을 별다른 취재 없이 보도했다. 기자는 사건에 개입된 사람들의 관점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만 한다. 특히, 무언가를 고발할 경우 양측의 견해를 균등하게 다루고, 당사자의 해명 역시 함께 다루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 하지만 최초 보도된 기사부터 줄줄이 나온 기사들까지 버스기사의 입장을 담은 기사는 없었다. 서울시가 입장을 밝히고 여론이 기울자 그제야 버스기사의 입장을 담는 모양새였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버스기사는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버스기사는 ‘이달의 친절상’ 네 번, ‘무사고 안전포상’ 두 번을 수상할 정도로 성실한 기사였다. 그러나 현대판 마녀사냥의 억울한 피해자가 된 23년 경력의 버스기사는 수많은 악플과 언론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 버스기사는 경찰과의 면담 과정에서 목격자의 글만 보고 기사를 쓴 언론사 두 곳에 대한 고소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기사의 깊은 상처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건이 보도된 지 18일 만에 버스기사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나흘쯤 되니 240번 버스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싹 사라졌다”면서 “남은 건 상처 입은 나 자신뿐”이라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이어 그는 얼굴과 인적 사항이 노출될까 봐 운전사 자격증을 떼어 버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라우마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매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뉴스가 쏟아진다. 언론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남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과 멘트로 이슈를 만든다. 클릭 수를 늘려야 하는 언론사의 입장에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주제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최초’,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사실 확인 없이 커뮤니티의 글을 퍼오는 것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가 현 언론의 문제점을 야기했다고 해도, 기본적인 원칙을 저버린 기사가 용납될 수는 없다. 최소한의 취재 없이 사건을 속단하는 기자는 직무유기나 다름없고, 섣부르게 여론을 부추기는 잘못된 보도는 수많은 240번 버스기사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묻지마 기사를 쏟아낸 언론이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가해자이다. 또 다른 ‘마녀사냥’을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한 언론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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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13 16:48:54 최종수정 2017-10-13 17: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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