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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개혁의 테이블 위에서 퇴행과 반동은 이제 그만

 

지난 11일, 헌정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다. 인사 난맥 속에서 100일 이상 표류하던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는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청와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헌정 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부결을 주도한 야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실제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후, 현재 헌재소장 자리는 8개월 째 비어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국가보안법 7조 위헌여부 등 헌재가 처리해야 할 민감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헌재 마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5월 취임 이후, 인사를 둘러싸고 지겹게 이어진 정치적 힘겨루기가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다. 

 

특히나 김이수 후보자는 진일보한 인권의식을 보여왔기에 촛불 정부의 헌재소장 적임자로 평가받아왔다는 점에서 부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이수 지명자는 공권력 견제나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소수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는 등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고 다양한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왔다. 국민들 열망의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직접 인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개헌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현재, 차별금지법, 성평등 정책, 군형법 92조 6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등 촛불 혁명 이후 보수 정권에서 억눌려왔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 신장에 기여해 온 헌재소장 후보가 당리당략에 희생당한 것은 국회에 잔류한 적폐 세력이 역사를 퇴행시키는 행태이다. 

 

야당의 변명,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김이수 후보자의 부결을 두고 여야 의원 간의 격한 설전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2일 열린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개막식의 축사에서 “정치세력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국회가 헌법기관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당당함을 내세워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헌재소장 자리를 날려버린 것은 염치가 없는 소행”이라며, 행사에 함께 참여한 정우택, 박지원 등 야당 실력자들의 면전에서 강한 일갈을 가했다. 또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야3당의 정략적 반대를 두고 “묻지마 살인”, “핵실험 후 힘 자랑하는 김정은” 등의 비유를 사용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나 비판의 목소리는 캐스팅보트를 쥐고있던 국민의 당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부결 이후 국민의당 의원들에 ‘두고 보자’는 식의 문자가 쏟아졌으며, 국민의당 공식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인 ‘국민광장’에는 약 1300건 이상의 비판글이 줄을 이었다. 국민의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 지역의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적폐청산의 중요한 과제인 사법개혁에 발목을 잡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국민의당의 ‘몽니’를 지역민들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직접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강력히 반발하며 오히려 여당과 청와대에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제의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라고 발언했으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13일 전북최고위에서 "청와대의 국회 공격이 도를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앞서 언급한 추미애 대표의 일갈 이후, “집권여당의 대표가 저렇게 야당을 송두리째 짓밟아버리고 화풀이를 하면 협치가 되겠느냐”면서 “이번 부결은 오만의 극치에 있는 문 대통령에게 국민이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정치공학적 판단이 항상 비판 받아 마땅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감정에 어긋난 전략을 국민의 뜻이라 정당화하는 발언을 보면 당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감각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이수 후보가 통진당 해산에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을 빌미로 부결에 대해 “민주주의와 상식이 이긴 것”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색깔론에 편승하여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부끄럼없이 외치는 것이 과연 안철수 대표가 지속적으로 표방해 온 새 정치 인 것인지, 아니면 적폐의 재생산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부결이 선언된 뒤,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국민의당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헌재 공백을 좌시하는 국회의 이기적 담합은 정치 제도권이 권력에 눈이 멀어 국민 정서를 배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혁의 테이블 위에서 퇴행과 반동은 이제 그만

 이러한 정치제도권의 지나친 당리당략과 야합 뿐 아니라 김이수 후보자가 가지는 개혁적 상징성을 고려해볼 때, 야당의 반대는 사실상 개혁을 가로막는 반동적 정치행위이다. 작년 7월, 헌재의 군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 6의 합헌결정 당시 김이수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를 이유로 개신교 단체들은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김이수 반대’의 문자를 수천 통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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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국민의당 회의에서는 “동성애 처벌 조항에 불합리한 의견을 갖는 데에 대해 기독교계에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현실정치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직접적으로 나왔다. 사실상 김이수 반대의 정치공학적 판단 이면에는 보수 기독교 집단의 반동성애 목소리가 크게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김이수 후보자는 ‘전교조 법외 노조’ 결정, 야간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통진당 해산 판결 등에 반대 의견을, 박근혜 탄핵 심판 당시에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적하는 보충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는 공권력 견제, 사회적 약자 보호 등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촛불 혁명에 담긴 목소리를 하나의 단일한 가치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다양한 인권 의제가 교차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문 정부의 김이수 카드는 촛불 혁명의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 맞는 탁월한 선택지였다. 

 

문 정부는 그의 임명을 통해 사법 체계 속에서 촛불 혁명에 담긴 여러 목소리를 실현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의 판결 전력을 이유로 ‘좌편향된 코드인사’로 몰아가며 반대해왔다. 김이수 후보자의 상징성, 그를 임명한 문 정부의 개혁 의지를 꺾기 위한 이들의 시도는 적폐 청산을 방해하는 ‘적폐의 복원력’으로 작용한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은 이제 새롭지 않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김이수 후보자 임명은 결국 좌절되었다. 가공된 냉전 질서를 발판으로 삼고 있는 보수 야당의 행태보다 그들과 야합한 국민의당의 정략적 판단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야당이 취하는 반대의 태도는 노골적으로 당리당략에 기반하며, 반대의 내용은 반동적이다. 본인의 권력욕만 채우는 정치 제도권의 행태는 개혁의 테이블을 역사적 퇴행으로 변모 시킨다. 개헌 논의가 시작된 상황에서 ‘김이수 부결 참사’는 개혁과 인권의제를 사이에 둔 힘겨루기의 일환이며, 반동 세력의 일시적 승리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권 신장과 적폐 청산을 핵심적인 운영 철학으로 가지는 문 정부의 개혁 동력은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 적폐와 반동의 복원력을 극복할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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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15 16:31:15 최종수정 2017-09-15 16: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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