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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사회는 가히 ‘욜로(YOLO)’ 열풍에 휩싸여 있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라는 영문장의 첫 글자만 딴 신조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한 번 뿐인 인생”이지만, 그러니까 현재의 행복을 미루지 말고 즐기며 살자는 해석에 방점이 찍힌다. 

 

YOLO는 2011년 발표된 캐나다 가수 드레이크의 노래 <The Motto>에 처음 등장했다. “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nigga, YOLO”라는 가사다. 그리고 2016년 초, 오바마 前 대통령이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인 오바마 케어를 홍보하는 영상에서 “욜로 맨(YOLO man)”이라고 외쳐 화제가 됐다. 그 후 이 단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한국에서는 배우 류준열이 tvN 예능 <꽃보다 청춘-아프리카>편에서 혼자 여행하는 외국인 여성과 “욜로!”라고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주목받았다. 작년 9월, 결국 욜로는 옥스퍼드 사전 신조어로 등록되기에 이르렀다.

 

시대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삶의 지향점으로 삼은 단어가 있다. 10년 전엔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었고,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힐링(healing)이 대세였다. 웰빙과 힐링을 지나 이번엔 ‘욜로’의 시대를 맞은 것이다. 웰빙, 힐링, 욜로는 언뜻 보기엔 비슷하지만 꼭 같지는 않다. 각 단어를 내밀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결핍과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다소 추상적인 웰빙 구호는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구체화됐다. 음식의 효능을 따져서 먹고 집에서도 틈틈이 운동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사는 게 대표적이다. 산업화 시대부터 97년 IMF를 극복하기까지, 육체적으로 소진하기만 했던 개인의 몸을 돌보자는 반성에서였다. 몸을 챙기는 건 자기관리이자 긍정적 욕망의 발산이었다. 힐링은 보다 정신적인 건강에 집중한다. 성적·취업·승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스마트폰의 등장과 1인가구의 증가로 오프라인 인간관계는 소홀해진다. 사람들은 외롭고 지친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진실한 대화 또는 짧더라도 온전한 휴식이다. SBS가 아예 <힐링캠프>라는 제목을 걸었던 프로그램은 유명인들이 나와 개인적인 얘기를 털어 놓고 이를 잘 들어주는 포맷이었다. 노래로 위로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공감하며 함께 위안 받았다.    

 

그렇다면 욜로가 보여주는 현재 우리 사회 모습은 어떨까. 한 번 뿐인 인생이니 행복을 미루지 말자. 이는 단순히 현재에 집중하자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희망 없는 미래’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욜로가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유행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IMF 직후 18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 실업률, 취직 이후엔 오로지 회사뿐인 삶,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1년 간 모아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현실, 경제·사회적인 이유로 아이 낳을 엄두를 못 내는 상황…. 잘 먹고 잘 살자고 외치다가(웰빙), 치유하자고 다독이다가(힐링), 오늘만 살자(욜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느끼는 건 비단 내 느낌적인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욜로는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보다 어차피 암흑이니 인내하지 말자는 선언이다.

  

더 큰 문제는 미디어가 욜로를 조명하는 방식이다. 요즘 욜로는 만능 마케팅 접두어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 당장 내 행복을 위해 돈 얼마쯤이야’라는 심리에 편승해 여행 상품, 명품 의류, 외제차를 지르도록 부추긴다. 살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은 ‘욜로!’ 한 마디로 종결된다. 얼마 전 네이트 판에서 <욜로 타령하는 남편 골로 보내버리고 싶다>는 글이 화제였다. 한 번뿐인 인생 외제차도 끌고 싶고, 회사는 때려치우고 싶고, 호화 해외여행 가고 싶다는 남편에게 나도 욜로 정신에 맞게 이혼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일갈하는 아내의 글이었다. 욜로를 표방하는 남편 분은 파괴적 소비를 통해 즉각적인 행복을 얻고자 한 것이다. 욜로를 좁은 의미로만 해석한 패착이다. 욜로가 그다지 긍정적인 사회적 배경에서 탄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쯤 되면 진정한 욜로의 의미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기만의 욜로를 실천하고 있는 이로 가수 이효리를 꼽을 수 있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을 통해 그녀의 삶의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마당 넓은 제주도 전원주택에 살며 노동에 대한 걱정 없이 애완동물과 함께 하는 삶. 누군가는 이효리의 욜로도 결국 경제력이 뒷받침한 덕분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효리는 실제로 한 예능 프로에서 원만한 부부관계를 비롯해 여유로운 삶이 경제력 덕분임을 인정했다. 다만 그녀가 돈을 쓰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서울의 고급 주택에 살기보다 제주도에 집짓기를 원했고, 사치스럽게 쇼핑했던 과거를 인정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공익목적의 캠페인을 제외한 상업광고를 찍지 않겠다는 말을 지키고 있기도 하다. 소비를 통해 행복을 전시하기보다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뚜렷이 세운 사람이 할 수 있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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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떠오른 김생민 역시 욜로적 인물로 꼽고 싶다. ‘통장 요정’이라는 별명답게 그는 절약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그의 소비와 절약에는 원칙이 있다. 연예인임에도 본인 옷은 기본 10년씩 입는 ‘셀프 짠돌이’면서, 주변에는 관대하다. 김생민과 과거에 같이 방송을 했다는 리포터가 그의 성실함과 됨됨이를 적은 글이 화제였다. 1200원 짜리 생수 구매에 얼굴을 찌푸리며 물은 사는 게 아니라 집에 있는 걸 가져가는 거라고 말하면서도 부모님을 위해 쓴 더 큰 돈에는 예외 없이 “그레잇!”을 날린다. 그는 남다른 절약 정신 때문에 주변 눈총을 받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아낀 돈으로 자신의 삶을 성실히 꾸려나가니 당당할 수 있다. 한 번 사는 인생, 오늘만 사는 게 아니라 100년 산다는 걸 알고 뚜벅뚜벅 살아가는 태도. 이를 어찌 욜로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 욜로의 세 가지 아이덴티티가 있다. 욜로 기분 내기에 취해 시간과 돈을 탕진하는 삶, 주체적 소비를 하며 자기 자신의 행복을 중심에 두는 삶, 하루를 백년 같이 착실히 꾸려나가는 삶. “한 번 뿐인 인생”의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렇게 하루가, 인생이, 달라진다. 이제 숨 한 번 고르고 우리 각자의 ‘욜로 아이덴티티’를 정의해 볼 때도 되었다. 결국 나만의 욜로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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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22 16:41:00 최종수정 2017-09-22 1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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